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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살어리랏다! 귀산촌 이야기> 내일이 아닌 오늘을 선택한 귀촌 ②

대한민국 산림청 2017. 7. 17. 09:30

<산촌에 살어리랏다! 귀산촌 이야기>

내일이 아닌 오늘을 선택한 귀촌

- 박기윤



 수행과 농사는 둘이 아니다


수행과 농사는 둘이 아니다. 수행이 곧 농사고, 농사가 곧 수행이라는 선농일치는 다시 풀자면 농사일이 수행만큼이나 힘들고, 수행이 산속 오지에 홀로 동떨어져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무릎 꿇고 호미로 밭을 매는 삶의 과정이라는 얘기다.


“저처럼 고집 세고 야망이 강한 사람에게 농사일은 온전히 살아있는 수행입니다. 농사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자연과 나의 노동, 그리고 작물 고유의 성질과 생태에 따라 다른 결과가 빚어지는데 겸허해질 수밖에 없죠.”


박교장이 유난히 선농일체를 강조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귀농·귀산촌자들이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세다는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귀농·귀산촌은 여전히 사회의 주류가 선택하는 길이 아닌, 혹 낙오할지도 모른다는 혹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하는 소수자의 길을 과감히 결단하는 용기를 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장기숙박형 현장교육은 3월에 입학해 11월에 졸업한다. 11월에는 수확물로 김장김치를 담아 각자 집으로 가져가기도 하고, 졸업여행으로 베트남을 다녀오기도 한다. 물론 장기숙박형 현장교육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 교육과정도 있다. 단기 교육과정이 인기를 끄는 것은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정부의 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박교장은 정부의 금융혜택을 받은 적도 없고, 그런 정부의 정책에 대해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어차피 5년이 지나면 갚아야하기 때문이다. 농업으로 소득을 올리기도 쉽지 않고, 농업으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에 5년이란 시간은 아주 짧기 때문이다.


화천현장귀농학교의 운영 주체는 화천군생태귀농자협의회다. 박교장, 백팀장이 중심이 돼12명이 만들었고 2016년까지 장기숙박형 현장교육을 마친 졸업생은 60여명에 이른다. 교육생들이 내는 교육비(연간 2 백만 원 정도)는 전액 숙박비로 충당되고, 교육과정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강사비, 교육자재비 등은 화천군, 농림부, 산림청 등의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충당한다. 현재까지 이 과정을 거친 졸업자들의 70% 정도가 귀농·귀산촌을 했다. 그 중 몇 명은 화천군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특별한 모임 같은 것은 없다. 각자가 속한 마을에 정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돈 벌러 귀농하는 것은 헛꿈


현장귀농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그는 귀농·귀산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다.


“귀농하면 돈 번다는 말 믿고 귀농하면 다 망합니다. 말도 안 되는 짓들 하고 있어요. 농사란 것이 베테랑들도 힘든데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져 들어와서 5천만 원을 벌겠다, 1억을 벌겠다하는 것은 다 헛소립니다.”


그는 귀농·귀산촌을 준비하러 들어오는 교육생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 귀농·귀산촌을 꿈꾸며 저마다 그렸을 아름다운 미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자신이 맡은 첫 번째 일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스스로 경험한 것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좌절을 옆에서 지켜보며 배운 것이기도 하고, 우리 농업을 둘러싼 열악한 여건이 쉽게 개선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귀농·귀산촌 하려고 교육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귀농하면 힘들다, 돈 못 번다는 소리만 해서 교육생들로부터 욕을 먹으면 우리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운찬 학교’라고 이름을 내건 화천현장귀농학교는 현재 한해살이를 다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귀농 교육기관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씨 뿌리고 가꾸고 열매 맺어 수확할 때까지 전 과정을 현장학습으로 배우는 곳이다. 농사와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시골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취득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집짓기, 배관, 목공, 용접, 구들 놓고, 화덕 만들기, 농기계 다루기 등. 전화 한 통으로 기술자를 부르는 도시생활과는 다르게 일상에서 부딪히는 모든 일들을 직접, 자기 손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게 한해살이를 다해보는 정규과정에 매년 10명 정도가 학교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배출되고 있다.





8박9일짜리 단기과정도 있다. 매월 한 번 정도 모집을 한다. 그 외 외부의 요청에 따라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2박3일에서 8박9일까지 다양하다. 기업이나 한국임업진흥원, 남북하나재단 등 요청 기관은 다양하다. 어느 과정이든 학교에서 숙박교육 형태로 진행한다. 교사는 박교장 자신과 교육팀장, 그리고 각 과정별로 전문 외부강사로 구성된다.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교육의 처음은 대개 토크쇼 형태로 진행한다. 평생 농사를 짓고 산 인근의 베테랑 농민들 여럿을 초빙해 문답 형태로 자유롭게 진행한다. 토크쇼의 백미는 농사의 경제성이다. 초빙한 농민들 저마다 각자 짓는 농사의 규모와 연소득을 밝히는 대목에 이르면 교육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아니 그것밖에 못 법니까?’ 교육생 중 일부는 무, 배추, 고추, 감자 말고 특용작물에 왜 관심을 갖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블루베리, 아로니아! 설명이 이어진다. 이미 2015년부터 블루베리 폐업보조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해서 생산비가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고. 그 때 진행자가 질문을 던진다.


“투자금은 회수할 수도 없고, 답은 없는데, 이제 다시 도시로 돌아갈 것입니까?”

귀농·귀산촌 하려고 온 사람에게 귀농·귀산촌 하지 말라고 말하는 박교장의 속내는 사실 다른데 있다. 경제적인 꿈을 가지고 들어왔다가 현실로 들어가면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걸 견뎌낼 수 있다면, 그리고 삶의 전환을 꿈꾸고 온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생태적 삶, 하루하루를 즐기는 행복한 삶은 도시에서도 가능하고 시골에서도 가능하다. 도시에서 그렇게 살지 못했다면 귀농·귀산촌해서도 그런 삶을 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돈을 못 벌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항상 쫓기듯 경쟁하는 삶에 지쳐,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것이 괴롭다면 생산하고 순환하는 삶, 느리게 살 수 있는 시골에서는 위로를받을 수 있다. 그런데 돈 벌러 귀농·귀산촌을 꿈꾼다면 어림도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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