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산림청/Magazine 숲

<에코 디자인> 나무를 창의적으로 절약한다, 폐목 디자인

대한민국 산림청 2017. 6. 26. 13:30

[에코 디자인]

나무를 창의적으로 절약한다
폐목 디자인


글. 김대호(에코크리에이터)



바다 위 떠다니는 수많은 쓰레기들이 있다. 정확한 양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해양 쓰레기 중 가장 많은 쓰레기는 플라스틱이지만 또한 많이 해류를 타고 떠다니 는 것이 폐목이다. 폐목이 바다 위에 버려지는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다. 건축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이 주 원인이지만 대형 재난으로 인해 바다로 흘러들어온 폐목도 상당하다. 심지어 이런 해류에 떠다니는 폐목만을 건져 활용하는 기업도 등장 했을 정도이다. 어떻든 해마다 버려지는 목재의 양은 상당하다.


(사진출처 - 아베오 디자인 텀블러 http://abeodesign.tumblr.com/)




폐목으로 사무용 가구를 디자인하다


사무실을 이전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이 바로 인테리어이다. 어떻게 하면 보다 쾌적하면서도 효율적인 업무 공간을 꾸밀 것인지 자신의 사무실을 꾸며본 이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새로운 기자재와 책상 수납장들을 구입하기 위해 소요되는 예산은 늘 부담이다. 그런 이들이라면 이런 방식은 어떨까? 미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아베오 디자인(Abeo Design)은 새롭게 사무실을 리모델링하면서 매우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바로 사무실을 꾸미기 위한 가구들의 목재를 모두 버려진 폐목을 활용한 것이다. 폐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돈되고 세련된 느낌을 전해 준다. 아베오 디자인은 주로 재해지역에서 버려진 폐가구들이나 주인 없는 페허에서 폐목재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이렇게 수집된 폐목의 때를 벗기고 깨끗하게 다듬고 코팅해 새로운 목재와 같은 느낌으로 1차 공정을 거쳤다. 공정을 거친 목재들은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훌륭한 오피스 가구로 거듭났다.


디자인 역시 일반적인 가구에 비해 독창적인 분위기를 전해준다. 특히 곳곳의 열린 공간이 시원한 느낌을 전해준다. 답답한 파티션 대신 언제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일부러 가구의 모양을 열어 놓았다고 한다. 마치 책상에 유리벽 없는 창문이 달린 듯하다. 폐목을 활용한 1차 아이디어에 직원들의 원활한 소통에 주안점을 둔 2차 아이디어가 더해져, 신선한 사무실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렇듯 재활용에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현대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절묘한 타이밍을 찾아야 하고 소재의 질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접점을 발견해야 한다. 아무리 재활용 목재라도 전체적인 컨셉과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으면 활용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버려진 창문을 활용한 독특한 인테리어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건축 스튜디오 에스피에스 아키텍트(S+PSArchitects)는 매우 독특한 하우스 디자인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한 가정의 새로운 집을 위해 그들이 사용한 소재 때문이다. 바로 버려진 창문을 활용한 것이다. 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인도는 하루에도 수백 곳의 건물이 철거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건축 폐기물이 생산되고 있다. 이들은 바로 이런 건축 폐기물들을 활용해 신선한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오래되고 허름한 창문과 현대식 건축이 오묘하게 조화된 것이 매우 인상 깊다. 얼핏 보면 낡은 건물 같지만 실내를 들여다보면 색다른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에스피에스 아키텍쳐’는 버려진 소재를 현대 건축술에 적절히 조화시킬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건축 폐기물이 다시 건축자재로 쓰이는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즉 현대적인 것과 옛것의 빈티지함을 조화시켜 버려진 것에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그래서 그런지 콜라주 하우스(Collage House)라는 본 건물의 이름이 더욱 어울리는 듯 하다. 건축뿐 아니라, 더많은 영역에서 이런 긍정적인 콜라주들이 확장되길 기대해 본다.





 폐목에서 탄생한 공공디자인


빡빡한 빌딩숲 사이에서 일하다 보면 늘 그리운 것이 바로 녹색의 맑은 공기와 향기이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특별한 장소를 제외하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남미에 위치한 정열의 나라 칠레, 이곳에 여유롭고 이색적인 환경 공원이 빌딩숲 사이에 등장했다. 칠레의 건축 스튜디오 빌스앤라이온언 아키텍트(Beals & Lyon architects)에서 설계한 ‘갈림길의 정원(The Garden of ForkingPaths)’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문학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소설 이름과 같다. 각종 식물의 청량함과 멋진 정원길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공원 중앙에 위치한 맑은 수조가 더욱 시원한 느낌을 전해준다. 어른들은 수조 안에 발을 담그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힌다.


노란색 구조물과 하얀 천막이 멋스러움을 더한다. 한적한 공원이 때로는 더욱 어둡고 으슥한 분위기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갈림길의 정원은 밝은 색감과 디자인을 더해 여유로우면서도 활기찬 느낌을 전해 준다. 사람들이 삭막한 도심에서 잠시나마 자연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놀랍게도 본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쓰인 소재는 폐목이다. 폐목의 겉면을 색칠하니 새로운 목재 못지않은 훌륭한 소재가 됐다. 이를 공사장의 가설물처럼 조합했다. 공간을 기능적으로 분리하되 서로를 볼 수 있고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나누었지만 막히지 않은 열린 공간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공간을 폐목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들이 삶의 스트레스를 보내면서 재활용에 대한 편견도 함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이 바로 살아 있는 생태 학습장이자 환경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는 친환경 공공 디자인일 것이다.


해마다 숲은 줄어들고 산림을 잃어가는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늘우리에게 충분해 보이는 산림도 무분별한 개발 앞에서 언제 시들지 모른다. 이제 좀 더 주위를 둘러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행히 폐목은 다른 산업폐기물에 비해 재활용도가 높다. 폐목을 최대한 활용하면 줄어드는 숲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폐목을 활용한 인테리어 문화가 더욱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무를 가장 창의적으로 절약하는 방법일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