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향이 가득한 목재집으로 혼저 옵서예!
고층 아파트단지로 가득한 서울의 야경
한 때 나도 화려한 집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도심 속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했왔던 나는 매일 퇴근길 버스 차창 너머로 보이는 고층의 아파트단지들을 바라보면서 어린아이처럼 시샘어린 눈빛으로 '나도 얼른 저런 도심 속의 한복판에 내 집을 갖고 살아야지.' 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서른이 넘어서부터 집에 대한 나의 생각에는 많은 변화가 오기 시작하게된 것이었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내가 고향인 제주도로 귀향을 선택한 이후부터이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의 통나무집(제주도의 모습과 비슷한 풍경)
늦깎이 대학생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유로 나는 지금 시내를 벗어나 제주대학교 근처산천단이라는 곳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산천단은 지명부터가 왠지 영험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름처럼 산동네에 위치하고 있어서 평소에도 습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요새 같은 장마철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국산목재주택 상설전시관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국산목재주택의 모습
국산목재주택 상설전시장의 주변모습
산림조합중앙회에서 마련한 국산목재주택전시장 주변은 작은 공간에 녹음이 가득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소담스럽게 심어 놓은 작은 묘목들과 귀여운 녹색의 풀들이 숨을 쉬는 것만 같았다.
목재주택상설전시장 주변의 비닐하우스 안
오일시장에서 파는 갓 따온 상추처럼 싱싱해 보이는 그 상추는 왠지 식욕을 당겼다. 당장이라도 삼겹살에 된장을 찍어서 상추쌈을 해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지만 이내 호박꽃의 노오란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넝쿨째 굴러온 호박
넝쿨째 굴러온 호박꽃 호박넝쿨을 따라 올라 시선을 옮겨 보았더니 노오란 호박잎이 나를 반겨 주었다. 마치 나를 향해 활짝 웃는 것처럼 보였다. 비가 내린 후라 그런지 호박덩굴 줄기가 기운을 내서 더욱 쭈우욱 하고 줄기를 뻣어 나가는 것 같아 보였다. 시장통에서 보던 채소들을 보니까 저녁밥 생각도 나는 식욕을 자극하는 산책이라고나 할까? 하우스 안에서 각종 채소들의 기운이 나에게까지 전해져서 모처럼 산책을 나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산책하러 자주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걸어서 10분 안 팎가까운 거리에 이렇게 어여쁜 들꽃들이 옹기종기 피어있는 이런 곳을 모르고 살았다는게 한심스러웠다. 자연이 살아있는 매력적인 곳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관심을 갖지 않고 다른 매력적인 곳만 찾아 돌아다녔었다.
산천단 곰솔나무 안내표지판
산천단 곰솔나무
나무 숲 터널을 지나면 솔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데, 하늘로 솟아오르다 가지를 늘어뜨린 곰솔 나무 아래의 이끼를 먹은 제단은 정적 속에서도 수백 년의 역사를 말해준다. 나무 사이에 앉으면 신제를 올렸던 선인들처럼 깨끗한 마음의 바다 속으로 빠져 들게되는 신성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조금은 독특한 방문지. 혼자만 가보는 나만의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산천단으로 천연기념물 곰솔나무를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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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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