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칼바위를 찾아 오른
보성 오봉산
전남 보성 오봉산은 득량만에 병풍처럼 솟아오른 조그만 암산으로 해발 345m에 불과하지만 다섯 개의 봉우리가 올망졸망 모여 있어 육지에서 바라보면 평범하고 바다에서 바라보면 빼어난 암릉미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동시에 가졌다는데요, 정상 부근에는 수십 개의 돌탑과 하늘을 향해 독수리 부리처럼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는 칼바위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입니다.
오봉산 산행은 득량 남초등학교에서 출발해 189봉-260봉-259봉-330봉-355봉-칼바위-칼바위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도상거리 5.5km에 3시간 정도 걸리는 산행인데요, 산행거리가 짧아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고 간단한 간식거리만 가지고 출발합니다.
오봉산 189봉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산은 작은 오봉산(305m)입니다.
보성 득량면에는 오봉산이 두 개 있는데요, 득량만에 위치한 오봉산에 칼바위가 있으며, 건너편 작은 오봉산은 득량역 바로 뒷산으로 두 오봉산을 연계해서 산행할 수 있는데, 약 14.6km에 6시간 정도 걸립니다.
저수지 뒤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오봉산 정상인인데요, 오늘은 정상보다 오봉산 명물인 칼바위와 돌탑을 보고 저수지로 되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오봉산 260봉에서 바라본 득량만입니다.
건너편은 고흥반도로 득량만 방조제로 연결되었습니다.
오봉산 259봉부터 돌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돌탑은 오봉산 곳곳에 세워져 있는데요, 진안 마이산 탑사의 돌탑처럼 신비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보성군에서 오봉산 명물로 만들기 위해 예산을 들여 주변에 널린 구들장으로 세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탑의 모습이 다 틀립니다.
익산 미륵사지석탑을 닮은 모양도 있고, 첨성대를 닮은 모습도 있습니다.
오봉산을 득량만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면 천 길 낭떠러지 암벽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으로 절벽에는 부처손이 엄청 많습니다. 바라보고 서 있으니 다리가 후덜 거리군요. 이 암벽들은 건드리면 구들장 모습으로 뚝뚝 떨어져 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봉산은 이런 구들장 모습의 너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마치 섬 산행처럼 조망의 재미가 쏠쏠한 오봉산 산행.
좌측으로는 벼랑길, 우측으로는 올망졸망한 산들이 보이는 신지도 갯 길이나 청산도 벼랑 길을 걷는 느낌입니다.
330봉은 험악해 보이지만, 그리 험악한 산은 아닙니다.
가파른 능선이 매우 짧기에 잠깐의 수고가 있다면 금세 바람에 날아갈 듯한 봉우리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조새바위입니다..
조새는 어촌에서 굴을 까는 기구라고 하는데요, 바위가 마치 이 기구를 닮아서 조새 바위라고 부르나 봅니다.
330봉에 오르면서 본 구들장입니다. 바로 이 구들장으로 돌탑을 세웠죠.
과거 바닷가 마을 주민들은 이 구들장이 삶의 중요한 생계수단이었습니다.
널찍하게 깨지는 오봉산의 구들은 예부터 조선 최고의 구들돌이었다는데요, 일제강점기에는 오봉산에서 캐낸 구들을 득량역에서 기차에 실어 전국에 내다 팔았는데, 당시 마을 주민들은 조새 같은 쇠꼬챙이 하나만 들고 오봉산에 올라 구들장을 뜯어내 이고지고 내려와 소달구지에 싣고 득량역까지 실어 냈다고 합니다.
오봉산은 산행하는 내내 스릴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좌측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 절벽이구요, 그 위로 아슬아슬하게 등로가 있습니다. 정말 멋지죠?
오봉산에서 득량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 바위 이름은 무엇일까요?
마치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것이 범바위일까요?
355봉에서 해평저수지와 그 너머 작은 오봉산이 보입니다.
