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3년(4기)

고즈넉한 산사의 아침 풍경소리 들으며 소요하기

대한민국 산림청 2013. 2. 14. 09:46

고즈넉한 산사의 아침

풍경소리 들으며 소요하기 

 

 

산림청 블로그 기자단 김민주

 

 

 

 청평사에서 방하착(放下着)
 산림청 블로그 기자단 도시에서의 삶이 버거워질 때

특별한 선물을 받고 싶을 때
줄 밖에 서서 여유로움을 누리고 싶을 때
떠나라, 당신!

 

공항, 역, 터미널, 선착장의 공통점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곳이다. 발길이, 마음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떠남은 다시 돌아올 것을 전제한다. 아니,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이왕이면 강과 산이 함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흐르는 강물위에 삶의 찌꺼기들을 흘려보내기 위해, 그리고 치유의 숲에 무거운 나를 내려놓기 위해. 춘천의 대표 유적지이면서,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천년고찰 청평사가 그런 곳이다. 섬 속의 절, 배를 타고 들어가는 절이다. 지금은 부용계곡을 따라 도로가 놓여 있어 차로도 쉽게 갈 수 있지만 소양강 댐을 먼저 구경하고 선착장으로 향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주변 명소 오봉산, 부용산, 부용계곡도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쯤 호수를 가르고 가면 청평사가 나타난다. 소양호에서 청평사까지 가는 배시간은 평일 30분에 한번 출발한다. 선착장에 내려서 1㎞의 오롯한 산길을 이용해 찾아가는 청평사는 신흥사(神興寺)의 말사(末寺)다. 1089년(선종 6) 이의의 아들인 이자현(李資玄)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자 도적이 없어지고 호랑이와 이리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에 산 이름을 청평(淸平)이라 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  
 

 


어느 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길을 걷고 있었다. 어느 순간 발을 헛디뎌 벼랑에서 떨어져서 혼비백산 하면서도 간신히 나뭇가지 하나를 붙들고 살아날 수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이가 들을 수 있도록 살려달라고 소리 쳤다. 마침 그 길을 선승이 지나가다 어떻게 된 것인지를 물었다. 자신은 봉사인데 길을 잘못 들어 낭떠러지에 떨어졌는데, 다행히도 나뭇가지를 잡아서 이렇게 매달려 있으니 빨리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선승이 그가 있는 곳을 보니 손만 놓으면 바로 땅바닥에 닿을 수 있는 곳에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선승은 그에게 손을 놓으면 바로 땅바닥이니 나뭇가지를 놓으라고 했지만, 그는 믿지 않고 계속 살려달라고 애원 하는 것이었다. 그는 점점 힘이 빠져가는 것에 절망했다. 그러다 힘이 빠진 그가 손을 놓으며 이젠 죽는구나, 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금세 땅바닥에 발이 닿은 그는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얼른 갈 길을 가버렸다. 방하착(放下着)의 유래다.

 

호젓한 숲길을 들어서면서 소요의 발걸음이 고즈넉한 산사에 잘 어울린다. 마치 광고의 카피처럼'잠시 내려놓아도 좋습니다'이런 말을 누군가 건네는 것 같다.


방하착(放下着). 방(放)은 놓는다는 뜻이고 하(下)는 아래라는 뜻이고 착(着)은 동사 뒤에 붙어 명령이나 부탁을 강조하는 어조사라고 한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시는 무소유와 일맥상통 할 것이다. 내려놓기. 아집 버리기.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붙잡고 있는 것들. 이거 놓으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생각되는 한 가지. 손 안에, 가슴 속에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거기에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곱 가지 감정, 희(喜)·노(怒) 애(哀)·락(樂)·애(愛)·오(惡)·욕(欲)도 포함될 것이다.

 

 


  

산사로 가는 길은 호젓하다. 몹시도 추워서인지 드문드문 보이는 연인들과 가족나들이 객이 간혹 보인다. 산사로 가는 초입에 다다르자 여느 산이나 절의 입구와 같이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호객 행위는 여전하지만 정감 있다. "여기서부터 청평사까지 왕복 한 시간 거리입니다. 돌아오시는 길에 저희 집으로 오셔서 따끈한 비빔밥 먹고 가세요." 아저씨라고 하기에는 젊고,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세월이 묻은 남자가 순하디 순한 얼굴로 웃으면서 말한다. 호객이라기엔 너무 친절하고 어눌한 음성이다. 닳고 닳아 매끄러운 말솜씨보다 서툰 진실함이 사람을 사로잡는다. 
 

