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6년(7기)

만추의 계절 찾은 지리산 뱀사골

대한민국 산림청 2016. 11. 17. 16:12

 

만추의 계절 찾은

'지리산 뱀사골'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심인섭

 

 10월 초순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한 단풍은 하루에 20~25km 속도로 남하해 반도의 남쪽 최고봉인 지리산에 10월 중순이면 도착하는데요, 올해 지리산 단풍은 10월 22일이 절정이라고 하지만, 뱀사골과 피아골 등 지대가 낮은 계곡은 11월 초순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자가 뱀사골을 찾은 날은 11월 13일. 화려한 단풍이 낙엽으로 뒹구는 오솔길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지리산 뱀사골'은 지리산 반야봉과 토끼봉에서 반선까지 길이 14km에 이르는 골짜기로 지리산 수십 개 골짜기 중 계곡미가 가장 빼어난 곳입니다. 전 구간이 기암 계곡으로 이루어졌으며 100명도 넘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고 자그마한 폭포와 소도 100여 개에 이릅니다.




피아골과 더불어 지리산의 대표적 단풍 명소인 뱀사골 트레킹 코스는 두 계곡을 연계해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자가용 승용차로 왔다면 편도밖에 즐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뱀사골만 다녀오기로 하는데요,

 산행정보

반선매표소 ~ 간장소 : 8.2km 2시간
간장소 ~ 와운마을 천년송 : 5km 1시간 25분
와운마을 천년송 ~ 반선 : 2.5km 27분 
총 15.7km에 점심 휴게시간 포함 5시간 15분이 걸렸습니다.



반선부터 뱀사골 요룡대까지는 뱀사골 신선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계곡을 따라 데크목으로 길을 만들었습니다.



뱀사골이란 명칭은 골짜기가 뱀처럼 구불거리고 '뱀이 죽은 계곡'이라는 뜻으로 뱀사골이라 불렀는데요,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배암사란 절이 있었기에 뱀사골이라고 불렀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뱀사골은 유독 뱀에 관한 전설이 많습니다.
뱀사골 입구 반선이라는 마을도 '반은 신선이다'라는 반신선(半神仙)으로 불리다 이를 줄여 반선이라 부르는데요, 신선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어버린 스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반절은 신선이 되었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제 뱀이 요동치며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는 와운교 아래 요룡대를 지나 뱀사골로 접어듭니다.
이 길로 계속 가면 옛날 경남지역의 소금과 해산물을 전북의 삼베와 산나물로 교환한 화개재라는 장터가 있는데요, 바로 지리산 주능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구례 지방 대표적 단풍 명소인 피아골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작년 11월 1일 찾은 뱀사골 단풍 사진입니다. 조금 빨리 갔더라면 이토록 화려한 뱀사골 단풍을 볼 수 있었겠지만 만추의 계절도 단풍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뱀사골의 화려한 단풍들



'뱀사골 뱀소'입니다.
반선마을 근처에 있던 송림사에는 매년 칠월 백중날 불심이 가장 두터운 스님 한 사람이 신선대에 올라 기도를 하면 실제로 신선이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는데요, 어느 날 한 고승이 이 일을 괴이하게 여겨 신선대에 올라 기도를 하던 스님의 장삼(長衫)에 몰래 명주실과 독을 매달아 두었더니 다음날 뱀소 부근에 용이 못된 이무기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전설 속의 뱀소입니다.

멀리서 봐도 진한 에메랄드빛이 으스스할 정도인데요, 갈수기인데도 계곡물의 수량은 지난밤 비가 온 것처럼 풍부했습니다.



반선마을에서 요룡대까지는 잘 닦인 데크목 길을 편히 걸었다면 요룡대에서 간장소까지는 낙엽으로 뒤 덮인 오솔길을 걷는데요, 낙엽 위를 바스락거리며 걷는 재미로 발걸음은 더디기만 합니다.



