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롭고 정답지만 아쉬운
그 이름, 미스 김 라일락
산림청 파워블로거 / 산타벨라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요맘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노래.
'라일락 꽃향기'라는 말 앞에서는 항상 가슴 한 구석이 찌르르~해지는 것을 느끼며 누구라도 잠시잠깐이나마 지나간 옛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의 집집마다 허름한 담장 옆에 서서 눈부신 봄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고 급히 집으로 돌아가던 내 발걸음을 붙잡고 두 눈을 살포시 감게 하던 마술 같은 그 향기.
오늘의 주인공은 그 향기를 가진 미스 김 라일락(Miss Kim Lilac)입니다.
'미스 김'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친근함을 주어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붙인 이름인가 싶지만, 이 이름은 유통명이 아닌 국제적으로 공인된 녀석의 정식 명칭이랍니다(학명: Syringa patula 'Miss Kim').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키 큰 꽃나무인 라일락과는 달리 화분에 심어 기를 수 있는 왜성 식물(왜성(矮性) : 생물의 크기가 그 종(種)의 표준 크기에 비하여 작게 자라는 특성)이에요. 그래서 난쟁이 라일락이라는 별명도 있지요.
'미스 김 라일락'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 직 후 미국의 식물전문가가 들어와 우리 고유의 수종인 정향나무의 씨앗을 가져다가 새로이 만든 품종이에요. 이 미국인이 우리나라에 있을 때 자신의 일을 도와주었던 여성의 성을 따서 미스 김이라 붙였다고 해요.
이 녀석은 다 자라도 1 미터가 좀 넘을까말까 한 아담한 키와 매혹적인 향기로 다른 나라에서도 큰 인기가 있는 식물인데, 지금 우리는 외국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거꾸로 사들이고 있는 씁쓸한 현실이랍니다.
어찌 '미스 김 라일락'만 그런가요? 19세기 후반부터 본격화 된 열강의 침탈이 우리나라의 식물의 종자 수탈에도 예외 없이 진행되어 우리 고유의 많은 자생 식물이 그들의 손에 넘어가서 지금은 우리가 역수입하고 있는 웃지 못할 현실. 정말 속상합니다.
자, 미스 김 라일락이라는 이름, 알고 보니 친근함 못지않게 큰 아쉬움이 남는 이름이지요?
일반 라일락에 비해 작고 둥근 편이며 살짝 물결치는 형태를 가진 잎은 가을에 낙엽이 지고 맨몸으로 겨울을 났다가 봄에 부활합니다.
앙상한 줄기만 남아 기나 긴 겨울을 보낼 때는 '과연 이 녀석이 살아있는 것일까?'하는 깜깜한 생각이 들게도 하지만 계절이 바뀌는 걸 어찌 아는지 봄이면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새잎으로 나에게 새 희망을 갖게 해준답니다. 
좁쌀 같이 작디작은 앙증맞은 꽃봉오리가 보랏빛으로 피었다가 점점 흰색으로 바뀌어가며 진한 향기로 집안을 가득 채우는, 그 향기에 매료되는 봄날의 여유.
그러면서도 우리의 자생식물을 지키는 일이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녀석에게 심각한 눈길을 돌려봅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생물들이 더 이상 너와 같은 운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미스 김~
 미스 김 라일락 잘 키우는 방법
1. 알맞은 햇빛 쪼이기 : 직사광선이나 그에 가까운 아주 밝은 햇빛.
2. 올바른 물주기 : 물 빠짐이 좋은 흙(분갈이 흙 : 굵은 마사토 = 2 : 1)에 심고 화분의 겉흙이 말랐을 때 흠뻑 준다.
3. 영양 공급 : 봄과 가을에 작은 알갱이 비료를 흙에 섞어 주어 물을 줄 때마다 영양분이 녹아 흡수되도록 한다.
4. 번식 방법 : 꺾꽂이
5. 월동 : 전국 노지월동 가능. 실내에서 키울 경우 따뜻한 곳에만 두면 이듬해 꽃이 덜 피므로 조심한다.
6. 수형 다듬기 : 꽃이 진 뒤, 길게 자란 가지를 짧게 잘라 아담하게 만들어 주면 키가 크지 않으면서 가운데 줄기가 굵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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