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다.
어젯밤에 내린 눈으로 온통 산과 들이 하얀 융단을 깔아 놓은듯하다.
오래전부터 청주 인근의 산을 둘러보며 식생조사를 하는 생태탐사반과 함께 아침 일찍 산행에 나선다.
오늘의 목적지는 청원군 낭성면 이목리에 위치한 앉은 부채 자생지이다.
잦은 비와 눈이 내린 탓에 낭성 농협 앞에 차를 세우고 개울가를 따라 산을 오른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개울가에 버들강아지가 살포시 웃으며 우리를 반긴다.
아직도 자손을 퍼뜨리지 못한 쥐방울덩굴 열매가 매서운 바람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애처롭다.
그 위로 유리산누에나방이 겨울나기를 준비한 고치가 보인다. 일행중에 하나가 강원도에서는 팔마구리라 불렀다고 한다. 오줌싸개 친구나 침을 흘리는 친구가 있으면 이것을 따다가 달여 민간요법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대왕참나무 밭을 지나 둑으로 오르다 이리저리 미끄러지며 엉덩방아 찧기를 여러 번 드디어 우리가 보고파했던 앉은부채가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들려다보며 관찰을 한다. 위에서 이리저리 둘러도 보고 앉아서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무릎을 꿇고 앉아 관찰을 해 본다. 한참을 관찰하다 발견한 것이 있다. 여느 식물과는 다르게 앉은부채가 나 있는 곳 주변은 눈이 녹아 구멍을 뚫고 새순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다. 그렇다. 우리는 식물은 체온을 갖고 있지 않다. 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앉은부채는 생장점의 온도가 무려 섭씨 40도나 된다고 한다.
추운겨울에도 눈과 얼음 속을 뚫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실제로 온도차이가 날까? 하고 꽃속의 온도와 불염포 밖의 온도를 재어보니 5도 정도 차이가 났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체험해 보며 식물을 관찰하는 즐거움이야말로 생태탐사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다. 앉은 부채꽃은 2월부터 스스로 열을 내면서 언 땅을 녹이고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천남성과 식물이다.
꽃모습이 부처가 앉아 수행하는 모습과 같다 하여 앉은 부처, 앉은부채 또는 좌선초라고 부른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뿌리줄기를 약용으로 활용한다. 진해, 거담, 파상풍, 이뇨제등에 쓰인다고 하는데 약용으로 활용시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듯싶다. 천남성과 식물들의 대부분이 독성이 있다는 것쯤은 인지해 두었으면 한다.
어린잎은 우려서 나물로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열매는 잎에 대는 순간 독성이 느껴진다. 아주 강한 쓴맛을 맛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 번 다시는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