오른쪽 능선 끝부분이 득량 남초등학교이니 이곳까지 상당한 거리로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약 4km정도쯤 될까요? 이제 칼바위를 보고 칼바위 주차장으로 하산하면 됩니다.
오늘의 목적지 오봉산 칼바위입니다.
이 바위를 보기위해 오봉산에 올랐는데요, 마치 비밀의 공간속에 날렵한 매 한 마리가 먹이사냥을 위해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입니다.
칼바위까지 내려가는 길 곳곳에도 이렇게 돌탑이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온통 구들장 돌이 널려있군요.
등로도 모두 이런 구들장 돌로 덮여있어 걷는데 조심해야 합니다.
오봉산 칼바위를 볼 수 있는 비밀의 문입니다.
칼바위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야 합니다. 오른쪽으로는 칼바위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이지요.
좌측으로 조금 더 가면 이렇게 굴이 하나 보입니다.
칼바위 아래 왼쪽과 오른쪽에 굴이 있는데 왼쪽을 장제굴이라고 하고 오른쪽을 베틀굴이라는데요, 장제굴은 마치 통천문처럼 생긴 바위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곳에는 50여 명 정도 모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오고 동그랗게 하늘만 보이는 곳에 칼바위가 우뚝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데요, 이곳은 통일신라 때의 고승 원효대사가 수도 터로 삼고 불도를 닦았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칼바위입니다.
멀리서 본 모습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군요.
바로 아래에서 보니 목젖을 드리운 독수리나 매가 분명해 보입니다.
전국적으로 칼바위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가 많은데 아마 보성 오봉산 칼바위가 제일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하나의 독립된 거대한 봉우리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무엇인가 그림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칼바위 움푹한 곳에 자리 잡은 마애불입니다. 찾으셨나요?
누가 새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래에서 상당한 높이에 있기에 공중부양하지 않는 한 조각하기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오봉산 마애불상은 복발과 커다란 귀 등 전형적인 불상의 모습인데요, 칼바위 아래서 수도하던 원효대사가 손가락으로 자화상을 새겼다는 설과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 왜구토벌을 위해 오봉산성을 쌓고 전투를 벌이던 자신의 자화상을 그렸다는 설도 있습니다.
보는 내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완성 작품으로 보이는데요,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깎여나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깊은 산속에 꼭꼭 숨어있는 비경인 칼바위 꼭대기에 과연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이런 불상을 새겨 놓았을까요? 그것이 알고 싶다. 입니다.
오봉산 칼바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조망해 봅니다.
이쪽으로는 칼바위 주차장으로 하산할 수 없고 오봉산 정상으로만 갈 수 있기에 아쉽지만, 다시 올라온 방향으로 내려가서 칼바위주차장으로 내려갑니다.
아득히 먼 옛날엔 하나의 암봉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풍화작용에 의해 가운데 부분이 구들장처럼 뜯겨나갔을 것입니다. 자연이 만든 예술품이지만, 너무 정교해 마치 신선이 조각해 놓은 것처럼 걸작이 탄생했습니다.
이제 하산하는데요, 하산 길에도 곳곳에 돌탑이 있습니다. 오봉산에는 약 45개 정도의 돌탑이 있다고 하는데 모습도 다 틀린 것 같습니다.
오늘 한국 최대 크기의 칼바위와 수많은 돌탑을 보기위해 오봉산에 올랐지만 산행이 짧아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시락을 준비해서 해평저수지에서 도새등으로 올라 칼바위-오봉산-용추폭포-칼바위주차장으로 오는 코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며, 좀 더 긴 시간 산행을 하고 싶다면, 득량남초-도새등-칼바위-오봉산-작은오봉산으로 연계산행도 좋겠습니다.
또한, 득량면에는 전통마을인 강골마을과 옛 회령포 진성이 있으며 득량남초교 부근의 해평리석장승, 비봉 공룡알화석, 추억의 7080문화가 있는 득량역도 있으니 산행뿐만 아니라 이런 여행지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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