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1년(2기)

지리산 아빠

대한민국 산림청 2011. 4. 2. 14:06

지리산 아빠  

 

 

산림청 대학생 블로그 / 강진경 

 

 

빠는 등 뒤에 유치원생 아이쯤은 가뿐히 들어갈 것 같은 가방을 둘러매고, 머리 크기에 비해 작은 모자를 애써 우겨넣은 다음 목에 커다란 카메라를 걸었다. 준비완료.

 

"간다."
"네, 다녀오세요."

 

그렇게 아빠는 오늘도 산으로 떠났다. 다시 제 발로 내려와야 하는 산을 왜 굳이 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쁜 숨을 내쉬어가며 올라가겠다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빠처럼 주말마다 그 사서고생을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빠는 늘 나에게 대학생이 되면 지리산 종주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동아리는 꼭 산악부를 들어라, 아빠는 세뇌라도 시키려는 듯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꼭, 꼭 산에 가야 한다고. (물론 나는 아빠의 세뇌작업에도 불구하고 산악부에는 들지 않았다.)

 

내가 그런 아빠의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직접 산에 가 본 다음이었다. 아빠는 "넌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약속을 한 다음에야 나를 지리산으로 이끌 수 있었다. 가장 좋은 피서는 집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채 피서길 고속도로 정체 방송을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큰 결심이었다. 그렇게, 지리산 피아골에 갔다.

 지리산 피아골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土旨面) 내동리(內東里) 소재 연곡사에서 반야봉(般若峰:1,751m)에 이르는 연곡천 계곡. 길이 약 20km.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의 중턱에서 발원한 맑고 풍부한 물이 임걸령 ·불무장 등의 밀림지대를 누비며 피아골 삼거리 ·연곡사 등을 지나 섬진강으로 빠진다. 폭포 ·담소(潭沼) ·심연이 계속되는 계곡미가 뛰어나다. 특히 이곳의 단풍은 지리산 10경(景)의 하나로 손꼽힌다. 출처 : 네이버 테마백과사전

 

피아골은 맑은 공기에 유난히 웃음소리가 크게 울리는 곳이었다.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귓등을 간질이고, 조용히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자장가를 대신하는, 알 수 없는 새들의 지저귐이 아침을 알리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에 온 아빠의 얼굴은 유난히 좋아보였다. 늘 새까만 양복에 목을 옭죄는 넥타이를 매고 있던 아빠의 모습과는 달리, 목이 잔뜩 늘어난 티셔츠에 헐렁한 반바지를 입고 계곡물 속에서 나에게 물장난을 치는 아빠의 얼굴은 아빠가 늘 산에 가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계곡물에서 장난을 치다가 텐트 안에서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던 나와 달리 새벽같이 일어나 배낭을 둘러매고 산에 다녀온 아빠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을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안치환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中

 

아빠는 아직도 나에게 산악부에 들어야 한다고, 꼭 산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왜 힘들여가며 산에 올라야 하는 거냐고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있다.

 

그래도, 이왕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이다. 아빠가 볼 수 있었으니 나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언젠가는 지리산으로 올라가 볼까한다.

 

얼굴을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마저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우리 산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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