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20년(11기)

전북 모악산 꽃무릇을 품다, 꽃무릇이 아름다운 등산로

대한민국 산림청 2020. 10. 12. 14:53

 

전북 모악산 여름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9월로 접어들어 시원한 바람이 불 때 즈음이면 등산로 주변에서 우후죽순처럼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이내 등산로를 붉게 물들입니다. 꽃무릇 군락지를 조성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하늘이 유난히 푸른 날 꽃무릇이 핀 아름다운 모악산 등산로를 걸어보았습니다.

 

 

 

-전북 모악산(母岳山)

 

전북 모악산(母岳山, 794m)은 김제시와 완주군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입니다. 전주시와 인접하고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꽃무릇이 피어 있는 곳은 완주군 구이면 방향에서 정상을 오르는 등산로입니다.

 

 

 

구이 방향 등산로 입구에는 도립미술관을 비롯해서 체육 시설, 완주군 로컬푸드 매장, 상가 시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차장을 나와 상가를 지나 오르는 길은 벚나무 가로수길인데요. 가을이 내려앉아 살짝 물이 들었습니다.

 

 

 

상가를 빠져나와 등산로에 접어들면 꽃무릇보다 고마리꽃과 물봉선꽃이 먼저 마중 나와 인사를 건넵니다. 둘 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서 개울가에 사이좋게 어울려 피었습니다.

 

 

 

-꽃무릇 풍경

 

고마리꽃과 물봉선꽃이 핀 개울을 건너면서 꽃무릇 길이 시작됩니다. 꽃무릇이 없던 시절 이 시기의 등산로는 밋밋한 풍경이었습니다. 단풍이 들기 전까지는 솔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는 정도의 등산로 분위기였는데 꽃무릇 군락지가 만들어지면서 예쁜 등산로가 되었습니다.

 

 

 

 

 

꽃무릇은 꽃의 구조를 보면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어 많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가느다란 꽃잎도 그렇고 유난히 긴 꽃술도 한몫합니다. 거기에다 뜨거운 여름 태양을 닮은 붉은빛을 하고 있어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꽃입니다.

 

 

 

 

모악산 꽃무릇이 핀 등산로를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칭찬 일색입니다. 등산하면서 예쁜 꽃도 볼 수 있어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면서 말입니다. 등산로는 걸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곳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지만 길에 이야기가 입혀지니 더 친근해졌습니다.

 

 

 

 

모악산 등산로는 구간별로 난이도 차이가 있습니다. 등산로 시작부터 대원사까지 가는 구간은 오르막과 완만한 길이 섞여 있어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이 구간은 꽃무릇과 함께 걷는 길입니다.

 

 

 

 

등산로 초입부터 계속해서 따라오던 꽃무릇이 대원사로 오르는 계단 입구에서 잠시 주춤했습니다. 계단을 오르기가 힘에 부쳤나 봅니다. 대신 아직은 물이 들지 않았지만 가을이 깊어 가면 애기단풍이 예쁘게 물드는 계단길이랍니다.

 

 

 

 

주춤했던 꽃무릇은 대원사 마당으로 오르는 계단 주변에서 다시 보입니다. 대원사까지 안내를 깔끔하게 해주기 위해서 나왔나 봅니다. 꽃무릇 꽃길은 대원사에서 멈추었습니다.

 

 

 

 

 

-대원사

 

대원사는 660년(백제 의자왕 20) 보덕스님의 제자 대원, 일승, 심정 등의 고승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 고찰입니다. 대웅전 목조 삼존불은 조선 후기 불상 양식을 반영한 중요한 작품으로 예술성이 뛰어나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15호 지정되었습니다. 절마당에는 날렵한 5층 석탑이 있는데 대웅전 뒤편 삼성각 앞에도 석탑이 빛을 받고 있었습니다.

 

 

 

 

절 뒤쪽에 부도전이 있는데요. 눈여겨보아야 할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용각(龍刻) 부도(浮屠)로 불리는 이것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두 마리의 용이 마치 구름 속에 살아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그 우아한 솜씨는 고려시대 최고 예술성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수왕사 가는 길

 

대원사를 나와 수왕사로 향했습니다. 수왕사 가는 길은 난이도가 달라졌습니다. 급격한 경사 등산로가 계속 이어집니다. 자주 등산을 하지 않으면 한 번에 치고 올라가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힘은 들고 꽃무릇이 보이지 않는 구간이지만 수왕사까지는 가보고 싶었습니다.

 

 

 

 

천천히 오르며 몇 번을 쉬고 나서야 쉼터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쉼터가 있는 곳은 약간의 평지가 있어 숨을 고를 수 있는 구간입니다. 쉼터 평지 구간도 잠깐, 다시 오르막길입니다. 그러다 오르막이 주춤하는 곳에 도착하면 수왕사가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그곳부터 완만한 길을 따라 오르면 두 번째 쉼터가 나옵니다. 수왕사 입구입니다.

 

 

 

 

수왕사는 680년(신라 문무왕 20) 보덕화상이 수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창건한 절인데요. 그 이후 3번에 걸쳐 중창이 이루어졌는데 현재의 절은 1953년 천석진사가 다시 지은 것입니다. 작은 절인데요. 단출한 산림이 자꾸만 눈에 걸립니다.

 

 

 

 

수왕사에도 꽃무릇 몇 그루가 자리 잡았습니다. 불당 앞 작은 화단에 몇 그루가 모여 있고 요사채 앞에는 달랑 꽃 한 송이 청아하게 피었습니다. 꽃도 사람을 닮아가고 있나 봅니다. 욕심 없이 가벼운 몸짓을 하고 있습니다. 꽃무릇을 품은 모악산 등산의 화룡점정 순간입니다.

 

 

 

수왕사 마당에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구이저수지 풍경이 보입니다. 나무에 가려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나름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20분 정도만 더 오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요. 정상에 서면 주변 풍경을 온전히 볼 수 있답니다.

 

 

 

-꽃무릇이 예쁜 모악산 등산로

 

 

이번 산행은 꽃무릇을 품은 모악산을 걸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수왕사까지 걷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대원사에서 수왕사 구간은 비록 꽃무릇이 없는 힘든 등산로였지만 수왕사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꽃무릇 한 송이가 큰 의미를 부여해 준 산행이었습니다. 시기적으로 밋밋할 수 있었던 모악산 산행이 꽃무릇이 있어 훨씬 편안한 길이 되었습니다. 이제 모악산은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찾고 싶은 산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1기 기자단 서정호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