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나는 임업인이다

<산촌에 살어리랏다! 귀산촌 이야기> 허브향 가득한 산촌생활 ①

대한민국 산림청 2017. 9. 19. 13:30



성공 귀산촌人 - 복영옥씨

 아로마테라피를 배우고 싶어서 나이 40에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그녀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아로마테라피 자격증 보유자(ITEC)이다. 서울에서 아로마테라피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대학강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어느 날 드라마의 대사 한 마디에 정신을 잃는다. “그래, 나도 재수 없어서 90세까지 살면 뭐 먹고 살지?” 더 늦기 전에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광양행을 결심했다. 광양 하조마을엔 이미 언니와 여동생이 먼저 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곳에 허브 정원을 가꾸고 아로마테라피 박물관을 만들어 교육시스템을 갖춰놓으면 더 나이가 들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운영하던 회사를 그대로 가지고 와 허브비누, 허브오일 등을 만들고 수출도 생각하고 있다. 하조마을로 내려와 그녀는 더 바빠졌다. 우리 약초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고, 허브정원도 가꾸고, 서울로 강의도 간다. 90살을 넘게 살아도 될 듯하다. 이젠 평화로운 산촌생활이 일상이 되어 서울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산촌에 들어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지역주민과의 융합이었다. 주민들 얼굴만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하고 직접 만든 수제비누를 선물로 드리는 것으로 극복하고 있다.







 나이들어 산촌에 모여사는 4자매


학의 형상을 닮았고 그 중에서도 학의 아랫부분에 해당한다하여 하조(下鳥)마을로 불리는 광양시 봉강면 조령리는 광양산 자락의 작은 산촌마을이다. 그곳엔 유명한 4자매가 있다. 충남 청양이 고향인 복현옥ㆍ채옥ㆍ영옥ㆍ향옥의 4자매는 가장 먼저 들어온 큰 언니 복현옥씨를 따라 차례로 들어와 지금은 광양시의 유명한 자매가 되었다. 나이 들면 자매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살자고 했던 얘기가 실현된 것이다. 그중 하조마을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해달별 천문대는 둘째 채옥씨의 집이다. 오랫동안 방송국에 근무했던 그녀의 남편이 취미생활을 위해 만든 천문관측 시설인 것이다. 퇴직하고 부인을 따라 서울서 하조마을로 내려오면서 개인 천문대를 만들어야겠다고 고집했다는 것이다. 천체사진 촬영을 위한 개인용 돔과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물론 전적으로 사비로 마련한 것이다. 막내 복향옥씨는 방송작가 출신으로 '하조나라'음식점과 전원펜션, 커피·와인카페를 운영한다. 서울 여의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과감히 정리하고 언니들을 따라 왔다.


가장 먼저 하조마을에 들어와 동생들을 불러들인 현옥씨도 하조마을과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순천으로 시집와 여행 때 들렀던 하조마을에 푹 빠져 남편을 졸라 이사를 온 것이다. 그러니 네자매 모두에게 하조마을은 결혼하고 뿔뿔이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 살게 된 어머니의 자궁인 셈이다. 네자매 중 가장 늦게 들어온 사람이 셋째인 영옥씨다. 그녀는 서울서 아로마테라피로 꽤 이름을 날리던 전문가였다. 2014년에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왔는데 2015년에는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산촌생태마을 6차산업 공모에도 선정돼서 치유정원을 조성하고, 치유오일 만들기 체험도 활성화되어 이제는 하조마을에 온 사람이라면 꼭 들르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재수없어 90세까지 살면 뭘 먹고 살지?


“2012년 가을이었어요. 무자식상팔자란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요. 드라마에서 정년퇴직한 둘째 아들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는데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재수 없어서 90살까지 살면 뭐먹고 살 건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내 머리를 내리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 나도...? 싶었습니다. 노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도 70, 80세 되어서 할 수도 없고. 나도 재수 없어서 90세까지 살면 뭘 먹고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 대사 하나에 그는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막연히 생각해왔던 것들을 점검해보니 답이 없었다. 남편이 연금이 나오는 공무원도 아니고, 재산이라곤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데, 그걸 팔아서 생활비로 쓴다면 어디서 살 것이며, 자식들이 부양해 줄 것도 아니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때 생각난 곳이 이곳 하조마을이었다.


언니와 동생이 내려가 있고, 사둔 땅에 영옥씨의 몫도 있었던 것이다. 내려가자,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내려가서 꿈꾸고 있던 허브가든을 만들자, 생각했다. 땅을 만들어서 허브들을 심고가꾸려면 더 나이 먹으면 힘들 것 같았다. 바로 남편에게 결심을 얘기했다. 의외로 순순히 동의해줬다. 아마도 ‘우리 늙으면 시골가서 살자’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것이 효과가 있으려니 했다. 하조마을에 땅을 살 때 어쩌면 남편은 정말 내려갈 생각으로 샀는지도 몰랐다. 정작 그녀 자신은 자매가 하는 일이라 숟가락 하나 얹는 기분이었는데. 남편의 동의도 얻었고, 아이들도 다 대학을 졸업해서 생활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하고 있던 아카데미(아로마테라피 학원)를 접고 강의시간을 조정해야 했다. 그 과정에 시간이 걸렸다. 아카데미는 2013년 봄에 접었는데 대학 강의는 약속이라 2013년 내내 붙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의가 끝난 2014년초 그녀는 홀로 내려왔다. 내려온다고 약속했던 남편이 막상 계획을 실현하자 주저한 것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남편에게 시골은 가끔 오면 즐거운 여행지였을 뿐 자신의 삶의 공간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손안의_산림청,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