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4년(5기)

비오는 날, 백두산에서는 무슨 일이?

대한민국 산림청 2014. 8. 23. 14:09

비오는 날,

백두산에서는 무슨 일이?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김화일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염천의 여름도 꼬리를 내리고 있다. 세상에 항구여일한 것은 결코 없음에도 그토록 염증을 일으켰던 도회의 여름, 열섬처럼 끓어오르던 아스팔트의 열기를 벗어나 여행길에 나섰다가 모처럼 돌아와 괴나리봇짐을 벗고 보니 문득 잠에서 깬 아침 속엔 한기가 흐른다. 내가 여행을 다니는 가장 큰 까닭은 현명해지기 위해서이다. 현명한 사람은 허송세월을 가장 슬퍼한다고 했다.
그러나 더 현명한 사람은 슬퍼할 겨를조차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세월을 허송하지 않기 위해 여행의 빈도가 높은 편이다. 여행지는 대체로 산, 바다, 강, 유적지, 그리고 산자수명한 곳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산"은 항상 여행 대상지 1순위에 오른다. 특히 나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
높은 곳은 약간의 노동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멀리,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백두산!

우리 민족의 분자구조에서 결코 뺄 수 없는 필수 원형질인 산!
언제부터인가 고질병처럼 가슴 속으로만 수없이 만났던 산!
두근거리는 마음을 한가득 머리에 이고 그 산으로 간다.

우리의 영산(靈山), 백두산(白頭山)!

 

 

요즘, 백두산 가는 길은 바닷길을 포함하여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육당 최남선님의 말처럼 삼지연을 거쳐 남동 사면으로 오르는게 가장 최선이겠지만 우리의 서글픈 현실은 그것을 허용치 않는다.

그래서, 대륙의 본고장, 봉천(심양)땅을 아우르고, 요령성을 동으로 가로질러,우리 선조들이 세월의 흙먼지를 털어내던 애증의 광장인 만주벌판! 그 한가운데였던 길림성의 폐부를 몸소 바라보면서 급기야 우리 신화속 여인들이 속살같은 사랑얘기를 만들어내던 비류강을 쳐다보며 일곱 시간의 정성을 들여서 조심스레 접근한다.
영산(靈山)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경건해지는 마음!

 

 

백두산 들머리인 서파산문(西坡山門)
현재 백두산 천지(天池)를 조망하기 위해 출입을 할 수 있는 입구는 공식적으로, 여기 서파, 남파, 그리고 가장 먼저 개통된 북파, 이렇게 세곳이다.

 

 

이곳에서는 중국 말을 해서 중국 돈을 내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개인별 도보 산행은 안되고 이곳의 전용 차량을 타야만 나머지 등반이 허락된다. 물론 여기도 별도의 차량 이용료가 지불되어야 한다. 현지 물가를 고려한다면 다들 만만한 요금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 상품에는 이 모든 요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백두산 저변을 호령하는 수림(樹林)은 대부분이 자작나무다. 빽빽한 자작나무의 숲길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윽한 향기와 싱그러움, 그리고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함이 경이롭다.

 

 

해발 995m 지점, 아직은 활엽수와, 가문비나무, 이깔나무와 같은 낙엽송들이 섞여있고 더러는 사스레나무도 한켠에서 처녀림의 한 몫을 담당하면서 서로 팽팽한 세력 균형을 이루며 숲을 나누어 다스리고 있다.
항상 숲에 서면 느끼지만 식물들의 영토 분할이 새삼 신비롭기까지 하다.
어디 지상의 생명체 중에서 식물들처럼 계급의식에 투철한 집단이 있을까.

 

 

자작나무숲 사이로 나무테크로 조성된 산책로가 예쁘게 마련되어 있다. 거대한 산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수종(樹種)이 잘 갖춰진 수목원을 걷는 기분,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은 이미 상쾌함으로 인해 하늘을 날고 있다.

