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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살어리랏다! 귀산촌 이야기> '감'으로 마을의 미래를 걸다 ②

대한민국 산림청 2017. 7. 5. 13:30

<산촌에 살어리랏다! 귀산촌 이야기>

'감'으로 마을의 미래를 걸다 ②

- 동상면사람들 유승정





 상품의 다양성으로 마을 소득 안정화


사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감을 이용한 상품의 다양성은 이미 실현되었다. 감식초, 감잎차, 곶감,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을 이용한 수정과까지 만들었다. 수정과도 내년부터는 한 살림에 공급된다. 감 외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이 개복숭아를 이용한 음료용 식초다. 개복숭아 음료를 만들기 위해 십여 년 전 마을사람들과 함께 5만주의 개복숭아를 심었다. 완주군에 요청하여 마을소득사업으로 군유림을 임대했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야생의 개복숭아 씨앗을 채취하여 묘목을 만든 뒤 심었지만 워낙 돌투성이의 산이고 토질이 좋지 않은 곳이라 10년이 지나서야 10톤 정도의 수확량밖에 되지 않았다. 5만주 가운데 2만주는 임대한 군유지에 집단적으로 재배했다. 그렇게 수확한 돌복숭아에 대한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는데 1년이 걸렸다. 물론 동상면사람들이 생산하고 있는 감잎차, 감식초, 돌복숭아 음료 모두 유기가공식품 인증과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받았다. 돌복숭아는 매년 수확량이 늘고 있고 봄이면 붉은 꽃이 장관을 이룬다. 유씨는 복숭아꽃 만발한 계절에 도시의 소비자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사실 돌복숭아를 심는 등 상품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과정은 감 수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마을 소득을 다양한 계절로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 철에 소득이 집중되면 1년의 생활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7~8월의 개복숭아 수확과 겨울철의 곶감으로 소득활동이 나누어지는 효과를 얻었다.


공장에도 도시민들이 찾아오면서 볼거리도 늘려가고 있다. 오크통에서 숙성되어 가는 감식초를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연도별로 숙성기간에 따라 가격을 달리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일본의 가고시마 흑초 생산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세계 3대 식초를 일본 가고시마 흑초, 미국 유기농 사과 식초, 이탈리아의 포도를 이용한 발사믹 식초라고 말합니다. 발사믹은 오크통 숙성 방식이고, 가고시마 흑초는 현미로 만드는데 항아리 숙성을 합니다. 가고시마 식초 생산지에 가면 5만개가 넘는 항아리에 식초가 숙성돼 가고 있어요. 장관입니다. 연차별로 1년차 2년차 하는 식으로 전시돼 있는데 물론 숙성기간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숙성과정을 관광상품화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감식초가 이곳 동상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이걸 알리고 싶기도 하고 관광상품화하고 싶기도 해요. 왜냐고요? 감만큼 식초를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없고, 제대로 만들려면 어려운 것도 감입니다.”





 30년간 농·산촌융복합 6차산업의 기틀 마련


그가 꿈꾸는 관광상품은 감식초를 만드는 과정에서 머물지 않는다. 감잎에 함유된 비타민C를 활용하여 감잎 스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멀리서 찾아온 생협 조합원들이 낮에는 견학하고, 저녁에는 생산자와 간담회를 갖고, 마지막으로는 감잎추출물을 활용한 스파로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여관(료칸)처럼. 현재의 농어촌민박과는 차원이 다르므로 아직까지는 행정규제에 걸려 할 수가 없다. 물론 그 모든 서비스를 법인 동상면사람들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 법인은 단지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사례를 보여줘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마을주민들의 출자를 받아 하나의 법인을 만드는 것은 갈등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주민들의 감과 복숭아를 수매만 해주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앞으로 관광사업도 그렇게 가야 합니다. 그래야 법인과 마을주민 사이에 갈등이 없어요. 2015년에는 법인이 80%의 비용을 대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가고시마 흑초 생산지 견학도 하고 료칸 체험도 두루 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마을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그것만 하는 줄 알았는데 발전적인 의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게 지금 행정규제에 걸려 앞으로 나가질 못하고 있는거죠.”


감을 이용한 6차산업으로 마을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것이 유대표의 꿈이다. 그 기초는 마련되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바탕에는 전국 50만 한살림생협 조합원이 있다. 그리고 30년간 조합의 생산자로 꾸준히 함께 해온 시간동안 쌓아온 신뢰가 자신감이다. 그는 정부 주도의 수많은 권역사업들이 거의 실패로 끝나는 이유가 마을의 자체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재정지원에 그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3년 혹은 5년에 걸친 정부의 지원사업이 끝나고 나면, 행정적 지원이 종료되고 나면 5년을 버티는 곳도 드물 것이라고 한다.


“우린 달라요. 도시의 조합원이 50만 세대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마을이고 관광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있는데 그걸 실현할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감도 있고 개복숭아도 있어요. 체험거리와 볼거리도 있죠. 그걸 조직해낼 법인도 있어요. 30년 동안 정부가 말하는 농·산촌융복합 6차산업의 기틀을 만들어 온 것이죠. 기반을 조성해 온 겁니다. 문제는 옛날식 민박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저 농·산촌융복합 6차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법적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감 클러스트를 통한 전후방 사업 기대


그렇다고 그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을주민들과의 유대를 강화해가고 있다. 그 출발은 교육이다.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도 하고, 일본 가고시마 등 선진지 견학을 통해 견문도 넓혔다.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한 시설도 늘려 내년에는 더 많은 상품으로 매출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등외품을 가공한 수정과는 이미 내년부터 공급이 확정되었다. 감잎차를 페트음료로 만드는 것도 곧 완성단계에 와 있다. 공급할 수 있는 물품이 다양화할수록 마을의 소득도 는다. 또 소득이 연중 고르게 분배되는 효과까지 생긴다. 또 계절적 생산의 특성상 고용도 창출하고 있다.


“수만리 전체는 70가구, 동상면 전체는 5백 세대 정도 됩니다. 이곳을 감 클러스트로 만들고 싶죠. 동상면사람들이라는 법인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 소통하며 소득을 창출하여 분배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감을 테마로 전후방 사업들을 활성화시키는 겁니다. 여긴 농경지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 방법밖에 없어요. 우린 단지 시범사업을 하여 가능성을 보여주고,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 교육하고 홍보하고 소통하는 창구의 역할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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