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을 좋아한다면 수목원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어느 수목원을 가더라도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잘 가꾸어진 숲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곳에서 나무도 관찰하고 숲을 걷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 됩니다. 그러면서 모든 수목원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수목원을 찾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방문은 평소 가지고 있던 수목원에 관한 관심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백두대간에 자리 잡고 있어 자랑스러운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금강산, 설악산을 지나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를 말하는데요. 아시아 최대 규모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백두대간 산림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복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전체 면적이 5,179ha(1ha=10,000m2, 약 1,550만평)로 구룡산(1,344m), 옥석산(1,242m), 문수산(1,205m)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목원 안에는 백두대간보호지역과 완충구역이 들어가 있고요. 시드 볼트(seed vault,종자 저장소) 등 21개 시설과 27개 전시원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그곳에 있는 식물은 155과 511속 2,189종(2018년 5월 기준)입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자랑거리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자랑거리가 많은데요. 첫째로 꼽고 있는 것은 종자 저장소인 씨드 볼트(seed vault)입니다.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나 핵폭발과 같은 대재앙으로부터 종을 보전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40m 깊이에 있는 터널에 종자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터널은 기온이 - 20℃, 습도 40% 이하 조건을 유지합니다. 종자를 휴면 상태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관하기 적합한 조건이랍니다. 2개의 터널이 있는데 200만 점의 종자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두 번째 자랑거리는 27곳의 주제전시원입니다. 암석과 고산식물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암석원, 자연습지 지형의 식물을 수집·전시한 고산습원, 백두대간에서 자라는 우리 식물을 주제로 만든 자생식물원을 비롯한 각각의 주제원에서 꽃과 열매의 찬란한 향연을 만날 수 있답니다.
세 번째 자랑거리는 백두산호랑이와 호랑이숲입니다. 우리 땅에서 사라진지 100년 된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 종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현재 백두산호랑이 3마리가 있는데 앞으로 2마리가 더 들어올 예정이랍니다. 백두산호랑이의 야생성을 지키기 위해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의 숲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숲에서 노니는 호랑이를 만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즐거움은 백두대간수목원 배움터입니다. 수목원에서는 자연의 가치를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목원 생물 교육, 자연물 공예, 가드닝 클래스, 체류형 프로그램, 수목원 전문 교육, 수목원 아카데미, 해설 등의 프로그램으로 배우는 즐거움을 전해줄 것입니다.
생물 다양성 보전 활동
백두대간수목원의 역할의 한 축에는 생물 다양성 보전 활동이 있는데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4월 13일에 ‘백두대간 멸종위기종 보호 숲 조성행사’가 있었습니다. 멸종 위기종인 구상나무를 심는 행사입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데요. 한라산이나 백두대간 고지대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멸종위기종 보호 숲 조성사업에는 많은 사람이 참석했는데요. 특히 가족 단위로 참여한 것이 눈에 띕니다. 가족이 함께 힘을 모아 나무를 심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작년에 100주를 심고 올해도 100주를 심었는데 이렇게 심은 구상나무가 잘 자라서 백두대간을 푸르게 지켜 주길 기대합니다.
자생식물원과 야생초화원에서 우리나라 특산식물(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나무)을 만났습니다. 특산식물은 360여종이 되는데요. ‘미선나무’도 그중 하나입니다. 마침 하얗게 핀 꽃에서는 향기가 퍼져 나옵니다. 미선이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열매가 부채의 일종인 미선(尾扇)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또 하나의 특산식물인 ‘히어리’도 노란 꽃을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히어리’는 주로 지리산 지역에서 자생합니다. 지난달 지리산 둘레길 1구간(순환 구간)을 걸으며 육모정 가까운 곳에서 ‘히어리’ 군락지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동강할미꽃’도 특산식물입니다. 일반 할미꽃과는 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 핍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꽃인데요. 이곳에서 처음으로 실물을 보았습니다. 그 감동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정말 보고 싶었던 꽃이었거든요. ‘동강할미꽃’도 한때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었는데 복원 노력으로 지금은 개체 수가 많이 늘었답니다. 이곳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특산식물을 관심 가지고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수목원
수목원 안에서나 주변 산에서 반듯하게 자란 소나무를 많이 보는데요. 이 지역의 이름을 따서 ‘춘양목’이라고 부른답니다. 겉껍질이 붉은색을 띄고 있어 적송(赤松)이라고도 합니다. 곧게 자라면서 껍질이 얇고 목질의 결이 곱고 부드러워 건축재로 인기를 누렸던 나무입니다.
또 하나 소나무 관련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울가 정자 옆에 서 있는 소나무는 수령이 약 110~120년 된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옆에 있는 물푸레나무와 뿌리가 붙어 있답니다. 좁은 공간에서 같이 공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일반적으로 보는 연리지(連理枝,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은 상태)나 연리목(連理木, 두 나누의 줄기가 서로 붙은 상태) 현상이 아니라 연리근(連理根, 두 그루의 나무 뿌리가 서로 붙은 상태) 모습을 하고 있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나무입니다.
진달래원에서 암석원으로 가는 숲길을 가다 보면 산벚나무를 볼 수 있는데요. 꽃이 피면 산을 은은하게 물들여주는 나무지요. 산벚나무는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나무입니다. 판만대장경을 만들 때 산벚나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답니다. 팔만대장경의 60%를 산벚나무로 만들었습니다.
숲길을 따라 암석원 근처에 가면 큰 돌배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수령은 약 1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수목원이 생기기 전에는 마을 사람들의 기도처로 사용되었고요. 나뭇가지에는 겨우살이가 붙어살고 있습니다. 서양사람들은 겨우살이 아래에서 기도를 올린다고 하는데요, 돌배나무는 동, 서양이 만나는 기도처인 셈입니다.
암석원 위쪽에는 자작나무원이 있습니다. 본래 이곳은 호두나무밭이었습니다. 지금도 주변 개울가에는 호두나무가 몇 그루 보입니다. 자작나무는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는데요. 수피가 탈 때 소리가 난답니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라서 수피가 3겹으로 되어 있습니다. 수피에 있는 기름 성분이 타면서 그런 소리를 냅니다.
호랑이숲을 지나면 호식총(虎食塚)을 볼 수 있습니다. 백두대간에는 호랑이가 많이 서식했었는데요. 그것으로 인해 호식(虎食) 피해가 많았습니다. 호식총은 희생된 사람의 무덤이면서 동시에 호식 된 사람의 귀신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했던 민간신앙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호식총 구조에서 돌무덤은 신성한 지역을 상징합니다, 돌무덤 위에 놓인 시루는 호식을 당한 원혼을 가두어 둔다는 의미이고요. 시루에 꽂아 놓은 쇠가락은 원혼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호식총은 영월, 태백, 정선 등에서 160여 개가 발견되었답니다.
입소문이 꼬리를 물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2015년 완공하여 2018년 정식 개장을 했습니다. 개장 기준으로 보면 이제 1년이 된 신생 수목원입니다. 그렇지만 규모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자랑거리가 많아 금방 입소문이 났습니다. 주말에는 수목원 내부를 오가는 트램(전기차)을 타려면 1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현상이 발생될 정도랍니다, 27개 전시원을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좋겠고요. 숲 속을 거닐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아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관찰하면서 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훌륭합니다.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으니까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지내면서 세 가지를 동시에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내손안의_산림청,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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