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숲에는 아름드리 나무와 키 작은 나무, 그리고 다른 식물을 감싸 안고 돌아가는 넝쿨성 식물과 소박한 풀꽃을 피워내고 스러지는 초본까지 다양한 식물이 있다. 또한 기주에 기대어 사는 기생식물과 숲의 바닥을 기듯 자라나는 이끼나 버섯 같은 균류들까지...
이들은 수명이 짧거나 길기도, 혹은 무성함을 자랑하거나 초라하여 볼품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지며 숲을 풍성하게 만든다.
수려함을 자랑하는 큰 나무는 그늘이 있어 쉴 곳을 자랑하고, 병꽃나무, 댕강나무, 국수나무나 개나리 등의 작은 나무들은 더불어 사는 것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며 끼리끼리 뭉쳐난다. 기껏 한 해나 두해를 살아내는 초본들은 때로는 잡초로 취급 받으면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들고 나며 말없는 질서를 이야기 한다.
앉은부채
큰 나무 아래 그늘을 원하는 사람들과 관목처럼 뭉쳐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덧없이 스러지는 잡초나 나지막한 키의 야생화 따위가 안중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박한 행복은 낮은 곳을 살펴보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볼 수 없는 나지막이 피는 작은 꽃들에게서 종종 발견되곤 한다.
이른 봄,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복수초는 아직 녹지 않는 눈 속에서 태양빛을 빠닥한 꽃잎으로 받아들여 주변의 눈을 녹이고, 그 녹아진 땅으로 벌레들을 초대해 쉴 수 있도록 하는가 한다. 꽃처럼 보이는 포를 이용해 꽃을 보호하는 앉은 부채의 모습에선 얼핏 어머니의 지혜가 느껴진다. 또한,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너도바람꽃은 나지막한 자세로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온 몸으로 꽃송이를 받들고 서있으면서도 씨앗이 영글어 터져 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꼿꼿함을 보인다.
생육환경도 각각 달라서 복수초는 공중습도가 높고 물 빠짐이 좋은 땅을 선호하고, 앉은부채는 습한 곳에 넓게 뿌리를 내리며, 너도바람꽃은 계곡 물가 주변 잔 돌들이 많은 곳에 터를 잡아 영역을 분명하게 하니,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너도바람꽃
너무 낮은 곳에 있어 허리를 굽히거나 무릎을 꿇지 않으면 자세히 볼 수 없는 작은 꽃들... 그들에게 다가가 겸손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혔을 때 비로소 그들이 지닌 참 아름다움과 지혜를 보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미처 보지 못했던 행복과 아름다움을 수 없이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