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사는 경복궁 금강송 이야기
산림청 전문필진 빌시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한 통신사의 광고는 세상을 다 가지라며 새로운 요금제 상품을 광고했었는데 기억하세요?? 20대가 가장 좋아할만한 공짜서비스를 제공했었고, 금요일 영화무료는 더욱 그랬지요. 연간으로 제공되는 멤버십포인트로 편의점이나 기타 제휴매장에서 할인을 받는 혜택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모두 사용하지 못한 포인트가 소멸되는 것이 아깝기도 해서 가끔은 고궁이나 미술관에서도 멤버십카드의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어요.
그런 공짜혜택이라는 향수에 푹 빠져있는 빌시를 달래주는 기분좋은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끓여놓은 공포의 곰국이 있었다면 어머니가 설날을 맞이하여 끓여놓은 공포의 소고기무국 메뉴를 잠시 잊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여 카메라를 가방안에 쏙 집어넣고는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환승을 하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로 나오니 또 다른 겨울이 맞이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포근함이 전해집니다.
요즘은 카메라 기능이 워낙 좋아서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들을 쉽게 봅니다.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내부를 살펴보는 곳은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 근정전.
소나무 중에서 올곧게 자라난 으뜸 소나무는 어명을 받들어 궁궐의 귀중한 목재가 되는데 세월이 흘러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삭아버려 다시 중건과정을 거칠지라도 다시 선택되는 재목은 변함없이 '소나무 금강송'이었습니다.
"경복궁은 넓고도 넓구나~" 시간이 넉넉하여 가는 발걸음이 빠를 필요는 없었지만 쌓이는 피로감에 어디엔가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쉬고 싶어도 차가운 돌 위에 앉아 혹시라도 치질을 유발할까 두려워 쉬어가기 좋은 곳을 찾아보는 빌선비.
붉은색 아치형 필성문을 지나 건천궁 장안당에 들어섭니다. 처음엔 책을 읽는데 방해됨이 없으라고 단청을 모두 뺀것으로 생각했지만 화려한 궁권의 격식에서 벗어나 사대부 가옥에 가깝게 만들어 고종과 명성황후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무릉도원과 같은 것일까요? 전설에 등장하는 곤륜산의 다섯봉우리, 폭포와 소나무, 넓은 바다의 파도는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었던 장안당의 일월곤륜도(왕실의 내부를 꾸미는 병풍그림) 오랫동안 평안함을 꿈꿔왔던 장안당. 명성황후의 죽음으로 고종은 거처할 곳을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긴 이후로 외면 받아온 곳이 되었습니다. <추수부용루>라고 적힌 현판 위 지붕의 형태를 보면 연꽃받침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요.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의 나래짓을 정면에서 보는 듯 합니다.
햇살의 따사로움이 감도는 산수유 가지는 붉은 보석을 달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푯말에 적힌 <팥배나무>라는 나무이름이 독특했습니다. 그리고 위를 쳐다보니 정말 붉은 팥알같은 열매가 달려있었는데 텃새들의 겨울먹이가 되겠지만, 가을에 따낸 열매를 잘 말려서 약용으로도 사용하기도 하고, 껍질을 이용해 식물 염료로도 이용하기도 합니다.
경사지를 활용한 장고는 2005년에 복원을 했다고 전하고 있는데 당시 궁중연회에 쓰이던 장맛은 볼 수 없어도 전국에서 모여든 독이라도 실컷 구경하게 문이 열리기 기원합니다. 굳게 닫혀있었으나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장독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건천궁 남쪽에 위치한 연못 향원지.
함화당, 집경당에서의 특별했던 궁궐체험.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기에 좋았던 장소. 오랜 걸음에 잠시 쉬어가려는데 온돌의 마법에 푹빠져 엉덩이를 뗄 줄 몰랐던 장소지요. 은은하게 달궈진 구들이 매력으로 느껴졌던 체험을 마치고 이제 경복궁 산책도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봄날의 경회루를 위해 사진으로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오후 다섯 시를 앞두고 관람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꼭 마지막에 올리겠다며 아껴 둔 사진 하나. 그것은 목련의 작은 변화.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려 하얀 목련꽃은 내리는 봄비에 그만 눈이 내리듯 우수수 떨어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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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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