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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나무, 풀, 곤충 으름덩쿨, 개구릿대, 소똥구리

대한민국 산림청 2006. 9. 1. 14:56
한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임과 동시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산야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조금은 잠잠해지는 9월이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옛 추억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9월의 산이 아닐까싶다. 나무와 풀들은 각기 자연의 섭리 속에서 저마다 색깔을 뽐내며 소담스럽게 익어 가고, 어린 시절 산과 들을 벗 삼아 뛰놀던 우리의 옛 세대들은 토종의 야생과실과 숨바꼭질하던 그 시절의 풍성한 추억이 살아 숨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머루, 다래, 정금, 산돌배, 으름덩굴 등 그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느낌을 주는 야생과실은 다양한 색깔과 영양소로 우리의 시각을 즐겁게 하고 영양공급원으로 역할을 다 했을 것이다. 우리의 산야에 자라는 산과실 중 바나나 모양을 하여 “한국바나나”라는 애칭을 가진 으름덩굴을 9월의 나무로 선정하였다.

  으름덩굴에 속하는 으름덩굴은 중부이남의 산지에서 길이 5m정도까지 자라는 낙엽성 덩굴나무이다. 잎의 모양은 넓은 계란형 또는 타원형의 작은 잎이 5개(간혹 6개)가 달리는 겹잎이고 꽃은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 자갈색으로 핀다. 열매는 9~10월에 자줏빛을 띤 갈색의 바나나모양으로 완전히 성숙되면 열매껍질이 벌어지면서 열매의 살과 종자가 드려난다. 주로 계곡과 산기슭부분의 물이 많고 비옥한 토양에서 다른 나무를 감아 오르며 자란다. '으름덩굴'이라는 이름은 열매의 살(果肉)이 투명하고 이를 먹을 때 혀끝에 오는 느낌이 차갑기 때문에 '얼음'과일이라고 하던 것이 '으름'으로 변하여 부르게 된 것이다.


  쓰임은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한다. 봄에 나오는 어린잎은 나물로 하며 가을에 영그는 열매의 과육은 식용으로 한다. 열매의 형태가 바나나 모양이어서 “코리아바나나”라는 별칭이 있으며 맛은 달콤하고 독특한 향미가 있어 과실수로 재배도 가능하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 말린 것을 목통(木通)이하 하여 이뇨와 통경 등의 약재로 사용하고 민간에서도 열매의 껍질을 말린 후 차로 이용하는데 숙취해소에 좋다고 한다. 이외에 줄기는 질기고 강하여 바구니와 같은 생활용구의 재료가 되고 삶은 물을 이용하여 천연염료로도 사용한다.

 이 달의 풀로는 가을철 등산객의 산행이 빈번한 시기에 즈음하여 독초를 산약초로 잘못 캐서 사용함으로 인한 독초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방지 목적으로 우리나라 산야에 자라는 식물 중 독성식물인 “개구릿대”를 선정하였다. 개구릿대는 약초로 잘 알려진 참당귀와 잎 모양이 비슷하여 일반인은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특히 주의가 필요한 식물이다.

  산형과에 속하는 개구릿대는 고산과 중부이북의 산골짝에서 높이 1~2m정도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의 모양은 2~3회 3출 겹잎이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피고 열매는 10월에 성숙된다. “개구릿대”는 지역에 따라 지리강활, 개당귀, 남당귀 등으로 불리고 있는 맹독성식물이다. 약초로 잘 알려진 참당귀와 잎의 모양이 유사하여 일반인들은 이를 참당귀로 잘못 알고 뿌리를 먹은 후 사망 또는 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 두 식물의 구별법은 참당귀의 경우, 잎줄기의 단면이 홈이 파진 원형이고 잎과 뿌리에 향긋한 향이 나는 반면에 개구릿대는 잎줄기의 단면이 원형이고 뿌리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것이 다르다.


  쓰임은 약용으로 쓰인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고혈백지(庫頁白芷)라고 하여 감기, 종기, 진통 등의 약재로 사용한다. 하지만 맹독성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경북의 일월산 지역에서는 '금죽'이라 하여 봄에 어린잎을 산나물로 채취하고 독성을 제거한 후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달의 곤충으로는 “소똥구리”를 선정하였다. 소똥구리는 자연생태계 내에서 오물을 청소해주는 고마운 곤충으로 소똥구리 무리 중 최근 관찰개체수가 줄어들어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곤충이다. 소똥구리는 늦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는 곤충으로 지저분한 오물을 청소해주는 독특한 생태습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주변에 같이 살아가지만 개체수가 줄어들며 잊혀져 가는 곤충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의미에서 9월의 곤충으로 소똥구리를 선정하였다.

  소똥구리 (Gymnopleurus mopsus (Pallas))는 딱정벌레목 소똥구리과에 속하며 몸길이는 16 mm 내외이다. 몸은 광택이 없는 흑색으로 넓고 편평하다. 머리부분은 편평한 마름모꼴을 보인다. 머리의 앞쪽가장자리는 약간 위쪽으로 솟아올라 있으며 가운데는 삼각형 모양으로 약간 파여 있다. 더듬이는 짧고 검은색을 띤다. 앞가슴등판은 넓고 둥글며 편평하나 가운데는 높은 특징을 가진다. 딱지날개는 앞가슴등판보다 좁고 희미한 7줄의 세로홈이 나 있고 그 홈 사이에는 미세한 알갱이들이 촘촘히 나 있다.


  소똥구리가 배설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자칫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곤충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소나 말과 같은 가축들의 배설물을 깨끗하게 치워주고, 토양의 질을 개선해주며, 파리나 등애 등의 발생을 조절해주는 자연생태계내에서는 고마운 곤충이다. 1970년대 즈음만 해도 우마차길을 따라 가다보면 소나 말들의 배설물 주변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소똥구리들을 볼 수 있었지만, 산업발달과 개발에 따른 환경의 변화, 특히 농촌 환경이 변하면서 최근에는 거의 보기가 어려워져 보호종으로 지정되었다.

  성충은 늦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6∼7월에 가장 많이 관찰된다고 한다. 성충은 소·말·사람 등의 배설물을 둥글게 빚어서 땅 속의 굴로 굴려가 그 안에 알을 낳는다. 우리나라 이외에 중국 등 동북아시아와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문의 : 국립수목원 식물보전과 김재현(031-540-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