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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살어리랏다! 귀산촌 이야기> 허브향 가득한 산촌생활 ②

대한민국 산림청 2017. 9. 22. 13:30


성공 귀산촌人 - 복영옥씨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학원은 접고 내려왔지만 서울에서부터 운영하는 회사는 그대로 가지고 내려왔다. ㈜메사코사(www.mesacosa.co.kr)다. 메사코사는 라틴어로 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뜻으로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는 생각으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하조마을 사람들이 부르기 어려워해서 소개할 땐 그저 ‘아로마테라피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허브정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치유정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녀는 여전히 하조마을에서 세 들어 살고 있다. 아직 살림집을 짓지 못했다. 메사코사가 둥지를 튼 건물은 작업장 겸 박물관 또는 체험관 용도로 주거공간이 없다. 살림집 보다 일할 공간이 더 급했던 그녀는 있는 자금을 다 털고 융자까지 받아 이 건물을 지었다. 건물은 뒤늦게 합류한 남편이 직접 지었다. 안 내려오겠다고 버티던 남편은 6개월만에 사업을 접고 하조마을로 합류해 그녀를 돕고 있다. 집도 지어주고, 메사코사의 총무와 경리 역할까지 맡고 나섰다. 영옥씨가 사업을 벌리면 뒷 수습은 남편 몫이다. 그렇게 나서준 남편이 고마워서 남편이 술자리라도 가지면 그녀는 대리운전기사가 되어 준다.





그녀가 이렇게 아로마테라피에 푹 빠진 것은 30대 후반인데, 배우면 배울수록 매력적이라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영국행을 감행했다. 그녀 나이 40살 때였다. 영어도 못하는 아줌마가 아이들 둘 유학도 시킬 겸 뒤늦게 공부를 하겠다고 나선 유학길이었다. 그 과정을 그녀는 ‘애벌레의 영국 유학일기’라는 단행본으로 펴내기도 했다. 엄마는 만기유학, 아이들은 조기유학 과정에서 겪은 보통 아줌마의 분투기다. 그렇게 영국에서 7년간 공부를 했다,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아로마테라피 자격증인 ITEC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획득했다. 거기에 머물지 않고 ‘아로마테라피가 정말 과학적인가? 입증할 수 있는가?’가 궁금하여 필머스 대학 심리학과에 진학, 학위까지 받았다.




서울에서의 아카데미는 바로 영국 ITEC 한국 교육센터 인증을 받아 아로마테라피스트를 양성하던 곳이었다. 영국행 이후만 따져도 그녀가 아로마테라피에 푹빠져 산 것이 로 18년차다. 서울에 아카데미를 연 것이 2008년이니 아로마테라피 전도사로 산 것도 이제 십년에 접어 들어간다. 그녀는 아로마테라피의 효과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그 확신을 위해 심리학과를 다니며 단 한 가지 주제만 가지고 공부를 했던 것이다. 라벤다 오일이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가 있는가? 있다는 답을 얻었던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 돌아와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을 다니며 역시 아로마테라피가 스트레스성 아토피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리 약초를 만난 아로마테라피


그녀는 광양 백운산 자락에서 나는 수많은 우리 약초들을 보면서 하조마을로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로마테라피가 서양의 약용식물에 기초하여 발전한 학문이라고 한다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약용식물을 결합시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우리에게 더 효과적인 치유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원광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우리 약초에 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기로 한 것이다. 지금이 마지막 학기지만 아직 연구성과를 논문화하는데 시간이 걸려 잠시 미뤄두고 있다.





하조마을로 내려오니 그녀는 더 바빠졌다. 공부도 시작했고, 정원도 가꿔야 하고 돈벌이를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KTX에 몸을 싣고 서울에 강의하러 가야 한다. 내려오면서 처음엔 강의를 접었지만 생활비를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메사코사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진 서울 나들이가 불가피할 것 같아서 다시 시작한 탓이다. 차의과대학 대체의학프로그램과 단국대 원예치료학 전공수업에 아로마테라피 강의를 하러 가는 것이다. 그녀는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수입이 발생하지만 생활을 영위할 수준까지는 안 된다. 그래서 현재 준비하는 것이 비누수출이다.





“하조마을에 들어와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 지역주민과의 융합이었어요. 저는 굴러온 돌이잖아요. 그래서 주민들 얼굴만 보면 무조건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제가 만든 비누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나에게는 귀한 거지만 마을 분들이 이 비누의 가치를 알까 싶었지만 정성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추석 때 자녀분들이 내려와서 좋은 비누라고 가져가더랍니다. 사실 그 비누는 단가를 아무리 줄여도 싼 게 3만원, 비싼 것은 6만원씩 합니다. 도저히 국내에서는 수제비누라고 해도 판매할 수가 없지요. 재료가 전부 유기농 인증을 받은 오일형태를 수입해서 만든 것입니다. 중간 마진 없이 직수입한 것이지만 치유효과를 얻기 위해 많이 쓰다 보니 워낙 고가의 제품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특허 받고 유기농인증 받아서 수출을 준비 중입니다. 물론 특허도 인증도 유럽 쪽에서 받습니다. 그곳으로 수출할 것이니까요. 원료도 대개 지중해 국가 쪽에서 들어옵니다.”





현재 그녀가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도 있고 일반인들이 쉽게 해 볼 수 있는 것은 허브오일 만들기다. 그녀가 2015년 6차산업 모델로 개발한 것이다. 고추, 마늘, 생강, 고수, 초피, 로즈마리, 타임, 월계수 잎 등 14가지의 씨앗과 허브를 인근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을 수매하여 올리브 오일에 넣어 만드는 것이다. 주로 샐러드용 드레싱오일로 사용하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은 인근 광양이나 순천에서 주로 온다.


체험객들이 늘면서 그녀의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화하고 있다. 아로마 맛사지, 스팀증류기를 이용한 에센셜 오일 추출, 허브 향초 만들기, 에센셜오일을 활용한 천연 비누 만들기 등이다. 그 중에서도 매화꽃을 이용한 에센셜오일 만들기는 체험을 넘어 상품화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어요. 무궁무진해요. 특히 산촌으로 돌아오니 서양의 약용식물의 한계를 벗어나 우리의 약초를 알게 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생겼죠. 물론 아직까지 마당에 심어진 허브들은 대개 서양의 것들이 많아요. 용도와 쓰임이 검증된 것들이니까요. 허브 정원도 늘리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아요. 90세까지 살아도 뭘 먹고 살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아주 90세까지 살고 싶다니까요. 문제없어요.”


단 몇 년 만에 산촌생활에 푹 빠진 그녀는 강의를 위해 서울나들이를 하는 것도 서둘러 끝내고 돌아온다. 초창기엔 서울에 가게 되면 이틀씩 묵으며 아이들 반찬도 만들어놓고 오곤 했는데 지금은 강의만 마치면 서둘러 광양행버스, 혹은 구례구역 KTX에 몸을 싣는다. “이젠 서울이 답답하게 느껴져요. 시골살이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전에도 시골에 가면 평화롭곤 했었는데 이제 그게 일상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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