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지혜로워서 더 예쁜 소나무꽃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16. 15:43

봄인데 비자 자주 내립니다. 주말에 또 비소식이 있습니다. 덕분에 올해 산불은 그래도 심각치 않게 너머가고 있습니다. 엊그제 내린 비로 생긴 야트막한 물엉덩이를 보니 노랗고 미세한 가루들이 둥둥 떠다니네요. 세워놓은 자동차 차창을 닦으니 노랗게 뭍어 나오네요. 꽃가루이지요.

 

요즈음 보이는 것들은 소나무, 곰솔 또는 리기다소나무와 같은 소나무류들의 꽃가루일 터이니 일명 송화(松花)가루가 됩니다. 소나무에게 있어서 꽃가루는 수꽃에 달렸다가 가능한 한 멀리 퍼져나가 성공적으로 암꽃을 만나고 결실을 맺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천인 꽃가루들을 보면 우연 속에서 필연을 만들어가는 이 나무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느껴집니다. 꽃가루가 날아다니는 기간은 나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5일에서 10일 정도랍니다. 사람들은 이를 이용하지요. 송화다식 말입니다. 꽃가루를 잘 말려 체로 걸러 고운 가루로 만든 후 꿀이나 조청으로 반죽하여 예쁜 다식판에 가지가지 모양으로 찍으면 전통과자가 됩니다. 때론 색을 넣기도 하는데 모양도 좋지만 영양도 그만입니다.

 

다시 소나무 이야기로 돌아가서,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에 닿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수꽃이 위에 있을까요, 아니면 암꽃이 위에 달릴까요? 쉽게 생각하면 수꽃이 위에 있어야 암꽃에 다가가기 쉬울 듯합니다. 하지만 반대입니다. 암꽃이 위에 달립니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식물이 웬일이냐 싶으시겠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같은 부모를 가진 수꽃과 암꽃이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배려한 것입니다. 근친결혼을 하면, 즉 유전자가 같은 것들이 만나면 열성이 나오고 다양성이 떨어져 결국은 그 종이 도태하게 되지요. 한 가지 부수적인 이득도 있는데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수꽃은 쓸모가 없어서 떨어져 버리지만 암꽃은 계속 열매로 커나가야 하기 때문에 생장이 왕성한 줄기 끝에 달리는 것도 아주 유리한 점이지요.

 

지금 문밖에 나가 소나무 꽃들을 찾아보십시오. 암꽃은 발그레한 빛인데 새로 난 줄기 그래서 올해 만들어질 잎이 삐죽삐죽 돋아 나오는 듯 보이는 그 분녹색 새순의 끝에 달립니다. 크기가 새끼손가락 손톱만할까요? 자세히 보면 솔방울과 같은 구조를 가진, 예쁜 축소판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암꽃입니다. 수꽃은 한 자리에 아주 많이 달립니다. 새로 난 가지 아래쪽 지난해 자란 가지가 만나는 곳에 노란 방망이처럼 생긴 것이 여러 개가 달려 있습니다. 화려한 꽃잎도 없이 살아가는 이 꽃들의 지혜를 엿보며, 발견의 기쁨을 느끼며 가는 봄의 마지막 자락을 붙잡아 보십시오.

 

불현듯 붉디 붉은 오미자차와 송화다식 몇 개 앞에 놓고, 마음 편한 벗과 함께 나무이야기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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