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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귀산촌인 story ④] 나는 산촌마을 지부장

대한민국 산림청 2016. 3. 25. 14:33

<우수귀산촌인 이야기④>

강원도 홍천군 '정겨운산촌생태마을' 강진홍님

 

 

 

 

 

"재미난 삶을 사는 건 모두의 목표다.
그래서 그 삶을 지켜나가고 싶었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오는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난 만족한다.

-강진홍-"

 

 

 

 나는 산촌마을 지부장.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꿈도 안 꿨던 일입니다. 그런데 인생이란 게 묘하죠. 우연히 산에서 심마니를 만난 것을 인연으로 현재의 모습까지 이르렀으니 말입니다. 전국의 산과 산촌을 돌아다니며 인삼에 대해서 집중적인 현장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덧 인삼과 산촌에 대한 가치관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귀농준비를 하며, 이 마을 저 마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귀농카페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정보를 나눴고, 대학에서 강의까지 하게 됐죠. 그때는 반(?)귀농 상태여서 매여 있을 일이 없었죠. 물론 완전 귀농을 한 지금도 여전히 연락만 오면 뛰어갑니다. 그러면서 느낀 게 있어요. 귀농이나 귀촌하면서 마음을 도시와 시골마을, 양쪽으로 두는 ‘양다리’ 걸치면 양쪽에서 다 망한다는 것.

 

 

 산삼대신 산을 찾아 떠난 심마니.

산을 다니다가 우연히 심마니를 만난 건 제 인생에 있어서 신의 한수죠. 심마니와 친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심마니 생활이 산삼을 찾아 보름씩 나가있다 보니 아내가 집을 나가고 없다는 거였어요. 사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심마니가 되고 싶다는 어렴풋한 희망도 있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바로 접었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 심마니가 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아내도 지키고 삼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당시 전 인삼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던 터라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임야에 씨를 뿌려 채취하는 방법이었어요. 삼은 씨가 달리고 싹이 나기 때문에 남의 땅에 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때부터 산삼이 잘 자랄 수 있는 땅을 찾으러 다녔어요. 심마니들이 산삼을 찾아 돌아다닐 때, 전 삼이 잘 자랄 수 있는 산을 찾아 떠돌아다닌 거죠.

 

 시련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

목표가 정해지자 강원도 산골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지금 살고 있는 정겨운마을까지 왔죠. 제가 생각할 때 모든 게 순리대로 잘 진행됐어요. 그런데 그 순리대로 잘 진행됐다고 하면 어떤 근심도 없었던 것으로 알더군요. 순리대로 시련도 있었고, 기쁨도 있었던 거죠. 제게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시골 분들하고 같이 사는 것이었어요.

삼을 재배하기엔 최적의 장소였지만 이 마을은 집성촌이라는 특징 때문에 외부인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나마 귀촌인구가 많지만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이 지역엔 한 명 계셨어요. 그 분도 마을 정서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롭게 계셨죠. 텃새가 워낙 심해 길에서 혹시나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주민들이 엄청 싫어했답니다. 그래서 어른들 눈에 거슬리는 짓은 하나도 안했어요. 집 안에 들어와야 안심할 정도로 행동에 지극정성을 들인 거죠. 정말 힘들더군요. 도시에서 살 때 녹아있던 제 버릇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는데 시간과 절제가 답이었습니다.

 

 먼저 다가가는 것은 필요충분조건.

앞에서 말했지만 이곳은 집성촌이에요. 씨족 사회나 다름없는 마을이기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각보다 높았죠. 한 가지 실례로 11년 전 귀촌한 사람을 향해 ‘쟤는 여기 안 살 놈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라고 할 정도였데요. 마을 분들과 이야기하다보니 35년 전 귀촌하신분도 계셨는데, 그 분도 외지인이라 여겨지고 있었다니 말 다 한 거죠.
사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아쉬워요. 그래서 생각을 했죠. 마을에 잘 보여서,  필요한 사람이 되자 라고..
먼저 다가가고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걸 답이라 생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들하고 저도 30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말이 잘 안 통하지만 그래도 제가 노력하니 결과가 좋게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저를 인정해 주시고 많이들 도와주시죠. 지금은 마을의 중심이 접니다.

 미리작물을 선택하고 장소를 정하면 끝
TV 개그프로에서 뭐뭐하면 끝이라고 말하는 걸 봤어요. 웃기더군요. 그런데 거기에 귀촌의 답이 있어요. 저도 그랬지만 많은 분들이 장소를 먼저 보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정작 원하는 작물을 재배할 수 없어요. 물론 남은 삶을 쉬려고 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하는 작물에 맞는 환경을 찾아야 해요. 그게 먼저죠. 예로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곳에 가서 같은 작물을 농사지으면 수매로 넘길 수 있는 이치에요. 공동 수매가 어렵다면 일일이 판매처를 개척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죠. 쉽지 않아요. 또 농사는 하늘하고 동업하는 관계입니다. 날씨, 해충 등이 닥치면 끝나요. 운이죠. 천운. 시골에 내려와 생업으로 하고 싶은 작물이나 일이 있다면 그 작물이 가장 잘 자라는 환경을 찾아 가야 합니다. 그러면 끝.

 

 귀산촌 = 조심.

요즘 귀촌하려고 준비하는 분들은 어딘가 가서 교육을 많이 받더군요. 그리곤 시골 내려가면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다양한 사업을 본인에게 주는 것으로 당연하게 알아요. 그냥 막 주는 게 아닌데도 그걸 몰라요. 일단 걸음마를 해야 달릴 수 있듯이, 준비가 되어야 마을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나라에서도 지원해 주죠. 여기에서 본질은 그래요. 준비과정은 무조건 본인이 해야 됩니다. 교육과정만 믿고 와서도 안 되고, 남의 말만 들어서도 안돼요. 직접 경험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나한테 당연히 주는 건 없습니다.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노력하고 더 노력해야 다양한 걸 누릴 수 있어요. 그래서 조심해야 합니다. 마음조심하세요.

 

 심마니로 이루고 싶던 꿈.
‘모르는 건 배우고, 배웠으면 써 먹고, 써 먹었으면 알려준다.’라는 생각으로 지금도 귀농카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부르면 학교로, 마을에서 부르면 다른 마을까지 갑니다. 요즘 들어 저희 집에 찾아오는 외부 방문객이 700명 정도 됩니다. 그 사람들이 제게 물어보는 건 귀촌입니다.
산삼을 캐며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삶을 누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산에서 삼을 캐며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지냅니다. 도심에서 살 때 꿈꾸던 꿈이 점점 현실로 가깝게 오고 있네요. 심마니를 만난건 제 인생의 큰 행운이었습니다.

 강진홍 지부장이 머물고 있는 마을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정겨운산촌생태마을(홍천군 내촌면 장수원로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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