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9년(10기)

협곡열차타고 찾아간 경북 봉화군 '낙동강 비경길'

대한민국 산림청 2019. 9. 30. 17:00



낙동강의 비경을 볼 수 있는 협곡열차




 몇 년 전부터 형형색색 화려한 색을 입은 기차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얼마 전 여수 갯가길 여행 때 타고 갔던 남도 해양 열차(S-train), 오지 구간인 중부 내륙권을 손쉽게 여행할 수 있는 중부 내륙 순환 열차(O-train), 온돌 마루와 족욕실이 있는 서해 금빛 열차 같은 관광 열차들이 그 주인공. 그 가운데 백두대간 협곡 열차(V-train)는 '어떤 여정을 품고 있을까' 특히 궁금한 열차다. 


참고로 V-train의 V는 'valley'(협곡)의 약자며, 동시에 협곡의 모양을 의미한다. 이번 여행에 탔던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는 경북 봉화군의 두메산골과 강원 태백시 심산유곡 사이를 느긋하게 굴러가는 세 칸짜리 디젤 열차로, 주말엔 좌석 잡기가 힘든 인기 관광 열차다. 


찻길이 없어 중부 내륙 열차, 협곡 열차로만 접근할 수 있다는 경북 봉화의 오지엔 호젓하게 걸어볼 수 있는 길이 있다. 봉화군 석포리 양원역과 승부역을 잇는 약 5.6km 길이의 ‘낙동강 비경길’이다. 낙동강이 품은 비경을 줄곧 옆구리에 끼고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물길과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낙동강가인 이 길은 이 골짜기에 주민이 모여 살던 시절, 장터에 가고 학교 가고 볼일 보러 마실 다니던 길이었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마을마저 사라지고 난 후 맨 마지막으로 길이 사라질 무렵, 철도 공사와 봉화군에서 길의 희미한 흔적을 찾아 이정표를 세우고 흔들다리를 잇고 나무 계단을 만들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로 새로 태어났다. 험준한 협곡을 지나는 구간엔 나무 데크를 설치해 등산 스틱이 없어도 될 정도로 길이 완만하다. 어르신, 아이들과 함께 걸어도 좋겠다. 




분천역-양원역-승부역 사이의 오지 트레킹길 

오지마을 주민들이 만든 양원역

양원역 앞 정겨운 마을장터 



 주민이 만든 민자 역사, 양원역


경북 지역의 오지 세 곳으로 봉화·영양·청송을 이른다. 거기서도 산 높고 골 깊기로 첫째라는 땅이 봉화다. 예전 같았으면 접근성이 떨어져 큰마음을 먹고 찾아가야 했다. 이제는 기차로 쉽게 백두대간의 깊은 속살 길 탐방에 나설 수 있다. 낙동강 협곡에서 철도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여행 수단이다. 


봉화 임기역에서 승부역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32km 트레킹 코스 가운데 양원역과 승부역을 이어주는 '낙동강 비경길', 협곡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는 분천역에서 승부역으로 이어지는 '협곡 트레킹', 양원역에서 구암사까지 '수채화 길' 그리고 승부역에서 비동 임시 승강장까지 '가호(佳湖) 가는 길'등 이름만으로 걷고 싶어지는 길이 나 있다. 철도 공사에서 마련한 여행상품도 있어서 서울 외에도 대전, 대구 등에서도 좀 더 편하게 기차 여행과 오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서울역에서 중부 내륙 순환 열차(O-train)를 타고 양원역(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으로 향했다. 굽이굽이 협곡 물길을 따라 봉화역, 춘양역, 분천역을 지나 양원역을 향해 열차가 달려갔다. 기차역 이름이나 창 밖 풍경이 생소하고 새로웠다. 


양원역은 중부내륙철도(O-Train)과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가 서는 낙동강 협곡의 강변 오지 역이다. 오지 역답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역이란다. 2평 남짓한 대합실이 있는 정말 손바닥만 한 역이지만 기차역이 필요했던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기차역이다. 



