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산성의 아름다운 숲길 여행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변영숙
부여로 수도를 옮겨 사비시대를 연 백제는 부소산 주위로 성을 쌓고 적의 침공에 대비하였다. 부소산성이다. 부여의 진산인 부소산은 높이 100미터 남짓한 작은 산이다. 서쪽으로 백마강이 흐른다. 백마강은 이 부소산을 동쪽으로 끼고 돌아 남쪽에 넓은 들을 이루고 다시 동쪽으로 흘러 강경을 거쳐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부소산성에는 삼천궁녀가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 기암절벽 위에 세워진 천년고찰 고란사, 백제 군대의 곡식창고였던 군창대, 수복사지, 삼충사, 사자루, 영일루 등 백제시대의 유적들이 남아있다. 이 유적들은 모두 구비구비 숲길로 이어지는 요소에 자리잡고 있으니, 부소산성 여행은 숲길 따라 걷는 역사여행이라고 해도 좋다. 더우기 부소산성숲은 2002년 산림청 주관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부분 우수상으로 선정된 이른바 '명품숲'이니 부소산성 숲길 산책이 더 설레는 이유다. 부소산성 길은 전혀 고생스럽지 않다. 애도 어른도 산책삼아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실제로 편안한 차림의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부소산성에는 여러 갈래의 숲길이 있다. 어느 길로 갈지는 순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어느 길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언제나 후회가 남는 법이지만 여기서는 어느 길을 택하든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길은 가지 않아도 깊고도 그윽한 숲의 기운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활기가 있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부소산성의 여러 길 중에 ‘태자골 숲길’은 그 중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이 길은 백제의 태자들의 산책로였다. 숲길을 따라 주변에 태자들이 마셨다는 태자천과 궁녀사, 창포군락지, 삼나무 시험재배지 등이 있다고한다. 부소산성 숲은 숲 전체가 울창하고 아름답지만 부소산성 숲의 특별한 가치는 우리 토종소나무숲에서 찾을 수 있겠다. 이리저리 휘면서도 끝내 살아남아 하늘높이 솟은 소나무들은 언제나 감동스럽다. 살아남기 위한 소나무의 치열한 생존법을 아는 순간 그 감동은 이내 안스러움으로 바뀌지만 말이다. 소나무는 햇빛을 받아야만 자라는 나무다. 그러니 다른 나무들보다 더 높이 자라거나,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게 해야한다. 생존의 문제다. 소나무는 특유의 성분을 품어내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런 소나무의 천적이 있으니 바로 참나무이다. 참나무는 웬만한 환경에서는 다 잘 자라기 때문에 숲을 평정해 버린다. 이른바 천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숲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잘 보존되고 있는 부소산성의 우리 토종소나무 숲이 더 귀한 이유이다. (*** 부소산성의 토종소나무 숲이 보존되고 무사할 수 있는 이유는 정기적으로 참나무의 가지를 잘라내 주기 때문이다.)
한참 우리 토종소나무숲에 머물렀던 발걸음이 이내 낙화암에 다다랐다. 낙화암에 세워진 백화정 옆에 ‘천년송’ 한 그루가 호위무사처럼 서 있다. 천년이라니. 그 장구한 세월을 다 지켜보았던 것이 아닌가. 백마강은 이 모든 부질없는 인간사 뒤로 하고 흐르고 있다. 낙화암에서 고란사 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부소산 북쪽 기슭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아슬하게 고란사가 서 있다. 고란사에서 내려다 본 백마강은 아찔하기만하다. 왕에게 바쳐지는 물좋은 고란사 약수임을 증명하기 위해 기암괴석 사이에서 자라는 고란초를 띠어 바쳐 고란사라는 이름이 붙었다한다. 지금 ‘고란정’이라는 약수터로 남아 있다. 선착장으로 내려와 황포돛배에 몸을 싣고 산성을 올려다본다. 낙화암과 고란사가 울창한 부소산성의 숲사이로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배위에서 바라보는 부소산은 아득하기만 하다. 다 걷지 못한 부소산성길... 다음을 기약하며 아름다운 연꽃이 하늘거리고 있을 궁남지로 향한다. 위치: 충남 부여군 부여읍 관북리 주변 가볼만한 곳 : 궁남지, 구드래조각공원, 정림사지, 왕흥사지, 성주사지, 무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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