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택식물원, 자연 속을 거닐며
산림청 블로그 주부 기자단 오성희
산과 나무, 꽃들과 눈 맞추기에 좋은 계절, 한껏 푸르른 나무들은 치마폭처럼 산과 들을 감싸며 녹색의 길들을 만들어 놓고,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 산천을 메우는 초여름입니다. 나에게는 디딤돌 같은 친구와 함께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택식물원을 다녀왔습니다. 김포에서 그곳까지의 거리를 네비게이션으로 확인해보니 100Km가 넘는 제법 먼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망설이다 나섰는데 막상 한택식물원에 도착을 해보니 그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차에서 내렸을 때, 우리를 먼저 맞이해 준 것은 식물원 주차장 건너편에 조성되어 있는 ‘수생식물원’이었습니다. 먼저 발목을 잡은 그곳에는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이 눈부신 햇살아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무리지어 가득 피어있었습니다. 지그재그로 놓인 목재 데크를 따라 한참 만개한 꽃들과 나무를 바라보니, 먼 길을 달려온 수고로움은 어느덧 잊혀졌습니다.
한택식물원은 1979년에 설립되어 현재 20만평의 규모로 36개의 테마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생식물 2,400여 종과 외래식물 7,300여 종 등 총 9,700여 종, 1,000여 만 본의 식물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종합식물원입니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한택식물원을 희귀멸종위기식물 식물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 64종(1급 식물 8종, 2급 식물 56종)을 지정식물로 정하고 있으며, 이중 10종(개병풍, 둥근잎꿩의비름, 미선나무, 산작약, 대청부채, 순채, 히어리, 연잎꿩의다리, 깽깽이풀)을 한택식물원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 교육청이 지정한 현장체험학습 지정기관으로서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 및 생태체험도 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기도 합니다.
한택식물원 입구를 들어서니 처음 만나는 오솔길과 산책로들이 오밀조밀하게 이어져있고 길 양옆으로는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식물원은 전혀 인위적인 꾸밈이 없어 보였고 사방으로 탁 트인 공간들은 나무들이 숲으로 에워싸고 있어 마치 피톤치드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상쾌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한택식물원에 있는 나무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낙우송’이라는 나무입니다. 수생식물원에서도 많이 자라고 있는 낙우송은 잎이 새의 깃털처럼 생겼고 가을이면 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리고 낙우송은 물속에서도 자라기도 하는데 땅위로 울퉁불퉁 튀어나온 뿌리는 물을 좋아하는 낙우송이 질퍽한 땅속에서는 공기가 통하지 않으므로 숨을 쉬기 위해 밖으로 뿌리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 합니다.
다음으로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식물 '만병초'입니다. 만병초는 이름 그대로 ‘만병에 효과가 있는 약초’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나무이지만 약효로 유명하여 풀 같은 이름이 붙은 우리의 희귀식물인 만병초는 향기도 매우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위와 건조에 강한 식물로 꽃은 철쭉꽃을 닮아 관상적인 용도와 약효 때문에 자생지의 빈번한 도채로 개체수가 감소되고 있어 보호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소중한 식물입니다.
천연기념물 207호인 망개나무는 씨앗의 발아율이 극히 낮으며, 가지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소문 때문에, 또 약용으로 쓰기 위해 채취가 많아지면서 개체수가 감소되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아들 선호사상으로 이런 미신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뀐 만큼 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그 밖의 더 많은 나무들과 꽃이 있었는데, 화관을 늘어뜨린 만개한 등나무 꽃의 보랏빛 향기가 얼마나 진하게 스며드는지 오래 머물다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댕강나무의 향도 무척 강해 향수로 만들어 사용된다고 합니다. 아직은 피어 날 시기가 아닌, 난장이처럼 작은 키의 코스모스도 피어 있었습니다. 키 작은 코스모스를 보며 역시 코스모스는 가느다란 몸매로 바람결에 한들거려야 매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유난히 단풍나무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외래종이 많았습니다. 단풍나무들을 보니 마치 가을날이 된 것 같았습니다. 가을날 곱게 물든 단풍나무를 방불케 할 정도로 나뭇잎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진회화나무'라는 것도 있었는데 이 나무는 '행운을 부른다'고 하여 '길상목'이라고도 칭합니다. 금강초롱나무에는 하얀색의 금강초롱이 나뭇가지에 겨우 몇 송이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옥스아이데이지는 허브과로 여름에 피는 국화입니다. 데이지 중에 꽃이 가장 크게 피는 이 꽃의 이름은 황소의 눈에 비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앵초'라는 꽃도 있었는데 별을 닮아 보여, 하얗게 핀 이 꽃을 보며 친구가 '별꽃'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날씬한 몸매와 하얀 피부를 가진 자작나무 오솔길이 아름다운 산책로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해발 372m의 활엽수림으로 이루어진 비봉산 자연림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주로 박달나무, 자귀나무, 소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계곡이 있어 다양한 생태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비봉산 자연림에는 이곳에 있는 나무들을 가지치기하여 식용 가능한 식물로 심어 전시한 산채원, 이용가치가 높은 산림자원들을 조성한 식물원이 있었고, 전 세계의 식물 중 이곳 기후에 적합하고 유용한 기종만을 조성하여 훼손되지 않은 산림을 그대로 잘 활용한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봉산 자연림은 한택식물원 맨 위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오르막길이라 그냥 지나치기가 쉬운 곳입니다.
찬찬히 둘러보고 들여다보면 어느 꽃인들 예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을까요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 사이에 가려진 팻말들을 들춰보며 하나하나 짚어보고 가기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식물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36개의 테마정원에는 사계절 내내 꽃이 피고지고 하기에 굳이 어느 계절을 고집하지 않아도 환상적인 색채와 녹음이 우거져 있어 어느 계절에 가든 한택식물원의 하루 나들이는 행복함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햇빛아래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향기가 말을 건네 오고, 새소리가 숲을 움직이고, 숲속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관람객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햇살에 곱게 빛났습니다.
한택식물원은 잘 다듬고 곱게 빚어 놓은 곳은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이 만들어 낸 자연의 흐름을 파괴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조성해 놓아 누구든지 편안하고 느린 하루를 즐기기에 좋은 곳입니다. 넓은 공간을 다녀야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돌아본다면 오롯이 자연 안에서 다양한 생태계를 볼 수 있으며, 희귀식물들도 관찰 할 수 있어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보통 식물원이나 수목원들은 먼 곳에 자리하고 있어 쉽게 찾아가기에 불편하긴 하지만 오래된 숲과 나무와 자연을 소중하게 여긴 손길이 있어 산책하며 한가롭게 천천히 걷다보면 소란스럽게 지낸 일상들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내면의 고요를 얻게 됩니다. 자연의 꾸밈없는 편안함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 365번지 www.hantaek.co.kr 09:00 ~ 일몰시간 (연중무휴) 어른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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