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7년(8기)

문화와 역사를 품은 공주 태화산과 천년고찰 마곡사

대한민국 산림청 2017. 4. 20. 17:00

역사문화를 품은 솔숲,

공주 태화산과 천년고찰 마곡사

 

 

 

 

 오늘은 대전에서 가까운 공주의 태화산으로 향한다. 계룡산의 갑사와 더불어 춘마곡, 추갑사 라는 말이 있을만큼 봄에 아름답기로 소문이난 천년고찰 마곡사를  품고 있는 산으로도 유명한데, 여차저차 하다 보니 이번에서야 처음으로 마곡사를 찾게 되었다.

 

 

 

일주문을 지나서 지난 가을 억새가 아늑하게 남아있는 냇가 옆 포장도로를 따라 마곡사 까지 느긋한 길을 걸어간다. 절 구경을 먼저 할 것인가, 아니면 산 구경을 먼저 할 것인가를 고민 하다가 일행들은 먼저 산에 오르기로 한다. 마곡사 앞에서 활인봉으로 방향을 잡고 왼쪽으로 틀어서 계곡에 들어서니 안쪽까지 걷기 좋은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경사면이 시작되며 계단길이 이어지지만 활인봉으로 가는 길은 대체적으로 완만하고 평탄한 숲길이다. 어느 곳이든 마을 뒤에 있으면 무리하지 않고 운동 삼아 걷기에 딱 좋은 부드러운 숲길 이다.

 

 

사실 그동안 이곳 태화산을 올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으나, 모두 망설이다가 다른 산을 선택하곤 했었다. 가장 큰 이유가 밋밋하고, 낮으며, 조망도 없는 숲길 이라는 것 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걸어보니 평범한 소나무 숲길이 생각과 달리 편안하고 아름답게만 보인다. 혼자서도 소나무향을 맡으며 차분히 생각하며 걷기에도 좋아 보이는 숲길 이다.

 

 

 

산에 오르는 도중 진달래도 만났다. 봄이 다가 옴은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자연이 먼저 보여준다.

 

 


주막이 있는 능선 갈림길에서 활인봉으로 길을 잡고 걷는데, 중간에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활인샘 갈림길을 지난다. 아마도 활인봉은 이 활인샘에서 유래가 된듯하다. 최근 자료를 보니 활인샘은 딱히 구경하거나 마실만한 샘터가 아닌듯 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가 앉아있는 태화산 정상이 아무래도 나발봉이 아니고 활인봉 같은데, 활인샘에 대한 유래를 안내하고, 샘터를 정비해 놓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태화산 정상인 나발봉 이라고 하는데, 나발봉은 활인봉 보다 낮은 곳이며, 또한 어떤 지도에는 나발봉이 있는곳은 태화산이며 깃대봉과 활인봉이 있는 곳을 철승산 이라고 표기 해놨는데, 지도의 등고선을 보면 활인봉은 깃대봉과 연결되어 있다기 보다는 나발봉과 연결되어 있다고 봐야 하며, 현재 정상석도 없는 나발봉 보다는 활인봉을 태화산의 주봉 이라고 봐야 할것만 같다. 활인봉과 나발봉 사이에 있는 입구는 좁지만 안이 넓은 자궁같은 샘골이 이중환의 택리지나, 정감록에서 언급한 십승지지(十勝之地)의 복지(福地)다.

 

 

활인봉과 함께 계곡 건너편에 있는 태화산의 또 다른 봉우리는 나발봉인데, 유명한 마곡사가 있으니 만큼 얼핏 불교와 관련된 이름이 아닌가 생각을 해볼수 있겠으나.  나발봉의 유래는 도적들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요즘 방영중인 인기 드라마 '역적'의 주인공인 홍길동이 주로 활동하던 지역이 태화산 앞에 있는 공주 무성산과 그 일대 라고 하는데, 그 도적들이 유사시에 나발을 불어 신호를 전달했다고 하여 나발봉 이라는 지명이 유래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무성산에는 홍길동이 쌓았다는 무성산성이 남아 있다. 높이로나 유래로 보아도 활인봉이 정상 스럽다는 생각 이며, 이 유명한 명찰에 부처님 닮은 봉우리 하나 없는것도 이상하다.

 

 

 

이날 조망은 잡목에 가려 이정도 뿐이다. 저 뒤에 높은 산이 우리가 오름길에 나발봉 이라고 착각했던 태화산과 무관한 이름도 없는 570봉 이고 왼쪽 앞의 야트막한 산줄기가 나발봉 이다. 이쪽 활인봉과, 저곳 나발봉 사이에 우측으로 너른 분지형 계곡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환란을 피한다는 십승지지의 샘골이며, 생골이다.

 

 

 

나발봉으로 가는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걷다가 나발봉까지 가지 않고 중간 안부에서 우측으로 샘골을 향해 내려선다. 다들 샘골 이라고도 하는데, 이정표엔 생골 이라고 되어 있다.

