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걷기에 무척이나 좋은 요즘입니다. 이번에는 내친 김에 9구간부터 11구간까지 걸어봤습니다.
9,10,11구간은 11구간만 약간 난이도가 있고 9,10구간은 무난한 난이도여서 전체 구간을 한 번에 걷는 것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9구간은 마실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마실이란 마을의 옛말 혹은 방언인데 말 그대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주로 평지의 길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이리저리 통과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는 길입니다.
북한산둘레길은 각 구간별로 주요 지점을 이정표에 기록하고 있는데 9구간은 효자동을 대표 이름으로 삼고 있습니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구간을 오고 가는 모습이었는데 이쪽에서 북한산 등반로가 이어져 있어 그렇다고 하네요.
9구간의 진입 통로는 8구간의 종료점에 표기 되어 있지만 이곳에서 한 번 더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생각을 하면 실제로 걷는 9구간의 거리는 매우 짧은 편이지요. 마실길답게 정말 가벼운 동네 산책하는 수준의 길이 이어져 있는데 좌우 둘러보고 오고가는 사람들과 마주치다 보면 어느새 구간이 끝이 납니다.
마실길은 정말 편하게 걸을 수 있답니다. 휴일이라 오고가는 사람들에 잠깐잠깐 지체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오고가는 모습도 나름 볼거리가 되는 셈이죠. 가끔 다른 분들의 사진을 찍어 드리기도 하고 사진에 찍히기도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걸으면 됩니다.
이 지점을 경계로 9-10구간이 갈리는데 조금 더 진행하면 10구간 입구를 알리는 문을 만나게 되지만 사실상 이곳이 분기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근처에 수방사 교육대가 있어 지도에 상세하게 표시되지는 않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하늘이 정말 '가을이구나'싶은 날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가을이 갈수록 짧아진다는 말이 있는데 단풍이 시작되는 요즘이 지나고 나면 머지않아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니 이번 주말은 망설이지 말고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파란 하늘을 마주하며 걷는 것은 정말 마음속이 환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구간은 지난 구간에 이어 그리 어렵지 않은 걸음걸음이기 때문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산과 나무와 하늘을 즐길 수 있어 더없이 좋았습니다.
어떠신가요? 가을의 느낌이 온몸으로 퍼지지 않나요? 서울에 살면서 정말 다행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북한산입니다. 산에 오르는 것도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굳이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이렇게 푸른 둘레길을 걸을 수 있으니까요.
자 어느새 벌써 11구간의 시작을 알리는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구간들을 걷는 동안 하늘색에 취해 있다 보니 사진을 많이 담지 못했네요. 11구간은 처음에 적은 것처럼 약간 난이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신발끈도 확인하고 복장도 한번쯤은 고쳐 입는 것이 좋겠죠?
갑자기 도로가 보입니다. 조금은 당황하게 되는 부분이지요. 이쪽편의 북한산 자락이 험한 편이어서 산으로 길을 내지 못 하고 할 수 없이 돌려 길을 낸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해는 갔지만 아쉬움이 남는 구간 배치였습니다.
이제부터 이전 구간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길이 나타납니다. 효자의 길은 멀고도 험한 법인가 제법 산길이네요. 일반 도로를 걷다 흙길을 걸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발밑으로 구르는 돌 부스러기나 흙의 느낌이 포근하지요. 맨발로도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흙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계단길이네요. 사실 계단은 산행에서 그리 반가운 존재는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많이 지쳤다면 이 계단을 보고 힘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계곡을 감싸고도는 다리의 느낌이 또한 포근합니다. 그리고 이런 풍경은 잔잔한 감동을 주지요. 걷기에 조금 지쳤다면 근처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이전 구간들에서 볼 수 없었던 그런 느낌들이 가득한 구간이 바로 11구간 효자길입니다.
산을 걷는 느낌이 제법 드는 길이 이어집니다. 보통 등산이라고 하면 위로 오르는 것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단어의 뜻이 그렇기도 하지만 이렇게 산자락을 이어서 걷는 것도 등산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지 않을까요?
12구간 충의길을 알리는 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충의길은 중급 난이도로 이제까지 걸어온 거리와 시간을 생각하면 이어서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체력이 허락한다면 더 걷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까지 온 길에 비해 초입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나요?
북한산둘레길은 어느 계절에 걸어도 길이 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4계절 모두 걸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한 계절만 꼽으라면 역시 가을이 제일이지요. 다만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걸어야 하기 때문에 복장에 신경을 어느 정도 쓸 필요가 있습니다. 긴팔 등산복에 바람막이 그리고 등산화 정도는 갖추고 출발하시기를 권합니다.
마실길 가는 길 : 진관사(하나고) 입구 버스정류장에 내려 조금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길목에서 마실길 구간임을 알려 주는 이정표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