맑고 청정한 낙동강 최상류길 

두메산골을 지나는 협곡열차

울창한 나무숲길

절벽과 계곡 옆으로 산책로가 안전하게 나있다 




 철길·산길·물길 따라 양원역~승부역 트레킹 


양원역 앞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승부역까지의 5.6km 낙동강 비경길은 호젓하고 청정한 트레킹 코스를 자랑한다. 외지인 발길이 거의 닿지 않던 외딴 골짜기의 철길과 물길, 산길은 생경할 정도다. 눈 내린 겨울의 설경, 가을날의 고운 추색도 기대됐다.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천연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여느 길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길은 깊고 험준한 협곡 사이에 조성됐다. 지금까지 철길 외에는 달리 접근할 방법이 없다보니 자연 본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탐방로를 따라 흐르는 낙동강 줄기의 물소리와 우거진 나무숲 그리고 간간이 지나는 열차의 기적 소리는 봉화의 자연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낙락장송 소나무로 뒤덮인 '뼝대(협곡 양편의 거대한 석회암 절벽을 부르는 강원도 말)'는 오지의 원시적이고 강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길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덜컹덜컹 거친 숨소리를 내며 철교를 지나는 열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선홍색 협곡 열차와 산골짜기의 비경이 묘하게 잘 어우러져 특별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그건 아마도 이 심산유곡까지 들어와 철교를 세우고 철길을 낸 사람들의 고되고 고마운 노동이 담겨있기 때문이지 싶었다. 


비경 길의 진가는 절벽을 오르내리는 나무 계단 길도 포함된다. 나무 계단을 놓아 협곡 절벽 가장자리 강가로 통로를 냈다. 청명하게 흐르는 강가를 내려다보며 높다란 협곡 가장자리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고 짜릿했다. 승부와 양원이 기차역으로 한 정거장이지만, 아득하고 멀게 느껴진 건 이런 험준한 지형 탓이었다. 




외딴섬 같은 기차역 승부역

승부역 철길 옆 바위에 새겨진 글귀 


 


 굽이굽이 산골짜기 달리는 협곡 열차


마침내 승부역(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에 다다랐다. 국내에서 가장 외딴 곳에 자리 잡은 기차역으로 꼽히는 작은 역이다. 기차역이 있는 승부리 마을은 찻길도 없는 험준한 산골이었던 곳으로 교통수단은 기차가 유일했던 오지 마을이었다. 지금도 승부리로 가는 찻길은 석포에서 들어가는 좁은 시멘트 포장길이 유일하다. 


승강장 위로 서너 명이 들어갈 아담한 대합실에 들어가 앉았다가 1960년대 중반에 근무하던 역무원이 철길 옆 바위에 페인트로 썼다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오지 속 외딴 기차역의 느낌과 철도원의 자부심이 엿보이는 글귀로 승부역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맥박이다' 




풍경을 감상하기 좋게 설계된 협곡열차

창을 열고 바람과 풍경을 즐기기 좋은 협곡열차 




트레킹을 마치고 승부역 대합실과 승강장, 철길을 한가롭게 쉬고 거닐면서 협곡 열차(V-train)를 기다렸다. 이 열차는 봉화 분천역과 태백 철암역 사이 27.4km를 하루 3회씩 왕복 운행한다. 험준하면서도 빼어난 풍광의 구간을 다니는 관광 열차다. 평균 시속 30km의 느린 속도로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달리는 협곡열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철마다.


승객들은 어느 장소에 가려고 이 열차에 오르는 게 아니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낙동강 상류 의 두메산골 비경을 감상하려고 협곡열차에 몸을 싣는다. 열차를 타고 가는 내내 펼쳐지는 차창 밖 풍경에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맑고 푸른 낙동강과 절벽을 품은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가 아니다보니 흡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오지 속 비경이 천천히 이어졌다. 


협곡 열차는 바깥 풍경을 눈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객차의 천정과 바닥을 제외한 대부분을 유리창으로 만들었다. KTX나 급행열차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광들이 느릿한 협곡 열차에서 눈과 가슴속에 고스란히 와 닿았다. 열차 내 창문을 자유롭게 열 수 있는 것도 특별했다. 열린 창문을 통해 역동적인 기차사진, 풍경사진을 찍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시원하고 청정한 바람이 불어와 좋았다. 열차는 줄곧 낙동강이 흐르는 협곡을 따라 S자를 그리며 달려갔다. 


ㅇ 문의 : 코레일 경북본부 (054)639-2126,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21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0기 블로그 기자단 김종성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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