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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이도백하의 미인송과 활엽수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4. 28. 11:05

 

 

글·사진 / 배상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이도백하에는 백두산이 자랑하는 미인송이 자라고 있는데, 그 이름이 말해 주듯이 줄기가 붉고 모양이 아주 아름답다. 미인송은 우리나라 소나무와 비슷하게 보이며 특히 강원도지역에 자라는 금강송과는 구별이 안 될 정도이지만 우리나라 소나무보다는 유럽의 소나무에 가깝다.

 

활엽수림 뒤의 백두산 원경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수종 중에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스레나무, 자작나무 등으로 하얀 수피가 특징적이다. 특히 수목한계선 지대에 자라는 사스레나무는 줄기가 하나가 아닌 여러 개로 나무의 높이도 아주 낮게 나타나 백두산 고산대의 수종으로 알려져 있고, 자작나무는 이보다 낮은 지역에 자라고 있으며 곧고 가는 줄기의 하얀 수피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류는 해발이 낮은 곳에 나타나는데 해발고 900m 이하에서 주로 분포하고 있다.

 

고산대의 사스레나무


 백두산의 북파지역에서 서파지역 사이에 있는 숲은 대부분 활엽수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지역을 곧바로 잇는 도로는 비포장도로여서 이동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특히 비가 오고 나면 폐쇄되기도 하는 오지의 도로이지만 이 도로를 지나면서 볼 수 있는 것은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활엽수림들이다. 도로는 비록 먼지가 많이 나지만 길가로 보이는 것은 온통 초록빛 숲으로, 현지에서 수해(樹海)라기보다는 임해(林海)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데 중국인다운 과장이 아닌가 싶다. 이 숲에 자라는 나무들은 자작나무, 피나무, 신갈나무, 느릅나무, 가래나무 등의 활엽수로 이 중 하얀 줄기의 자작나무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자작나무는 해발고가 높은 곳에서 자라지만 낮은 곳에서도 곧잘 자라는데 초록빛 숲속에 나타나는 곧게 자란 자작나무 줄기는 마치 숲속에 하얀 선을 그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임연부에 자라고 있는 자작나무는 도로나 밭의 경계를 표시해 주는 것같이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경계목으로 자작나무를 심은 곳이 더러 있다.

 

 이곳에는 활엽수들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활엽수 사이에 가끔 나타나는 침엽수인 잣나무가 있다. 비교적 추운지역인 이곳에 잣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잣나무와 신갈나무가 나란히 자라고 있는 모습은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 이곳에 자라는 신갈나무는 우리나라 중부지역에서 보는 신갈나무와는 그 모양과 크기가 완연히 다르다. 우리나라 저지대의 신갈나무는 대부분 줄기가 여러 개이면서 구불구불하며 나무의 높이도 높지 않지만, 백두산지역의 신갈나무는 줄기가 하나로 아주 곧게 자라며 나무높이가 잣나무나 전나무보다 크게 자라고 있어 신갈나무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신갈나무와 잣나무


 신갈나무가 자라고 있는 지역에 흔히 나타나는 활엽수종은 피나무, 느릅나무, 가래나무, 황철나무 등으로 우리나라 산간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어서 더욱 친근감이 든다. 이 지역의 활엽수들은 나무의 나이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기후의 차이 때문인지 키도 크고 굵은 것이 색다르다. 특히 계곡부에 자라는 황철나무는 나무 높이가 30m가 넘고 흉고직경도 1m에 달하여 계곡부에 자라는 나무 중에서 가장 먼저 알아볼 수가 있다. 특히 계곡부에 자라고 있는 가래나무는 키가 작아 보이지만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면 굵기가 50㎝ 이상이고 키도 30m에 달한다. 길가에 고사된 가래나무는 하얀 줄기에 가래나무 특유의 수형을 보이고 있어 초록빛 숲속에서 눈에 띄게 만든 조형물처럼 보인다.


 백두산 외곽지대의 활엽수림은 백두산을 둘러싸고 임해를 이루고 있으며, 늘 백두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더 돋보인다. 특히 백두산 정상이 구름에 덮여 있을 때 완만히 정상으로 향하고 있는 능선을 보면, 백두산이 해발 2,744m의 높은 산이 아니라 완만한 동산처럼 느껴진다. 제주도 한라산이 바다에서 보면 동산같이 보이는 것처럼 이곳의 백두산이 산악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먼 곳의 산자락에서 정상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렇게 활엽수 천연림이 자라고 있는 숲을 대면적으로 벌채하여 속성수를 조림하고, 일부는 개간하여 인삼밭으로 가꾸고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인삼이 우리나라로 수출된다는 말에 씁쓸한 기분 금할 길 없다. 많은 인구가 살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천혜자원인 숲이 단기적인 경제 목적을 위해 사라진다는 것은 큰 손해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활엽수림도 건조기에는 산불로 인하여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산불감시탑이 세워져 있다.


 비포장도로를 지나면 서파지역의 중심도시인 이도백하(二道白河)가 나타난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3∼4시간에 이르지만 다양한 숲과 풍경이 사람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이도백하에는 백두산이 자랑하는 미인송이 자라고 있는데, 소나무 종류 중 하나인 미인송(美人松)은 그 이름이 말해 주듯이 줄기가 붉고 모양이 아주 아름답다. 전설에 따르면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송에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있는데 송풍과 라월이라는 남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소나무에 붉은 줄기를 갖게 하고 숲을 이루었다 하여 송풍라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인송은 우리나라 소나무와 비슷하게 보이며 특히 강원도지역에 자라는 금강송과는 구별이 안 될 정도이지만 우리나라 소나무보다는 유럽의 소나무에 가깝다. 이러한 차이는 미인송의 학명인 Pinus sylvestris var. sylvetrisformis와, 유럽소나무의 학명인 Pinus sylvestris로써 미인송이 유럽소나무의 변종임을 말해 주고 있고, 우리 소나무의 학명이 Pinus densiflora이어서 미인송과 우리나라 소나무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인송 노령목


 미인송은 이 지역에서만 자라는 소나무 종류로 이름이 말해 주듯이 나무의 모양이 대단히 아름답다. 미인송이 숲을 이루고 자라는 곳은 이도백하 시내에 인접하고 있어 숲 사이로 포장도로가 나 있으나 미인송의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쳐 놓은 곳도 있다. 미인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는 미인송의 아름다움을 쉽게 알아볼 수가 없지만 단목형태로 서 있는 노령목의 붉은 빛을 띤 곧게 자란 줄기와 우산모양 수관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미인송은 그 아름다움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라는 희귀성 때문에 특별히 보호받고 있다. 최근에는 때늦은 폭설이 봄철에 내려 미인송이 피해를 받게 되자 소방차와 풍력소화기를 동원하여 나무에 쌓인 눈을 떨어내어 20ha에 달하는 미인송림을 구해 낼 정도로 국가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이도백하의 미인송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