 


청평사는 높이 9m의 구송폭포와 유리알처럼 맑은 물과 주위의 경관이 빼어난 청평사계곡을 끼고 있다. 구송폭포는 주변에 소나무 아홉 그루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 위쪽에 사람이 쉴 수 있는 구송대가 있다. 구송 폭포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아홉 가지 폭포 소리가 들린다고 하여 고성폭포라고도 불리며 춘천의 3대 폭포중 하나다. 폭포는 얼어붙었지만 물은 거울처럼 맑다. 내가 움켜쥐고 놓지 못하는 것이 무언지 마음의 거울이나 되는 것처럼 들여다본다. 


 


청평사에는 당나라 공주와 관련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중국 당나라 태종의 딸 평양공주를 사랑한 청년이 있었다. 태종이 청년을 죽이자 청년은 상사뱀으로 환생하여 공주의 몸에 붙어살았다. 당나라 궁궐에서는 상사뱀을 떼어내려고 여러 치료방법을 찾아보았지만 효험이 없었다. 공주는 궁궐을 나와 방랑하다가 청평사에 이르렀다. 동굴에서 하룻밤 자고 연못에서 몸을 씻은 공주는 스님의 옷인 가사를 만들어 올렸다. 그 공덕으로 상사뱀은 공주와 인연을 끊고 해탈하였다. 그 후, 공주는 당나라의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 청평사를 고쳐 짓고 탑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이때 세운 탑을 공주탑이라고 하고 공주가 목욕한 곳을 공주탕이라고 하였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 승현 선사가 세워 백암선원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뒤 몇 번에 걸쳐 고치고 절을 넓혔는데 청평사로 이름을 바꾼 것은 조선 명종 5년(1550) 보우선사가 이곳에 와 다시 고쳐 세운 뒤부터이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2010년 춘천 청평사 고려선원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70호로 지정했다.
 

 

 


산사의 고즈넉한 담벼락 위의 눈은 정갈하고,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우아한 곡선이 유려하면서도 단정해 마음까지 단정해 진다. 하얀 눈 속에 모든 것을 파묻고 싶은 마음이 문득 솟아오른다.   
 
 

 

 

 

 


청평사의 회전문(廻轉門)은 보물 제164호로 지정되어 있다. 흙 담을 만들지 않고 창살을 달아 만든 형태로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려는 의미의 문이라 한다. 뒤에 보이는 산은 오봉산이다.

 

 

 

 

종루범종과 법고, 운판, 목어의 사물이 봉안되어 아침, 저녁 예불 때 사물을 치는 곳으로
범종은 지옥중생을 제도하고, 법고는 축생을 제도하며, 운판은 하늘을 나는 새를 제도하며, 목어는 물고기를 제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청평사 법당 중창불사 공덕비. 6.25때 소실된 법당은 다시 재건되었다.

 

 

 

 

 

 

한줄기 햇살이 희망처럼, 약속처럼 산사의 눈 덮인 기와 위로 내려앉는다. 

 

 

 

뎅그렁 뎅그렁, 풍경 소리가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게 한다. 눈먼 남자의 나뭇가지처럼, 움켜잡고 놓지 못하는 것이 무언지······. 청명하게 퍼져가는 투명한 소리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듯 천천히 마음을 짚어본다. 마음의 눈을 켜고 마음의 귀를 열고 듣는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절 앞에서 인두화를 주문했던 모양이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된 장소, 혹은 그 사람과 함께 한 장소와 공유된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확장시키는 것 같다.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함께 내다보기를 원할 것이다. 이곳을 찾은 것을 보면 믿음이라는 갑옷으로 무장한 사람 같아서 세상의 비바람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천년을 사는 나무에 두 사람의 변치 않는 사랑을 기념하는 그림은 아마도 오랫동안 두 사람의 청평사 행을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 두 사람의 약속을 그리는 장인의 손은 정직하고 꿋꿋하다.

 


내려오는 길 장수 샘에서 목을 축인다. 레테의 강을 건넌 것처럼 도시의 묵은 때를 벗겨져 나간다. 결국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말이 맞다. 다시 생활의 터전으로 돌아오지만 그 발걸음은 가볍다.

 

든든한 방패막이 하나 가지고 내려온 듯 또 얼마 동안은 도시의 삶을 견뎌 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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