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을 만나는 산, 지리산을 걷다.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황원숙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속에 ‘나만의 산’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죠. 하루 만에 다녀오기는 너무 아쉬워 밤 버스를 타고 새벽산행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헤드랜턴을 머리에 이고 칠흑같이 어두운 산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앞사람의 발길을 따라 걷고 뒷사람이 비쳐주는 랜턴의 불빛에 의지하며 걸어도 두렵지 않는 것이 새벽산행의 묘미입니다. 신선한 공기, 촉촉한 땅의 내음, 사라락~ 스쳐지나가는 산죽들의 부딪침만으로도 온 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합니다. 지리산 서북 능선 중 하나인 만복대에 올랐습니다. 작은 돌기둥에 ‘만복대’라는 글이 보입니다. 정령치에서부터 시작한 산행이 3시간쯤 이어졌을 때 해발 1248m 고리봉에 도착했습니다. 어둠을 뚫고 오느라 만복대의 억새와 물결을 이루고 있었을 지리산의 능선들은 보지 못했지만 눈이 감겨야만 느낄 수 있는 지리산의 숨소리와 흙냄새를 맘껏 맡으며 걸었던 산행이었습니다. 이제 성삼재를 거쳐 노고단으로 향합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에는 벌써 겨울이 와 있는 듯 쓸쓸합니다. 노고단 산장에 오르니 안개가 자욱합니다. 새을 가르고 올라온 산객들의 분주함도 안개 속에 묻혀있는 듯 고요하기만 하네요. 이곳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돼지령 임걸령을 걸어 단풍이 한창일 피아골로 내려갑니다. 한참을 걸어도 여전히 안개와 구름에 쌓여있는 길을 걸으며 조바심이 납니다. 이렇게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그래도 우뚝 솟아있는 지리산의 최고봉 천왕봉을 보고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던 차에 순식간에 구름이 걷히며 멀리 지리산의 주능선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23km를 더 달려 천왕봉으로 가고 싶지만,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이기에 이쯤에서 내려가야 다음에 또 지리산을 오를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오른 산행으로 인해 온몸이 뻐근해 오기 시작합니다. 10여년 전만해도 흙길로 미끄러져 내려가던 길이 새롭게 계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산과 등산객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지요. 그래도 피아골 하산길은 만만치 않은 가파름으로 등산객들을 긴장시킵니다. 내려가는 길에서 만나는 오색단풍... 피아골로 내려가는 내내 계곡의 물소리가 들립니다. 피아골 산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등산객들도 지리산의 단풍처럼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10시간의 등산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눈과 귀와 마음이 맑아진 듯합니다. 맑은 계곡물에 차마 발을 담그지 못하고 곁에 두고 연곡사를 향해 내려갑니다. 무박2일의 산행을 마치며 연곡사 주차장에서 뒤돌아 지리산을 바라봤습니다.
|
'Forest 소셜 기자단 - > 2016년(7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억새꽃의 계절에 찾아간 제주도 새별오름 (0) | 2016.11.15 |
---|---|
가을엔 주왕산 (0) | 2016.11.14 |
내장산 단풍 절정 풍경과 등산코스 소개 드립니다 (0) | 2016.11.07 |
대구에서 산책하기 좋은 곳! 옥연지 송해 둘레길 탐방 (0) | 2016.10.31 |
목재 이용을 통한 선순환구조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0) | 2016.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