 

 

잠시 동안이나마 꿈결같이 편안한 백두의 숲길을 뒤로하고 다시 산으로, 산으로... 사실, 산은 두발로 세월로 땀으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데, 그게 높이를 지향하는 모든 산님들에 대한 예의인데...
지금은 두발이 아닌 네발로 감히 편리함을 앞세워 결례를 범하며 가고있다.

 

 

해발 1464m, 백두대간인 태백 준령들의 높이다. 가평의 화악산이 대략 이 정도 높이던가?
이만큼 걸어서 오르려면 발바닥에 화염불이 수십번도 더 붙고 혓바닥은 이미 십리 밖으로 늘어져 있어야 정상인데, 이 더운 날에... 이마도 뽀송뽀송, 발바닥도 지극히 건조하다.

여기서부터 다시 네발 달린 탈것의 신세를 의무적으로 져야한다. 선택사항이 아니다, 내나라 내땅을 경유하지 않고 백두를 친견하려면 어쩔 수 없이 대륙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서파 들머리, 해발 2,200m 지점이다. 산의 초입부에서는 햇빛이 쨍쨍했는데...
여기의 날씨는 저 아래와 전혀 별개이다. 비도 오고 날씨도 한겨울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 해발고도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답의 고지! 불현듯 주변의 수목들도 감쪽같이 옷들을 갈아입었다.
우듬지를 한껏 세우고 기세를 높이던 침엽수종들도 바야흐로 꼬리를 내리고 스스로 높이에 굴복하여 자신들의 키마저 한층 낮췄다.

 

 

네발 탈 것들의 마지막 종착지, 천지로 가는 서파 등정로의 입구이다. 정상까지 총1236개의 목조, 석조 계단, 만만한 계단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천지를 배알하는데 이 정도는 수고는 아끼지 않아야 한다.
백두의 여름비는 아리고 차갑다. 동상을 염려해야 할 정도이다.

 

 

세찬 비바람에 준비가 허술한 사람들은 고생이 많다. 무릎 아래가 젖는 정도는 어쩔 수 없지만  발에 물이 들어 오는 것은 한사코 막아야 한다. 까딱하면 한 여름에 동상에 걸리는 해괴하고도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우중 백두 등정, 이것도 훗날 오래 기억될 기막힌 인연이고 경험이다. 언제 우박까지 섞여 내리는 백두의 여름비를 맞아볼 것인가.... 그렇게 하늘의 해맑지 못한 은혜를 감사히 여기며 오르고 오르고~

 

 

나는 산행을 하면서 아주 자주 옆길로 새거나 때때로 적당히 낙오를 즐기는데, 이 길은 옆길이 전~혀 없다. 줄기차게 초지일관 외길이다. 단 1m도 옆길을 서성이거나 샐 수 없다. 닥치고 꼼짝말고 주어진 길만 가란다.
한 걸음 건너가서 야생화라도 한 컷 담아내고 싶지만 아니, 아니 아니되오~!!
여기저기 무장(?) 경비원들이 온 몸으로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 요상한 물체는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사인교..가 아니라 이인교(二人轎)다!

왕조 시절 사대부나 탄다는 전설의 가마가 무슨 연고로 이곳에?

 

 

