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숲은 시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숲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에게는 큰 행운입니다. 전주에는 여러 도시숲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건지산 둘레길입니다. 이 둘레길의 큰 장점은 전주 시내에 있다는 것이지요. 시내에 있는 만큼 접근성이 좋아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건지산 둘레길 출발지는?
건지산은 높지 않으나(해발 99m) 길이는 제법 깁니다. 남, 동, 북쪽으로 이어진 숲속에서 놀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갑니다. 전주의 동북쪽 시내에 있어 건지산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북대학교와 대학병원이 있고, 아파트 단지와 주택단지가 접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건지산 둘레길은 사방에서 접근이 가능합니다.
외부에서 찾아온 사람은 동물원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조경단 입구에 주차를 하고 둘레길을 걷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길을 따라 걸어보겠습니다. 주차장에서 조경단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면 울창한 플라타너스가 마중 나옵니다. 여름에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걸어본 경험이 있다면 플라타너스가 만들어주는 그늘의 고마움을 잘 알 것입니다. 봄에 꽃가루가 날리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여주고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가로수로 좋은 나무랍니다.
플라타너스를 지나 조경단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왼쪽에 큰 비석이 하나 보입니다. 비석에는 ‘大小人員下馬碑(대소인원하마비)’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조경단은 전주 이씨의 시조인 이한(李翰)의 묘소이기 때문에 이곳에 가는 사람들은 하마비부터는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추도록 했던 표시입니다.
조경단(전라북도 기념물 제3호)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안에는 묘지와 제사를 모시는 단, 비각(고종에 세운 비석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건물) 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문이 잠겨 있어 안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대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담 너머로 사진을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편백나무숲 둘레길
조경단을 지나면 숲길이 시작됩니다. 숲 입구에는 무궁화나무 몇 그루가 마지막 꽃을 피웠습니다. 여름을 지나오면서 힘들었는지 지친 표정입니다. 무궁화꽃은 7월부터 시작해서 10월까지 꽃을 피웁니다. 가장 더운 시기에 가장 화사한 색깔을 뽐내는 꽃입니다.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해 질 무렵에는 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무궁화나무를 지나자 임금님숲 표지판이 보입니다. 아이들 놀이터로 만든 숲입니다. 표지판을 지나자 바로 임금님숲이 나옵니다. 임금님숲은 편백나무숲에 만들어 놓은 놀이시설입니다. 평지 숲에 만들어진 놀이 공간이라서 아이들이 숲 체험을 하기에 좋은 장소였습니다.
건지산은 편백숲으로도 유명한데요. 임금님숲부터 편백숲이 시작됩니다. 숲길에는 태풍 링링이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바람에 날려 떨어진 나뭇잎과 작은 가지들이 링링의 위력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다행히 쓰러진 나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편백나무 숲길은 여러 갈래로 나 있습니다. 어느 길을 선택해서 걸어도 결국 길은 만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선택해서 걸어도 좋겠습니다. 가장 오른쪽 길을 따라가보았습니다. 전북대학병원에서 나오는 길과 마주칩니다.
그곳에서 좌측 길을 따라 오릅니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편백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어 나무 사이사이가 길이 되었습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편백나무 사잇길을 걸으며 운동을 즐깁니다. 맨발로 길을 걷는 사람도 보입니다. 잘 다져진 흙길이라서 맨발로 걸어도 좋겠습니다.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경사로를 오르면 능선길입니다. 능선 건너편에도 편백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능선길을 따라 오릅니다. 건지산은 아담한 뒷동산이라서 능선길도 살갑습니다. 살짝 오르고 나면 바로 내리막입니다. 그 내리막 끝에 작은 건물이 보입니다.
건지산 숲속 작은도서관
건지산 숲속 작은도서관입니다. 이름에 끌려 잠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입니다. 도서관은 말 그대로 작습니다. 작은 도서관 한 면은 책으로 채워져 있고, 삼 면은 창으로 숲과 내통하는 구조입니다. 도서관에 들어와 있지만 숲에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책 구경을 하다가 가벼운 책 한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화집 '너도 그렇다'입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사서께서 커피 한 잔을 건네줍니다. 분위기가 좋으니까 커피 맛도 좋습니다. 오늘 숲속 작은도서관에서 최고의 커피를 마셨습니다. 둘레길을 다 걸으려면 아직 갈 길이 먼 데, 작은도서관 분위기에 끌려 시화집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건지산 숲속 작은도서관을 나왔습니다.
건지산 정상
다시 능선길을 따라 오릅니다. 오르막길은 짧게 끊어졌다 이어지길 반복합니다. 잠시 평탄한 길을 걸으며 숨을 고릅니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가 숲의 고요함을 깨웁니다. 평탄한 길은 잠시, 다시 오르막 계단길이 시작됩니다. 계단을 오르면 저만치 팔각정 정자가 보입니다. 건지산 정상입니다. 높지 않은 산이라서 정상이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울창한 숲 때문에 주변 경관도 일부만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건지산 정상에서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서 내려갑니다. 건지산은 서쪽으로 열려 있고 남, 동, 북쪽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쪽 편은 전주동물원 뒷길입니다. 내리막길 경사 구간은 야자 메트로 잘 정리되어 있어 걷기에 편합니다. 내리막길은 동물원 뒤편으로 이어집니다. 길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편백나무가 오른쪽에는 참나무가 차지하고 있어 완벽한 대조를 이룹니다.
