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평평한 길, 특히 올레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걷는 내내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과 다이나믹함이 없어서이고 그래서 산을 찾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가끔씩 캠핑을 핑계 삼아서 일본 나들이를 한다
유별난 캠핑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일본 캠핑을 하는 주된 이유는 일본의 자연 즉 일본의 울창한 숲을 좋아해서이다. 부산에서 가까운 큐슈에 올레길이 생겼다고 한다
제주도의 올레를 도입했다고 하니 얇디얇은 팔랑귀를 가진 나의 궁금증과 일본의 숲에 대한 동경이 큐슈의 대자연을 떠 올리며 발걸음 하게 한다.
이번 규슈올레를 함께 하실 분들이며 올레길 트레킹을 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합니다
밤새 미끄러지듯 달려와서 도착한 시모노세키항에서 큐슈 자동차 도로를 따라 2시간여 만에 사가현의 올레 다케오 코스 출발점에 도착했습니다.
다케오 코스 올레 완주 스탬프도 미리 한 장 찍으면서 코스 확인을 합니다
하카타역에서 다케오 코스의 시작점인 다케오 온천으로 오는 버스가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한 올레 트레킹도 좋을 듯합니다.
"간세"라고 불리며 제주의 조랑말을 형상화 한 표식입니다. 말의 머리가 진행 방향이며 현재 위치와 코스의 남은 거리를 표시합니다
파란색 화살표가 순방향(진행 방향) 빨간색 화살표가 역방향임을 표시합니다.
오늘 트레킹 코스는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진행되며 코스 중에 갈림길이 있을 때 표시되어 있습니다.
나무 표식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에는 파란색, 빨간색 리본을 묶어두어 진행 방향을 알려 줍니다.
트레킹이 시작되고 시라와 이 체육공원을 지나자 울창한 숲길이 나온다. 약간은 습한 기온이지만 그늘 아래로 불어오는 풀냄새 섞인 시원한 바람이 좋다
마냥 발걸음을 하기보다 가끔은 쉬어 갈 줄도 알아야 하며 인생사 또한 다르지 않겠지요.
올레길 탐방객에게 녹차를 제공한다는 기묘지사를 지나칩니다
이케노우치 호수에는 오리배를 타는 연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니 올레길의 경사도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숨이 턱에 차오를 무렵이면 400여 개의 계단이 끝나고 전망대에 다다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트레킹 코스]
재투리에서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으로 꿀맛 같은 점심을 해결합니다
올레길도 식후경!
배가 부르니 이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래로 보이는 호수가 이케노우치 호수이며 호수의 왼쪽 끝에서 아래쪽 진행 방향으로 올레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역시 배부른 이의 눈에는 아름다운 들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ㅋㅋ
내가 올레길에 온 이유...
피톤치드 가득한 이런 숲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가져갈 수 없으니 양껏 느끼고 가야겠지요^^
때로는 삼나무길 또 때로는 대나무길이 이어집니다 두 수종 모두 위로만 자라는 특성이 있어 빽빽한 숲을 더욱 울창하게 보여줍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을 테고 때로는 지루한 평길이 이어지는 것은 우리의 인생과 별반 다를 바 없겠지요
셰넌님께서 준비해 주신 깨알 같은 영양제의 힘을 빌려 발걸음을 더욱 세차게 내디뎌 봅니다.
입이 즐거우면 사물이 달라 보이는 것은 저뿐만은 아니겠지요? ㅋㅋ
일본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신사 그리고 토리와 소원지.
가끔씩 대마도로 캠핑을 가면 일본 사람보다 신사의 토리를 더 많이 보고 온다는 생각을 갖곤 합니다.
하늘을 가린 대나무 숲을 지나면
다케오노오쿠스!
다케오시에서 지정한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으며 수령이 3,000년을 넘은 거대한 녹나무가 있습니다.
사업 번창과 무병장수 기원을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하니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노거수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의 가방에서 학업의 억척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다케오노오쿠스에서 인접한 곳에 다케오노오쿠스와 더불어 또 다른 노거수인 츠키사키의 녹나무입니다.번개를 맞아서 부러지고 나무속에 구멍이 나 있지만 작은 가지에서는 푸른 입을 보여줍니다.
시골길 한 켠의 이런 모습의 건물을 보는 것 도보여행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겠지요
도착점인 다케오 온천입니다.
다케오 온천은 온천마을을 대표하는 온천이며 1970년대까지 이용하던 오래된 온천은 온천 박물관으로 이용하고 바로 옆에 가족탕과 함께 대중 온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큐슈올레 다케오 코스 도착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다케오 온천 앞에 있습니다.
다케오 온천에 들어왔습니다
45도씨 정도의 원천 그리고 미끈거리는 온천수에 몸을 맡기고 트레킹 후의 나른함을 즐깁니다.
1박 2일을 함께 할 빨강 버스에 몸을 싣고 달콤한 오침을 즐기며 숙소로 이동합니다.
시골길을 걸었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경주,
그 시골길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울창한 숲이 주는 청량감은 걷는 내내 감성에 젖게 하였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 숲! 그 숲길을 원 없이 걸었기에 어떤 여행보다 소중함을 훔쳐왔다.
-그림자마저 아니 온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