 

산길을 내려서 생골로 들어선다. 마을에 찬 샘이 있다 해서 샘골인데, 생골은 샘골에서 변하여 부르는 마을 명이다. 다른 이름으로 시양동 또는 西陽洞이라고도 부른다.

 

 

샘골은 지도에서 나오는 작은 계곡이 아니라 상당히 넓은 곳이다.  빙 둘러 산으로 에워싸인 좁은 입구를 태극으로 굽이치는 물길이 다시 한 번 가로막고 있는 이곳의 안쪽 터는 전쟁도 피해간다는 여인의 자궁을 닮은 편안한 십승지지로 좁은 입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넓은 10만평의 농지를 품고 있다고 한다. 다 마곡사 소유의 농지인데 사는 사람이 없어서 대부분 휴경지가 되어 잡목 숲으로 변해버렸다고 하는데, 50년 전만해도 500명 가량이 살았었다고 한다.

 

 

 

 

태화산 마곡사는 백범 김구와도 관계가 깊은 곳 이다. 한성황후 시해에 분개한 김구는 황해도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쓰치다를 정보장교로 생각하여 죽이고 '국모의 원수를 갚을 목적으로 거사를 벌였다'는 대자보를 붙인 뒤 성명과 주소까지 적어 놓고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3개월 뒤 체포됐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며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형집행일 우연히 사형수 명단을 훑어보던 승지에게 '국모보수(國母報警, 황후 시해 복수)' 라고 하는 범행 동기가 발견되었고, 고종에게 급히 보고되어, 긴급 어전회의 후에 사형집행정지가 결정되었다. 사형이 집행되기 바로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황명을 전달하는 파발이 제아무리 빠른 말을 타고 달려도 사형집행을 막지 못했을텐데 다행히 3일전에 서울-인천간 전화선이 개통되어 고종의 특명이 바로 인천 교도소에 전달 되었다.
 

불모비림

 

불모는 사찰의 불화나 불상을 제작하고, 단청을 시공하는 이들을 가리키는데, 마곡사는 예부터 불화를 그린 화승도량으로 유명 하다고 한다. 특히 마곡사 화승을 대표하는 금오당 약효스님은 마곡사를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최대 화승공동체를 유지했던 근대의 대표적인 불모 라고 한다.

 

 

넓고 긴 샘골을 내려선후 드디어 마곡사로 들어선다. 마곡사는 백제 의자왕 3년(643년) 신라 승려 자장율사가 창건했는데, 마곡(麻谷) 이라는 이름은 신라시대 보철화상이 법문을 열때 삼나무(麻) 처럼 사람들이 빽빽하게 계곡에 모여 들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있다.

 

극락교 위에서 바라본 태화천

 

마곡사의 구조는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극락교 건너느냐 아니냐로 나뉘는 것 같다. 명부전을 지나 극락교를 건너면서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선다. 이 태화천이 수태극을 이후면서 십승지지인 샘골을 병풍처럼 가리고 한번 더 숨겨준다.

 

                      마곡사 오층석탑 (보물 제799호), 마곡사 대광보전 (보물 제802호)

 

마곡사는 특이하게도 대광보전이 있고, 바로 뒤에 대웅보전이 있다. 오층석탑은 원나라 시대의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탑으로, 꼭대기에 라마탑 양식인 풍마동(風磨銅) 장식이 있다. 이는 세계에서 세 개밖에 없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라고 하는 귀한 탑 이라고 한다.


 

마곡사 대웅보전 (보물 제801호)

 

대웅보전의 현판은 신라 명필 김생의 글씨라고 전하여 온다. 대웅보전의 외부는 2층으로 되어 있으나 내부는 하나의 공간으로 되어 있다. 금산사 3층 미륵전도 그렇지만 마곡사 2층 전각도 중층 건물로 상당히 귀한 건축 유물 이다.

 

 

 

마곡사를 한바퀴 돌아 태화천을 돌아 나온다. 또 다시 김구선생 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태화천 왼쪽 데크가 바로 김구 선생이 머리를 자른 곳이다. 천만다행으로 전화가 개통되어 목숨을 건진 김구 선생은 이후 탈옥을 감행하여 이곳 마곡사로 오게 된다. 이곳에서 스님의 권유로 승려가 될 결심을 하고 저 데크에서 삭발식을 가지게 되었단다. 후에 그는 백범일지에서 '...내 상투가 모래 위에 툭 떨어졌다. 이미 결심은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고 술회했다.

 

 

춘마곡, 추갑사 라고 하였듯이, 봄과 가을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이 곳에, 꽃이 화사하게 태화천을 수놓으면 정말로 아름다울 것 같다. 마곡사 그리고 솔바람길을 걸어 이번에 미처 둘러보지 못했던 또 다른 봉우리인 나발봉에도 가보고 싶고, 꼭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백련암의 영험한 마애부처님도 보고 싶다. 화사한 봄날에 아름다운 마곡사와 그 뒤로 숨어 있는 샘골, 그리고 이들을 보듬어 안고 있는 편안한 숲길의 태화산을 추천하고 싶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8기 블로그 기자단 전문필진 박재성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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