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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롭게 존재하는 것이 더 귀한 것임을 가르쳐준 '풀명자나무'

대한민국 산림청 2014. 4. 30. 15:19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보다

풍요롭게 존재하는 것이

더 귀한 것임을 가르쳐준 풀명자나무

 

 

산림청 파워블로거 산타벨라


 

 산타벨라의 식물이야기, 오늘의 주인공은 풀명자나무입니다.
시중에서는 장수매(長壽梅)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녀석이에요.

 

 

 

지난해 늦은 가을, 분재를 좋아하는 지인 한 분이 키우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며 선물로 주신 키 작은 '풀명자나무'.

 

동행했던 친구와 제 앞에 화분 두 개를 내어놓으시며 저더러 식물 키우는 쪽에 밝으니 먼저 맘에 드는 걸 고르라고 하셨지요.

 

낙엽이 지는 나무라 당시에 잎은 하나도 없었지만 당연히 둘 중에 줄기가 더 굵고 수형이 보기 좋은 녀석을 덥석 집어 들었답니다.

 

한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제가 고른 것이 아니더군요.
갑자기 몸이 화끈하며 더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친구 것과 바뀐 것이에요.

 

 

 


 

'바뀔 수도 있지 뭐, 그게 웬 대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 같은 가드너들에겐 며칠 밤을 잠 못 이루고 끙끙댈만한 중대 사건일 수도 있답니다.


며칠이 지나 친구가 깔깔대며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일부러 슬쩍 바꿔 챈 거라는 고해성사를 전화기로 들려줬을 때 제 가슴속엔 차갑고 쌀쌀맞은 단어 하나만이 맴돌고 있더랬습니다. '절교'.

 

 


그런 후로 녀석을 볼 때마다 친구의 밉살스러운 웃음소리만 맴돌며 심통이 나는 걸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제가 먼저 골랐던 튼실하고 믿음직스러운 녀석의 모습에 비해 터무니없이 실팍한 가지하며 제멋대로인 수형이 영 마뜩지 않았답니다.

 

해서 까짓 거 살든가 말든가 하며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 두었지요. 

 

그러다보니 녀석은 제가 다른 화초들 물줄 때 어쩔 수 없이 한 모금씩 겨우 받아먹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네요.

 

'에이, 먼저 고른 걸 제대로 가져왔더라면 가지마다 다닥다닥 매달려 벙글거리는 풍성한 꽃도 즐기고 사진 찍어 여기저기 들이대면서 내가 이렇게 잘 키운 것이라고 우쭐거렸을 텐데 ...... 이게 뭐야, 쩝 ~ '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달 첫눈치고는 눈발이 아주 요란스럽던 어느 날,

 

녀석의 가지 중간 중간에 희끄무레한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게 하나씩 붙은 것처럼 보이더니 그게 점점 부풀어 오르면서 지금 요렇게 예쁜 꽃을 피웠지 뭡니까!

 

첫 꽃이 피었을 때 저는 애써 '흔하디흔한 꽃인데, 호들갑 떨게 뭐있어!'하며 그동안 괄시했던 미안함을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녀석을 똑바로 보기가 민망했었어요. 

 

   

 

 

꽃을 먼저 내보낸 후에 천천히 움트는 어린 잎새들.

 

삭막하고 앙상하기만 했던, 안쪽에 어떤 생명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는 전혀 발견할 수 없던 그 가지가 알려주는 새로운 시작의 신호들.

 

순간, 나는 민망한 마음이랑 체면 따위는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자연이랑 사람이랑 싸워 봐요, 누가 이기나.

그냥 모든 게 고마운 마음으로 녹아내릴 뿐~.

 

 

 

그러고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접하네, 찌질하네 하면서 업신여기던 녀석의 모습이 나름 빈티지한 멋을 풍기는 것처럼 보이며 다시 한 번 저를 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

   

 

 

그래서 저는 반성합니다.

 

다른 사람이 버린 초록이 하나 데려와 정성껏 보살피며 생명을 돌보는 일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큰소리로 떠들고 다녔으면서도 사실은, 본질은 외면한 채로 멋진 모습만을 추구하고, 식물 키우기에 관한 한 내가 남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치졸한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던 게 진짜 내 마음이었다는 것을요.

 

남들보다 좋은 걸 더 많이 소유함으로써 느껴지는 얄팍한 기쁨보다는 좀 모자란 듯해도 작은 것 하나라도 알뜰살뜰 매만져 가며 거기서 또 하나의 우주를 발견할 줄 아는 너른 마음의 소유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풀명자나무가 저에게 따끔하게 가르쳐 준 메시지였어요.  

 


  장수매 라는 이름에 대하여

 

꽃시장의 유통 과정에서 풀명자나무의 왜성(矮性, 생물의 크기가 그 종(種)의 표준 크기에 비하여 작게 자라는 특성)종을 '장수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백과사전이나 국가 표준 식물 목록 등에 올라와 있지 않은 인정되지 않은 이름입니다.

 


 풀명자나무 잘 키우는 방법

 

1. 올바른 햇빛 쪼이기 : 직사광선. 또는 그에 가까운 밝은 햇빛.
2. 올바른 물주기 : 물 빠짐이 잘되는 흙에 심고 화분의 겉흙이 말랐을 때 한 번에 흠뻑 준다.
3. 번식 방법 : 꺾꽂이(삽목)
4. 영양 공급 : 화분의 흙 위에 고체형 비료를 두어 물을 줄 때마다 영양분이 녹아 흡수되도록 한다. 봄과 가을에 2주일에 한 번 씩 액체비료를 더해준다.
5. 수형 잡기 : 줄기의 모양은 와이어를 이용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
6. 월동 : 땅에 심었을 경우 전국 노지월동 가능,  화분에 심은 경우에는 화분 째로 땅에 묻거나 실내로 들여놓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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