천지까지 1236개의 계단을 앉아서 올라 갈 수 있는 휴대용 에스컬레이터란다.
중국에는 돈이 있는 곳에 지혜가 있다더니... 요금은 편도에 세종대왕 초상화 4장 정도, 더러 다소의 할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단히 송구스럽게도 할인한만큼 가는 중간에 내려준단다.
과연 절묘한 상술로 무장된 중국의 미래는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일괄 수가제는 꽤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지만, 이곳 가마꾼의 요금 일괄 수가제는 아무래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체중별, 신장별 가산 요금제로 바꿔야 보다 합리적일 듯.
이들의 거친 숨소리와 굵은 땀방울 너머로 그들 가족들의 환한 웃음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앞에 선 가마꾼은 키가 비교적 작고 뒤에 선 이는 상대적으로 키와 덩치가 크다.
이 역시 무게 중심을 감안한 저들의 지혜일듯.요즘 극한 직업 소개 프로그램이 있던데 이 직업도 그 방송에 출연시켜야겠다.아무튼 신체가 부자유스럽거나 연로하신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계단길 군데군데에 특이한 판매 아이템이 나타난다. 이른바 산삼 판매상들!
OECD 국가 중에서 보신식품을 제일 좋아하는 나라, 우리나라! 범국민적으로, 태생적으로 신체 빈약한 사람이 아주 많은 오로지 한국 과객만을 위한 맞춤형 상품이다. 신사임당의 초상과 세종대왕의 초상이 가득하다.이곳에서는 한국 화폐가 표준이고 상인들이 선호하는 화폐이다.

 

 

자연산일 가능성은 전혀 없고, 그 실체를 아는 극히 일부 사람은 안 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산다는 농약 덩어리. 정말 많이들 사고 있다. 체력은 국력, 집나오면 체력은 여행력이 아니던가, 우리 한국인들의 건강식품에 대한 맹목적이고도 왕성한 구매력. 자연산 꿀과 산삼 상품은 여행길 내내 은근과 끈기로 우리를 따라 다녔다는...

 

 

툰드라 지역과 거의 다름이 없는 동토의 지역답게 대부분의 수목은 자취를 감추고 지의류와 선태류만 지표를 덮고 있다. 그 틈새를 비집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야생화들이 불현듯 고맙다.
그래, 날 좋은 날, 얼른 자손 번식시키고 또 금세 닥칠 겨울 준비 해야지~

 

드디어 올랐다. 해발 2,470m, 서파정상(西坡頂上)!
서파의 정상은 백두산 정상(2749m/최근 북한은 최신 장비를 사용하여 백두산 정상인 병사봉의 높이를 정밀 재실측한 결과, 백두산 최정상의 높으를 기존의 2,744m가 아니라 그보다 5m가 더 높은 2,749m로 공식화했다)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드디어 올랐다. 해발 2,470m, 서파정상(西坡頂上)!
서파의 정상은 백두산 정상(2749m/최근 북한은 최신 장비를 사용하여 백두산 정상인 병사봉의 높이를 정밀 재실측한 결과, 백두산 최정상의 높으를 기존의 2,744m가 아니라 그보다 5m가 더 높은 2,749m로 공식화했다)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천지가 없다. 천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꿈에서, 그림에서 수없이 보아 왔던 그 아름다운 천지가 하얗게 사라졌다.천지가 있어야 할 그 곳에는 거짓말처럼 하얀 백지와 허공이 끝없이 앉아 있었다.어디에서도 어느 그림에서도 이런 천지는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도 완벽하게 지울 수 있단 말인가! 아~! 사라진 우리의 천지여~!

 

 

천지가 없다. 천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꿈에서, 그림에서 수없이 보아 왔던 그 아름다운 천지가 하얗게 사라졌다. 천지가 있어야 할 그 곳에는 거짓말처럼 하얀 백지와 허공이 끝없이 앉아 있었다.
어디에서도 어느 그림에서도 이런 천지는 본 적이 없는데.어떻게 이렇게도 완벽하게 지울 수 있단 말인가!
아~! 사라진 우리의 천지여~!

 

 

눈에 펼쳐진 곳은 북한 땅이다.
중국이 북한의 협조를 받아 북한 영역의 일부를 관광객이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천지를 북한의 땅에서도 조망할 수 있도록 포토 존으로 만들어 둔 지역이다. 물론 이처럼 중국/북한의 군인들의 감시로 제한된 지역에 한해서이지만, 우리 통일부의 사전 승인이 없어도 갈 수 있는 유일한 북한땅이다.

 

사라진 천지.

