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9년(10기)

나침반도 무력화하는 기(氣)센 곳, 청산도 보적산 범바위

대한민국 산림청 2019. 6. 12. 16:00




 하늘과 바다가 눈부시도록 푸르다. 온 데를 둘러봐도 청산이다. 청산도(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해안에 이어진 ‘낭길’은 봄바람 든 가슴 일렁이게 하는 섬 풍경이 내내 펼쳐진다. 청산도 남쪽 해안에는 10∼20m의 높은 해식애 즉 해안 절벽이 발달하였다. '낭길'은 그런 해안 벼랑길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다. 


낭떠러지 곳곳엔 동백나무·후박나무·곰솔 등의 난대림이 무성하여 경승지를 이루고 있다. 낭떠러지 길은 하늘에 떠 있는 듯, 바다에 떠 있는 듯 모호한 경계선을 따라 걷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청산도에 들어서면서 그랬듯, 자연스레 두 발이 느려졌다.  






낭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싱싱한 회 같은 날 것의 느낌이 나는 길이다. 걷는 내내 투박하고 거친 청산도 남쪽 해안선의 속살이 그대로 발바닥에 느껴졌다.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의도적으로 깎고 다듬고 꾸민 그런 길이 아니다. 


걷기 편하라고 조성한 흔한 나무 데크 같은 인공 구조물을 볼 수가 없다. 오르막이 이어지는 곳이나 벼랑 옆길 위험한 곳은 튼튼한 동아줄을 난간삼아 걸쳐 놓았다. 자연의 특성을 살리고 친환경 걷기 길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묻어 나왔다.







반짝이는 바닷물에 눈이 부시다. 맑고 고운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고려청자가 떠오르는 색감의 남해 바다. 아스라이 펼쳐진 봄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노라면 그냥 그대로 이곳에 눌러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느 유명한 바닷가처럼 리조트와 펜션, 카페들이 전망 좋은 곳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아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사람으로 치면 소박하고 진솔한 해안 길이다.  


높이 솟은 절벽 위 낭길까지 불어오는 바다의 살가운 미풍을 맞으며 해변의 오솔길, 울창한 숲길, 오르막 산자락 길 등 해안을 따라 다양한 길을 걸었다. 발치에 낮고 작게 피어난 색색의 들꽃들이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 자꾸만 발길을 붙잡았다. 바다 속에서부터 바로 솟아 오른 직절벽 옆으로 난 낭떠러지 길을 지나갈 땐, 곁에서 들여오는 철렁철렁 파도소리에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스릴을 즐기며 걸었다. 






오르락 내리락 낭길은 힘들었지만 쪽빛 남해 바다와 푸른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을 벗 삼아 걸을 수 있고, 바다위로 간간히 떠있는 작은 섬들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었고, 인적 없는 낭길을 지나는 여행자를 덜 쓸쓸하게 해주었다. 마음 속 한구석에 언제라도 감상할 수 있는 낭길 미술관이 생겼다.


 청산도 최고의 해안절경, 범바위 전망대


저 앞 높다란 산꼭대기에 우뚝 서서 손짓하는 범바위로 오르는 길에 놓여있는 디딤돌은 사람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하나의 갈림길 없이 바라보는 것을 향한 일방적이고 곧은 길. 그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범바위를 향할수록 하늘로 가까워 오고, 바다도 너르게 다가왔다.


정상에 올라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하늘도 바다도 치우침 없이 서로 양보하여 고르게 공간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늘은 바다를 닮고, 바다는 하늘을 닮아 있었다.







범바위는 멀리서 보아 호랑이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그 모습이 마치 낭떠러지에 몰린 적을 향해 몸을 한껏 웅크렸다가 달려들 기세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여러 덩어리의 거친 돌들이 뭉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간혹 범바위를 지나는 바람소리가 호랑이의 울음소리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단다.

 

옛날 이 섬에 살던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포효한 소리가 자신의 소리보다 크게 울리자 이곳에 더 큰 짐승이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놀라 섬 밖으로 도망쳤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범바위에 오르면 남쪽 여서도와 멀리 제주도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덕우, 황제, 장도, 거문도 등이 펼쳐진다는데, 이날 내겐 여행운이 없었는지 엷은 해무가 끼어 작은 무인도들만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청산도 최고의 해안 절경이라 불리는 범바위에 숨차게 오르면 수고했다는 듯,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짙푸르게 변한 깊은 바다의 풍경을 내놓는다. 그 와중에 야트막한 돌담길을 중심으로 깊은 산세와 푸근한 남도 바다의 풍경을 좌우에 거느린 청산도의 모습이 이어졌다. 유난히 돌이 많은 청산도의 지세를 말해주듯 거친 기운의 바위가 솟은 모양이 정말 범상치 않았다. 범바위 앞에 멋진 전망대가 있어, 다도해의 비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0기 블로그 기자단 김종성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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