조금 더 내려가면 길은 동물원 울타리를 끼고 지나게 됩니다. 동물원 울타리가 끝날 즈음에 동쪽으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건지산은 그만큼 도심 속에 들어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곳을 지나면 도로와 마주칩니다. 호성동에서 동물원을 거쳐 처음 출발했던 조경단 입구로 가는 길입니다. 도로를 건너 반대편으로 가야 합니다. 건널목을 건너 동물원 가는 방향으로 60여 m 가면 오른쪽에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옵니다. 계단을 오르면 삼거리 표지판이 있는데 왼쪽 대지마을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오송지(五松池) 가는 길
산길을 지나 조금 가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송지 가는 길은 왼쪽 복숭아밭 사잇길입니다. 길가에는 마침 싸리꽃이 예쁘게 피어 운치를 더해줍니다. 왼쪽 복숭아밭 너머로 동물원이 있는데요. 커다란 관람차가 신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복숭아밭이 끝나면 다시 복숭아밭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삼거리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표지판이 보이질 않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어느 쪽으로 가도 오송지가 나온답니다. 그러면서 왼쪽 숲길을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른쪽 길은 그늘이 없습니다. 숲은 편백나무, 소나무, 참나무들이 구역을 나누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숲길을 걷다 보면 이번에는 사거리가 나옵니다. 사거리에서 왼쪽 큰길로 5~60m 내려가면 다시 삼거리입니다. 이곳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들어섭니다. 좌측으로 복숭아밭을 끼고 내려가는 큰길입니다.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길인데요. 150m 정도는 그늘이 없어 가을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걸었습니다. 다시 만난 플라타너스 가로수 그늘이 반가웠습니다. 플라타너스는 속성수라서 키가 크고 수형도 우람해서 보기만 해도 시원스럽습니다. 플라타너스 그늘에 들어서자 멀리 오송지가 보입니다. 건지산과 같이 작은 산속에 이런 저수지가 있다는 것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송지 주변에는 산책로가 있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습니다. 물은 잔잔하고 맑았습니다. 수면 위로 산 그림자가 아름답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철 늦은 연꽃 몇 송이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오송지에는 연꽃 외에도 많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전주생태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생태학습장으로 훌륭한 곳입니다.
특히 오송정(五松亭) 앞에 있는 습지에는 전주물꼬리풀 군락지가 있습니다. 전주물꼬리풀은 꿀풀과 물꼬리풀 속의 여러해살이풀로 1912년 전주에서 처음으로 발견 채집되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전주라는 시명을 붙인 이름으로 불렸는데요.
그 후 1969년 전주에서 사라졌으나 2013년 5윌 21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으로부터 인공 증식한 3.000본을 기증받아 전국 최초로 이곳에 이식해서 다시 전주에서 전주물꼬리풀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식물 2급인 전주물꼬리풀은 8월~10월에 꽃이 피는데요. 지금 한창 예쁘게 피었습니다.
혼불 문학공원 가는 길
오송지를 뒤로하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방향으로 걸으면 다시 길 양옆으로 편백나무 숲이 보입니다. 편백나무 숲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산림욕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서 오른쪽 능선길을 따라 오릅니다. 이곳에는 편백나무, 벚나무, 참나무들도 있지만 단풍나무가 특히 많은 구간입니다. 완연한 가을이 되면 이 구간이 참 예쁠 것 같습니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꽤 넓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구간이라는 의미입니다. 바닥에는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발이 편안합니다. 살짝 오르막인 길가에는 꽃밭을 가꾸었습니다. 화단에는 꽃무릇과 맥문동을 심었습니다. 맥문동은 꽃이 다 졌지만 꽃무릇은 막 꽃이 피기 시작해서 둘레길이 밝아졌습니다. 오르막을 오르면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옵니다. 혼불 문학공원 방향입니다. 왼쪽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왼쪽은 대나무 밭이고 오른쪽은 복숭아 밭입니다. 길은 내려가는 듯하다가 다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이곳은 단풍나무 숲길입니다. 혼불 문학공원까지 단풍나무숲이 이어집니다. 혼불 문학공원은 단풍나무숲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공원 안에는 전주에서 태어난 소설 ‘혼불’ 작가 최명희가 잠들어 있습니다. 혼불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던 최명희 작가는 제1부~제5부(전 10권)를 출간하고 1998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묘지 옆에는 젊은 시절의 초명희 작가의 얼굴 부조상이 놓여 있습니다. 불같이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온 작가의 삶을 젊음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주변에는 여러 개의 돌들이 놓여 있습니다, 돌에는 작가의 소감이나 소설 혼불 속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단풍나무가 붉게 물든 날 혼불 문학공원을 찾아 최명희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러 다시 와야겠습니다.
건지산 둘레길은…
혼불 문학공원에서 내려가면 큰 도로와 연결됩니다. 동물원으로 들어가는 삼거리입니다. 200m 정도를 걸으면 처음 출발했던 조경단 입구 주차장입니다. 이렇게 건지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건지산은 작은 산이지만 길게 이어져 있어서인지 참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조경단에서 시작해서 편백나무숲, 숲속 작은도서관, 복숭아밭 풍경, 오송지, 작가 최명희 이야기까지. 도시숲 건지산 둘레길이 있어 전주 시민들은 행복하겠습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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