만추의 계절에 찾은 지리산 뱀사골입니다.
뱀사골은 여름철이면 서늘한 기온에 계곡물도 차가워 인근 주민들의 최고 피서지인데요, 가을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단풍지로 만산홍엽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하루 종일 북적대곤 합니다. 오늘은 너무나 많이 알려진 뱀사골의 만추보다 뱀사골 끝에 있는 와운마을의 천년 소나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와운마을까지는 길이 비좁아 마을 주민이나 펜션 또는 음식점에 예약된 차량만 출입이 가능한데요, 뱀사골 입구 반선마을부터 뱀사골과 와운마을이 갈리는 요룡대까지 약 2km 데크길과 요룡대에서 와운마을까지 1km는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면 왕복 6km 정도 됩니다.
뱀사골이란 명칭은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배암사’라는 절이 있었기에 뱀사골이라고 불렀다는 전설도 있지만, 골짜기가 뱀처럼 구불거리고 '뱀이 죽은 계곡'이라는 뜻으로 유독 뱀에 관한 전설이 많습니다.
뱀사골 입구 반선이라는 마을도 '반은 신선이다'라는 반신선(半神仙)으로 불리다 이를 줄여 반선이라 부르는데, 신선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어버린 스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반절은 신선이 되었다'라는 뜻이라고 하며 ‘뱀소’ 등 뱀사골 곳곳에 뱀과 관련된 이름이 많기 때문입니다.
반선마을에서 1시간 정도 걸으니 왼쪽 언덕 위에서 와운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데요, 바로 이 소나무가 오늘 소개할 천년 소나무입니다.
와운마을은 500여 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현재 20여 가구 40여 명이 살고 있는데요, 지금은 예스러움을 벗고 펜션이나 전원주택 등 현대식 마을로 탈바꿈했습니다.
마을 겉모습은 단아하고 소박한 멋이 풍기는데요,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많아 풍요로움이 느껴집니다.
조선시대부터 호랑이에 시달렸다는 와운마을은 여순사건 때 마을 전체가 불타버렸고 한국전쟁 때는 빨치산과 토벌대의 전투로 밤낮의 주인이 수시로 바뀌며 마을 주민 모두 생사의 갈림길에 설 정도로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1980년대 까지는 남원 목기와 한봉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요, 지금은 고로쇠 채취와 민박을 통해 슬프고 척박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삶에 지친 도시민의 새로운 휴식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500년 세월 마을을 지켜온 소나무가 와운마을의 오늘을 있게 한 대표적 자랑거리인데요, 지금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와운마을 천년송입니다.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할머니 소나무'라고도 하는데요, 수고는 약 20m, 둘레 6m로 가지의 폭은 12m라고 합니다.
매년 정월 초사흘에 천년송에서 산신제를 지낸다고 하는데요, 수령은 약 500살입니다.
산비탈에 있어 누군가 인위적으로 심었다기보다 자생한 소나무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멋지고 우아한 모습으로 자란 것이 신기했습니다.
마치 벼슬을 받은 정이품송처럼 우아한 품격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 나무에 기대고 귀 기울여 보니 500년 풍상 마을과 함께 한 역사를 애틋하게 들려주는 것 같았는데요, 와운마을을 찾으면 꼭 천년송을 꼭 보듬고 위로와 함께 나무가 주는 기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천년송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체구와 수령이 작은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습니다.
천년송과 더불어 500년 동안 마을을 지키고 있는 당산나무로 와운마을 주민들에게는 마을을 지켜주는 영적인 존재일 것이고 마을을 떠나 외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고향의 향기일 것입니다.
지리산 천년송과 할배소나무.
도회지에서만 자란 필자는 이런 동네 당산나무에 관한 추억이 없는데요, 고향이 도회지인 사람들에게 와운마을의 소나무 두 그루는 마치 꿈속의 고향 같은 마을 풍경이 돼주었습니다.
뱀사골이 있는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는 지리산 서북능선 근처입니다.
정령치에서 출발해 만복대를 거쳐 바래봉까지 서북능선에는 세동치, 부운치, 팔랑치라는 재가 있는데요, 그 능선을 걸으면 와운마을이 있는 남원 산내면이 보입니다.
와운마을에서는 문을 열면 바로 지리산이 보입니다.
늘 지리산과 같이 살아가는 와운마을인데요, 마을과 함께 한 500년이 있지만, 앞으로 마을과 함께 할 수천 년 동안 와운마을은 천년송이 있어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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