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수종들의 향연, 영천 자천리 '오리장림'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이재락
'오리장림'은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에 있는 숲입니다. 자천리 일대에 5리(2km)를 걸쳐서 숲이 조성되어 있다고 하여 오리장림(五里長林)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지난 1999년에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404호로 등록이 되어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각종 도로공사 등으로 숲이 많이 잘려서 자천리 입구에 자그마하게 남아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오리장림 숲의 입구>
마을입구에 남아있는 숲의 가운데는 왕복 2차선 35번 국도가 시원하게 뚫려있습니다. 생각보다 차량이 많이 다녀 자칫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리장림 안내도>
허리가 잘린 숲의 모양새가 안타깝습니다. 빨리 걷는다면 채 몇 분 만에 숲을 모두 돌아볼 수 있겠지만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150년 이상 된 다양한 수종의 나무와 함께 호흡하며 천천히 느리게 걸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3배속 정도 느려도 좋습니다.
<노란 가을옷을 입으려는 숲의 나무들>
숲의 나무들이 가을을 맞아서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중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뜨거운 초가을 햇살에 노란빛이 부서집니다. 숲은 살아서 움직입니다. 순환하는 계절에 순응하며 변화무쌍한 모습입니다.
숲을 지나는 도로는 짧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35번 국도는 영천 보현산 천문대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길을 지나면, 숲의 터널을 관통하는 느낌이 듭니다. 봄이면 꽃가루를 흩뿌리고, 가을이면 낙엽을 뿌려줄 것입니다.
숲은 마을의 수호림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 숲에는 수령 50년에서 450년이 넘는 나무도 있습니다. 사람은 사람보다 오래 존재한 것들에 대한 동경과 신앙을 갖습니다. 예로부터 그런 토템에 안녕을 기원해왔습니다. 숲은 그렇게 사람들을 품고 존재해왔습니다.
자천숲에는 낙엽활엽수인 은행나무, 왕버들, 굴참나무, 느티나무 등이 있고, 상록침엽수인 적송과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 등이 다수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12종 282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좁은 지역에 다양한 수종이 존재하는 숲을 ‘혼유림’이라고 합니다. 특히 도로 옆에 심어둔 히말라야시다 같은 외래종은 숲의 원형을 훼손한 느낌도 있지만 이제는 숲의 일부로 인정해야 할듯합니다.
<오리장림의 유래>
숲은 1500년 경 마을 사람들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던 자을천(자천)이 수시로 범람하여 농사에 큰 해를 끼치곤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홍수 방지를 위해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숲속에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습니다. 그 길에는 시멘트를 깔아놓아 비 오는 날에도 발을 젖지 않도록 배려한 것 같은데 좀 젖더라도 흙길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숲의 중간에는 그네가 하나 서 있습니다. 그 외에도 데크 쉼터, 벤치 등이 다수 설치되어 방문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습니다.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 한 가족이 숲속에서 간식을 먹고 있습니다. 초가을이지만 아직은 강한 햇살아래 그늘을 드리워주는 나무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몇 백 년의 노거수들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래된 할아버지 나무들에는 울타리가 둘러져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철 피서객들이 울타리를 넘어서 자리를 깔기도 한다고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노거수
나무에 남아 있는 울퉁불퉁한 주름과 상처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훈장인 듯 합니다.
숲은 놀이터입니다. 사람들에게 휴식과 유희를 제공합니다. 숲속에서 사람은 안식을 얻고, 피로를 풀어냅니다. 우리가 숲을 아끼는 만큼 숲은 우리에게 많을 것을 돌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공생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아이들이 끊임없이 숲과 스킨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찾아가는 길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네비게이션은 ‘자천숲’ 또는 ‘오리장림’으로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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