자칫 한 발이라도 잘못 디딜 경우 까마득히 추락할 듯한 여백의 공간, 그리고 천지를 보지 못한 아쉬움보다 더 크게 폐부를 후벼파는 강렬한 추위, 생전 처음으로 찾아간 천지가 내게 하사한 거룩한 선물이었다.
천지를 지키는 국경 초병이 입이 하얗게 얼어붙은채 말한다. "다들 살아 있을 때 빨리 하산하세요"라고.
그래서 살아 있을 때 시키는 대로, 하산(下山)! 왜? 백두산은 내일도 그자리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시치미 뚝 떼고 있을테지만 는 자칫 내일 살아 있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여행은 어차피 그런 것이다. 시간과 돈 그리고 건강이 허락해야만 가능한 게 여행이라지만 꽤 많은 경우에 하늘의 보살핌이 따라야 가능하다. 무릇 <다음> 은 사이버공간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현존하는 여행에도 존재하기에 오늘은 <천지>의 산신령께 잠시 다녀간다고 기별이나 놓은셈치고. 머지않아 다시한번 정중하게 예의 갖춰 다시 배알해야할 듯.

 

태산보다 더 장엄한 천지를 가슴에 품고 왔던 수많은 사람들, 그만한 부피와 질량의 체념을 그대로 지고 다시 발길을 돌린다. 저들중에 천지를 보지 못한 한을 삭이고자 다시 찾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왕 온 사람들에게 얼굴이나 한번 슬며시 보여주시지, 천지님~

 

 

비오고 우박 쏟아지는 날의 천지행, 그도 어쩌면 뜻밖의 덤일지도 모른다. 쉽게 볼 수 없는, 그래서 다시 올 수 있는 여백을 남길 수 있는...

 

쌍제자하(雙梯子河). 제자(梯子)는 사다리라는 말이다. 사다리처럼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협곡이라는 뜻에서.
높은 산은 그 높이 만큼 깊은 골을 갖고 있을 터, 백두가 품을 벌린 곳은 그대로 비경이 되고 장관이 된다.
어떻게 감히 일주일여의 짧은 시간으로 이토록 장엄하고 광활한 백두를 온전히 느낀다는 말인가! 내 생각이 짧았다.

 

 

여기는 산정의 백두산과는 완연히 다른 곳이라는 듯, 온대림과 한대림이 고루 섞여 나무잔치를 열고 있다.
반나절 이상의 장거리 여행 없이도 두어 시간만의 시차로도 한여름과 겨울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백두산이다.

 

 

금강 대협곡...  까마득한 옛날 백두가 화염으로 끓어 올라 그 농염이 하늘을 덮을 무렵, 거대한 땅의 불덩이들이 흘러 제 갈 곳으로 갈 때 만든 불의 길이다. 깊이도 알 수 없고 물론 사람의 발자국마저 완고하게 거부하는 곳, 그래서 협곡의 가장자리에서 이렇듯 아슬아슬하게 몰래 훔쳐보는 것 외에는 과객이 달리 할 일이 없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단 한마디, "아~!!'

 

그리고 산을 내려온 여기는 여전히 더운 여름이다. 천지의 꿈을 안고 갔던 그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서 다시 출발점에 섰다. 자작나무가 울창했던 그 자리에. 솔제니친은 자작나무 숲으로 노벨상을 받았고 북국의 몇몇 기업들은 자작나무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 영혼의 나무, 천상의 나무, 우주의 나무라고도 불리는 자작 나무.
기가 막히게도 지금 여기, 자작나무 숲에는 비 온 적이 없고 우박도 물론 없고, 그리고 오늘 보지 못한 천지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없다.
내일 다시 한 번 도전 할 것이기에... 사람 사는 일들도 그렇지 않던가, 한두 번 쓰러진다고 포기할 순 없다.

더구나 백두는 그저 가야만 하는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라 두고두고 언젠가는 가야하는 아름다운 경유지이고
그리고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나는 출발지인 것을... 그리고 여행에서는 항상 가장 멀리 우회하는 길이 집에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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