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해외 숲을 가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4. 20. 17:14

괴테전망대에서 바라본 프랑크푸르트 숲과 도심

 

변우혁(고려대 교수)

 

프랑크푸르트 시유림(Frankfurt Stadtwald)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도시숲 사례로 꼽힌다. 왜냐하면 도시숲이란, 도시 안에서 공원처럼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생산하고 야생동물과 숲의 생태적 역할과 목재 생산까지 해 내는 숲을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그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숲이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도시숲은 시내 중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마인강(Main River) 남쪽에 넓게 자리 잡고 있으며, 폭 15km, 길이 6km에 달하는 거대한 숲이다. 여의도 면적의 약 15배에 달하는 1,500만 평의 거대한 이 숲에서는 도시민에게 휴양 제공은 물론, 깨끗한 공기와 물을 생산하며 일반 산림에서와 같이 목재 생산이나 수렵활동도 행해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도시숲의 상징 표지판_우리 동물들은 바깥에서 지내야 마땅하다.

 

독일 황제 카를 4세(Karl Ⅳ)의 황실림이었던 이 숲은 1372년에 프랑크푸르트시가 매입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숲의 역사는 인류 변천사와 궤를 같이하면서 숲의 이용 형태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숲도 중세기에는 인근 지역의 농부들이 사육하는 소, 돼지, 양, 염소 등의 방목지로 활용되면서 도토리를 얻기 위해 참나무를 식재하기도 하였는데, 그때 사용된 넓은 초지가 숲 서쪽에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다. 방목에 의한 삼림 피해가 심해지면서 프랑크푸르트시는 방목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였고, 1726년에 영림서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임업이 시작되었다.

 

1739년에 영림서 건물이 지어졌고, 영림서장 포겔(P. Vogel)은 이 숲을 측량하고 지도화하면서 산림축적 조사도 시행하였다. 1802년에 만든 영림계획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경영안으로 평가된다. 280여 년간 내려온 영림서에서는 열네 명의 영림서장이 재직했는데, 이들의 재임기간이 평균 20년이 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숲은 한평생을 숲과 함께 지낸 훌륭한 임학자들을 배출하였다.


숲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가 변화함에 따라 과거에는 목재 생산이 계획의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산림 휴양이나 그 밖의 숲의 다양한 기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280여 년간 내려오던 영림서가 도시녹지청 산하의 도시림과로 조직 개편되고 말았다. 영림서 조직이든 도시녹지청 산하에 있든 숲을 관리하는 데는 제도적인 것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영림서는, 긴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숲을 관리할 수 있는 책임자의 숲 철학과 사명감이 서려져 있는 매우 강력한 조직체라는 데 그 중요한 의미가 있다.

 

괴테전망대

 

괴테가 명상하던 쉼터

 

 

괴테가 명상하던 쉼터

 

‘괴테전망대’는 가장 잘 알려진 휴식 장소이며 역사성도 강한 곳이다. 이곳은 괴테가 즐겨 산책하며 쉬어가던 명상 코스로서 칸트나 스피노자와 같은 철학자가 숲을 거닐던 하이델베르크의 ‘철학자의 길(Philosophen Weg)’에 버금가는 곳이다. ‘괴테 쉼터(Goethe Ruhe)’는 이 숲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하여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숲의 가장 큰 특징은 프랑크푸르트 시민의 식수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대부분의 도시에서 식수 공급이 숲 속 지하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전체 시민의 하루 물 수요량 165,000m3 가운데 40%에 이르는 67,000m3의 식수를 매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숲을 통한 물 공급계획은 18세기 말부터 이미 계획되었고, 현재 15m 깊이의 지하수를 세 곳의 정수장에서 공급하고 있다.


숲이 지하수를 저장하고 필터링 작용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양질의 물을 값싸게 공급하는 경제적 기능에 대해서는 대체로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행하고 있는 광역상수원 시스템은, 원거리 수송에 따른 높은 설치비용과 더불어 상류지역의 토지 이용에 제한을 수반하면서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것은 국토 이용의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또한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고비용체계이다. 도시 안팎의 숲을 취수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숲이 곧 시민의 생명줄이기 때문에, 숲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는 것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되면서 숲이 가장 중요한 도시 인프라로 인정받고 있다.

 

숲의 물 저장능력은 수종(樹種)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너도밤나무가 122ℓ/m2로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참나무 49∼100ℓ/m2이며 소나무는 41ℓ/m2로서 생산량이 매우 낮다. 활엽수의 물 생산능력이 침엽수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1952년에는 활엽수가 56%를 차지했는데, 현재 63% 정도로 높아졌다. 

 

너도밤나무의 울창한 숲과 임도(林道)에 쌓아둔 벌채목

  

임도변 주차장

 

이곳의 산림 구성은 참나무 35%, 너도밤나무 22%, 소나무 30%, 독일가문비나무나 자작나무, 서나무, 더글라스 등의 기타 수종이 23%이며, 목재를 매년 균등하게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법정림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다음 그림은 영급(齡級)별로 산림 면적 구성비를 나타낸 것인데, 거의 모든 영급이 균등한 면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3영급만이 과도하게 높다. 이것은 1960년대에 대규모 태풍 피해로 인해 영급 균형이 깨어진 결과이다.


이 숲의 헥타르와 축적은 208m3로서 법정축적 362m3에 상당히 미달되고 있는데, 그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 나타난 산성비로 인한 피해 결과이다. 매년 생산되는 14,000m3의 목재를 헥타르당 수확량으로 환산해 보면 3.5m3 정도가 되는데, 이 수치는 독일 전국 생산림의 평균 수확량인 5.0m3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도심 속의 산림공원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이와 같이 목재 생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산림관리의 목표는 숲의 다목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시는 생태적 안전과 경관 유지 및 물 생산 등의 능력을 높이고자 현재 63% 정도의 활엽수 비율을 장기적으로 70%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토양 입지가 개량되어 가는 소나무 숲을 점진적으로 활엽수종으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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