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 길, 자연과 역사를 품다
산림청 블로그 주부 기자단 오성희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고 추웠던 겨울 끝에 우이령 길을 찾았다. 나는 사실 4년 전 우이령 길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방문한 이유는 우이령 길이 41년 만에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우이령 숲길은, 나와 같이 들뜬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우이령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교현리를 연결하는 작은 길로 북쪽의 도봉산과 남쪽의 북한산을 구분하는 경계이다. 또한 우이령은 소의 귀처럼 길게 늘어졌다고 해서 쇠귀고개라고도 불리운다.
우이령은 1968년 무장공비(김신조사건)의 청와대 침투사건으로 군부대와 전투경찰이 주둔하면서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었었다. 그러나 우이령 길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거론되면서, 국립관리공단에서도 우이령 길을 사람들에게 개방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이령 길의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해 친화적인 탐방로 정비 공사를 하고, 41년이 지난 2009년 7월에 탐방예약제로 드디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허락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그곳의 숲과 계곡에는 희귀종의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자연의 생태계가 그대로 잘 보존 되어 있었다.
우이령 길 입구에서 교현 우이령 길까지는 비단길이 부럽지 않은 부드러운 마사토와 흙길로 되어 있어, 맨발로 걸으며 자연의 길을 체험을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잘 닦아진 평탄한 길에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조화를 이루며 가벼운 산책로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 길은, 휴식과 자연의 맛을 느끼며 참된 쉼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목재데크를 따라 이어진 탐방로 숲에는 오리나무, 산사나무, 광대싸리, 병꽃나무, 산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었다.
키 작은 국수나무는 숲이 파괴되지 않게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어, 숲길에서 길을 잃어 버렸을 때 국수나무만 따라가면 된다고 할 정도로 숲의 지킴이가 되어주는 중요한 나무이다.
우이령 정상(330m)에는 대전차 장애물(고가낙석)이 있다. 이것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 전차의 진입을 막기 위한 군사 시설로, 오늘날은 남북대치의 상징물로 여겨져 남아 있다. 그 옆에는 개통비가 세워져 있는데, 이것 역시한국전쟁 때 미군이 세운 것으로 좁은 우이령 길을 작전 도로로 사용하기 위해 길을 넓히고 차량통행이 가능하게 한 것을 기념하기위해 세운 것이다.
또한 사방사업 기념비도 있었는데 이것은 1960년대에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방 공사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소요예산 항목에 현금과 양곡이 기재되어 있어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교현리 쪽으로 내려가면 천년고찰인 석굴암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석굴암은 신라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며, 붉은 빛깔로 휘어진 노송들이 석굴암 범종각 앞에 우뚝 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추녀 끝 바람결에 휘날리는 풍경소리, 새삼 '댕그랑'하고 울리는 그 소리가 순간 얼마나 절절하도록 아름답게 들려오던지 눈을 감으면 그 소리를 볼 것만 같았다.
계곡 아래로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는 소리다. 이미 우이령 숲은 수런거리고 나무는 수액을 빨아 올려 가지 끝마다 생기를 불어 넣어 겨울잠을 털어 낼 것이다.
우이령 길에는 샛길이 없다. 우이 우이령 길과 교현 우이령 길 양쪽에서 시작하여 반대쪽으로 넘어 갈 수 있을 뿐이다. 6.8km으로 이어진 우이령 길은 북한산 둘레길 마지막 코스인 21구간이기도 하다.
되돌아 내려오는 길 가장자리에 눈 속에 묻혀 있는 야생화 화단이 보였다. 추웠던 만큼 더욱 고운 색으로 꽃을 피워 내리라 기대해본다.
우리령 길은 도심에서 멀지 않고 찾아가기 쉬우며, 자연친화적인 길이라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이제 곧 더욱 무성한 숲으로 어우러질 우이령 길을 생각하며 발걸음이 설렌다.
우이령 길은 탐방예약제로 사전예약 및 신분증 지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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