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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천상천하의 명승대지, 백두대간 네 번째 산줄기 태백산

대한민국 산림청 2017. 9. 18. 13:30

<백두대간>

천상천하의 명승대지

백두대간 네 번째 산줄기 태백산




 새해에가 되면 수많은 사람이 올라가 눈꽃 산행을 즐기고 소원을 비는 산이 있다. 우리 민족의 영산 ‘태백산(太白山)’이다. 이 산은 높이가 1,567m로 최고봉인 장군봉과 문수봉을 중심으로 비교적 산세가 원만한 육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 정상에는 고산식물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알려진 주목 군락, 그리고 6월에 피는 철쭉이 자리하고 있다.


 흙산 중의 최고 명산, 태백산


태백산은 오랫동안 ‘천(天)·지(地)·인(人)’, 곧 하늘과 땅과 조상을 숭배해온 고대신앙의 성지였다. 이 산은 토함산, 계룡산, 지리산, 팔공산과 함께 신라 오악(五岳)에 들던, 서라벌의 북쪽 산이다. 산 정상에 흰빛이 엉기어 있다고 하여 나라의 명산 중에서도 신령한 산으로 이름이 높았다. 산 정상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중요 민속자료 228)’이 있었고, 해마다 봄과 가을 열흘 동안 선남선녀가 모여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매년 개천절이면 천제를 지낸다고 한다.

태백산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삼국유사>에는 ‘묘범산(妙梵山)’이라 기록되어 있고 정암사 사적기에는 ‘대여산(黛與山)’이라 기록되어 있다. <사적기>에는 태백산의 앉음새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영남, 호남, 관동지방에서 풍성하고 빼어나게 불거진 산이 태백산 이니, 그것은 백두산의 직맥으로써 장백산에서 시작하여 오대산에서 중허리를 이루고, 여기 와서 마무리되고 있다. 그래서 태백천, 역시 대여산으로 부른다. 가히 천상천하의 명승대지라, 밑뿌리가 3백여 리에 걸치고 갈래 테두리가 무려 열 몇 개 군현에 이르니, 그 웅장 하고 깊고 높고 크기가 달리 비할 데가 없다.”


삼척읍지(三陟邑誌)인 『삼척진주지(三陟眞珠誌)』 ‘척주부(陟州府)’에 태백산의 명칭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태백산 중에서 가장 높고 흰 산이 문수산이며, 여기에 모래와 자갈이 눈 덮인 듯이 쌓여 있어 산 이름을 태백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푸르고 푸른데 어찌 태백이라 하였던가. 그 위에 당집을 짓고 천왕이라 이름하였다. 신라·고려 때부터 숭상하여 믿었고, 모두 무당과 박수의 도회로다. 저 동쪽을 바라보니 팽나무도 많고 저 남쪽을 돌아보니 크고 높은 언덕도 많다.”


이 글을 보면 태백산이 신라와 고려 때부터 토속신앙의 중심지였고 신령스런 산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았음을 알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는 강원도와 경상도에 걸쳐 있는 이 산 정상에 ‘천옥당’이라는 사당이 있었다. 그래서 인근 주민이 봄과 가을에 소를 잡아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여지도서>에도 비슷한 글이 실려 있다.


“삼척 부 관아의 서쪽 120리, 하장성면에 있다. 민간에서는 천왕당라고 부른다. 강원도 경상도 부근 사람이 봄 가을에 제사를 지내는데, 신령의 자리 앞에 소를 매어두고는 허겁지겁하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아난다. 만약에 돌아본다면 신령이 공손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죄를 준다. 사흘이 지난 다음 고을에서 그 소를 거두어 이용하는데, 그 소의 이름을 퇴우(退牛)라 부른다고 한다.”


 문장에 담긴 태백산


태백산을 두고 수많은 문장가가 글을 남겼다. 고려 때 사람 최선(崔 詵)의 예안(禮安) 『용수사기』에는 ‘천하의 명산이 삼한에 많고 삼한의 명승은 동남쪽이 가장 뛰어나며, 동남쪽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태백’이라 하였고, 조선 전기의 문장가 김시습은 「망태백산(望太白 山)」이라는 시를 남겼다. ‘멀고 아득한 태백산을 서쪽에서 바라보니, 기암괴석이 구름 사이에 솟아 있네. 사람들은 신령님의 영험이라 말하는데 분명코 천지의 조화로세.’ 어두운 시대를 살다간 옛 시인의 시는 그 시대에 읽어도 오늘 시대에 읽어도 슬프기 그지없다.


‘땅이 궁벽하니 누구인들 쉽사리 갈 수 있으랴, 개 어금니처럼 울퉁 불퉁하여 고르지 않은 험한 길을 만났으니 가는 길이 멀고, 태백산은 계집의 눈썹처럼 공중에 떠서 가로질렀네. 토지는 메마르고 세금은 무거워서 유리해 도망간 백성이 많으니 집집마다 벌꿀을 뽑아 바치는 것을 차마 제대로 바라보랴.’ 눈꽃이 만발한 겨울에 일출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태백산의 망경사 입구에 있는 용정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솟는 샘물로 천제의 제사용 물로 쓰인다. 이곳 태백산은 <정감록>의 비결 중에 난세의 병화를 피하기 위해 가장 좋은 십승지지(사회의 난리를 피하여 몸을 보전할 수 있는 10여 곳의 장소)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으로 ‘감결’ 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실려 있다.


“곡식의 종자는 삼풍에서 구하고 자식을 낳으면 양백에다 숨겨두라’ 삼풍(三豊)은 경상도 영주의 풍기와 전북 무주의 무풍, 그리고 충북 괴산의 연풍이고, 양백은 태백산과 소백산이다.”




 비운의 임금 단종이 신이 되어 들어간 산


태백산 자락인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에는 태백산 신이 된 단종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 지역 사람들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단종을 무척 동정했다. 그러던 세조 3년 가을 어느 저녁 무렵, 이 마을 주민은 영월의 관아에 일이 있어 가던 길에 누각 앞에서 흰 말을 타고 오는 단종을 만난다. 주민들이 길가에 엎드려 인사하고 어디로 가시는지 물어보았더니 단종은 말을 탄 채 태백산에 놀러 간다고 했다. 영월에 도착한 마을 주민들은 그날 낮에 이미 단종이 죽임을 당하였다는 사실을 듣고, 조금 전에 길에서 만났던 단종은 그의 영혼이며, 죽은 단종이 태백산에 입산한 것이라 믿게 되었다.


그 뒤 태백산에는 단종의 영혼이 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지금도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태백산 정상 부근, 태백산 아래 춘양면 석벽리, 영월군 상동면 녹전리에 태백영당을 지은 뒤 단종의 화폭을 걸어놓고 단종의 신령(神靈)을 섬기고 있다.


이 산자락에 영남지방의 큰 젖줄인 낙동강이 발원지인 황지가 있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분기점인 태백산은 오늘날에도 민족의 영산 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수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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