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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살어리랏다! 귀산촌 이야기> 귀산촌은 삶의 목표가 바뀌는 것②

대한민국 산림청 2017. 9. 7. 13:30


성공 귀산촌人 - 박희축씨



 시대의 흐름 읽지 못하면 시골도 희망 없어


그는 현재 약간의 농사를 짓고 있다. 조금의 텃밭과 5백 평에 고사리를 심었다. 고사리는 지인들을 통해서 팔고 있다. 그가 활동하며 만들어 놓은 도시 네트워크가 한몫을 하는 것이다. 전에는 2천5백 평에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2천 평엔 메밀을 심었다. 마을일에 바쁘기도 하고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농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 때문이다. 처음 들어와서 시험삼아 들깨 농사를 지어봤는데 들어간 돈을 계산해 보니 120만원, 판매한 금액이 27만원이었다. 그러니 그가 생각하는 귀산촌·귀농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다.


“귀산촌·귀농은 삶이 이동하는 것. 삶의 목표가 바뀌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본다면 도시에서 성공한 사람은 시골와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은 시골와도 실패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는 귀산촌·귀농은 결코 경제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왜 농·산촌을 돈으로 평가합니까?”





그는 여전히 사주카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장소도 물색해 두었고 운영계획도 점차 구체화시켜나가는 중이다. 단순히 사주를 봐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별 체질에 따른 음식도 제공할 수 있는 맞춤 치유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런 개인적 소망이 2년 후쯤에는 실현될 수 있을 걸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여전히 마을사업에 대한 욕망도 꿈틀거리고 있다. 그간 마을일을 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성과들을 바탕으로 한걸음 더 나가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배경에는 도시 소비자들의 요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한걸음 늦고, 마을주민들의 의식변화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농 ·산촌관광이 줄어들고 있어요. 산촌생태마을이라고 정부에서 선정해서 사업한 곳을 찾아가 보면 하나같이 똑같아요. 떡메치기, 투호놀이, 가재잡기, 곤충 등 천편일률적입니다. 어느 마을에서 잘된다고 소문나면 너도나도 따라 해서 특성이 없어요. 이미 도시 소비자는 식상해하고 있어요. 농·산촌관광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피자 만들기, 떡메치기 같은 체험을 방과 후에 하는 학교들 많아요. 그걸 농·산촌관광에서 하는 겁니다.


그런데 경작지가 작은 산촌마을은 도농관계밖에 없어요.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해요. 그러려면 도시민들의 삶의 패턴과 요구를 끊임없이 피드백해야 합니다.”






 모범적 자매결연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삼성전자


그가 마을사업을 하며 자랑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돈독한 관계다. 지금도 매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한 대의 버스가 내려오고 있다. 농·산촌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지만 자매결연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형제자매를 찾아오듯 하고, 또 서로를 그렇게 대하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결연을 맺으면서 마을에선 기대하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일방적인 관계가 그렇듯 점차 내려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고 횟수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대표가 되면서 관계가 변했다. ‘자매결연이라는 이름 그대로 자매가 내려온다고 생각하고 대하자’는 것이었다. 그들이 즐겁게 체험하고 즐기며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고 마을의 생산물을 나누어주고 단 한 번도 먼저 무엇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삼성전자에서도 마을생산물을 단체로 구입해주는가 하면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찾아서 해결해주곤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전국의 마을이 6백여 곳 되는데 그중 가장 잘 유지되는 곳이라고 한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약간 흥분하며 말을 이어갔다.





“온다는 연락이 오면 누가 오는가 물어봅니다. 아이들이 오면 돈까스 만들고, 여자들이 오면 갈비찜 준비하고, 남자들이 오면 어죽 끓여줍니다. 봉사활동이라고 오지만 농·산촌 일이라는 것이 쉬운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은 짧게 끝낼 수 있게 준비하고 오가는 과정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천변을 걸어오라고 하던가, 하천정화 활동하며 카누타고 노는 식이죠. 그들에게 뭘 얻어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수원에서 당일 와서 가는데 얼마나 힘듭니까? 조용한 시골에 찾아와 주는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하고 고구마·감자·옥수수 삶아서 보내주면 그들도 방문할 때 뭔가 도와줍니다. 먼저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를 생각했어야 했지요”


현재 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큰 사업은 농촌관광거점마을 사업이다. 그 사업예산으로 도로 변에 호텔식의 완벽한 숙박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마을 특색 음식에 대한 개발도 마쳤다. 내년이면 건물이 완공되어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기준 한 해 1만 명 정도가 방문하는 호롱불마을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그는 마을일에서 손을 떼려고 한다. 그 대미를 그는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떠나는 해외여행으로 잡고 있다. 대부분 70대 후반에 접어든 마을 주민들에게 어쩌면 이승에서 즐기는 마지막 추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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