뱀사골이 있는 지리산은 꽃무류, 약난초, 펀마 등 80여 종의 고유식물을 포함해 약 74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한다는데요, 주류인 소나무 산림에 온대 남부 대표 수종인 서어나무, 졸참나무와 온대 중부 수종인 젓나무, 분비나무 그리고 아한대종이 혼생한다고 합니다. 지금 보는 나무는 노각나무로 전 세계 7종 노각나무 중 우리나라 품종이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가끔 이렇게 돌로 아담하게 둘레를 친 나무도 보이는데요, 나무 하나도 소중하게 보호하자는 노력의 산물 같습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갇혔던 곳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 나가는 이다'

라고 시인 용혜원은 노래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늘 분주했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라며 '걸으면 생각이 새로워지고 만남이 새로워지고 느낌이 달라진다.'라고 했는데 오늘 낙엽 길을 걸으며 시인의 길보다 나 자신의 길은 어떠한지 생각해 봅니다.



정말 골짜기가 뱀처럼 구불거리는데요, 단풍으로 울긋불긋했다면 더 멋있을 것 같습니다.



돌로 만든 절구통이 보이는데요, 아마도 근처에 집터가 있었나 봅니다. 지리산 주능선인 화개재와 반야봉에서도 장터가 열렸다는데 뱀사골에 민가가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입니다.



뱀사골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전북도당의 아지트가 있었다는데요, 토벌되기 전까지 달궁을 중심으로 뱀사골 지역은 이른바 해방구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뱀사골 지계곡에 수력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해 통신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는데요, 얼마나 물이 풍부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지리산을 7번이나 오른 남명 조식 선생과 지리산 유람록을  남긴 조선시대 수많은 선비들도 가보지 못할 정도로 험지에 오지였던 뱀사골, 지금은 길이 뚫려 아무 때나 수시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되었는데요, 50여 년 전만 해도 태고의 모습 그대로 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반선마을에서 뱀사골 간장소까지는 계곡과 나란히 걷는 평탄한 길로 남녀노소 쉽게 오를 수 있는데요, 붉은 주단을 깔아놓은 듯한 은은한 정취의 '낙엽길이 백미'입니다.



만추의 서정(敍情)이 물결치는 계곡



뱀사골 대부분 계곡은 이처럼 속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뱀사골 제승대는 다른 곳보다 더 특이한 협곡입니다.
1,300년 전 소림사의 고승이 불자들의 애환을 달래기 위해 제를 올렸다는 전설이 있는데요, 장마철 이 협곡을 통과해 소용돌이치는 물살이 궁금해집니다.



오늘 트레킹 종착점인 간장소입니다.
옛날 보부상들이 경남 하동에서 소금을 짊어지고 화개재를 넘어 뱀사골로 내려오다 물에 빠지는 바람에 물 색깔이 간장처럼 변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 맛을 봤는데요, 그새 소금이 다 녹았는지 짭짤하지는 않았습니다.



뱀사골 트레킹을 마치고 찾아간 곳은 워낙 산세가 험해 구름도 누워 쉬고 간다는 와운마을 천년송입니다.

와운마을은 한때 60여 세대가 살고 분교가 있을 정도로 큰 마을이었다는데요, 지금은 17가구 30여 명이 산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때 호환에 시달렸던 마을은 여순사건 때 마을 전체가 불타버렸고 한국전쟁 때는 빨치산과 토벌대의 전투로 밤낮의 주인이 수시로 바뀌며 생사의 갈림길에도 섰으며, 1980년대 까지는 남원 목기와 한봉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로쇠 채취와 민박을 통해 슬프고 척박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삶에 지친 도시민의 새로운 휴식지로 거듭나고 있다는데요, 500년 풍상 마을을 지켜온 두 그루의 소나무가 이 마을의 대표적 자랑거리입니다.



와운마을 천년송인데요, 천연기념물 제424호인 '할머니 소나무'는 높이는 약 20m, 둘레 6m로 가지의 폭은

12m라고 합니다. 매년 정월 초사흘에 천년송에서 산신제를 지낸다고 하는데요, 실제 나이는 500살이라고 합니다.



천년송 위로는 체구와 수령이 작은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는데요,

천년송과 더불어 500년 동안 마을을 지키고 있는 당산나무라고 합니다. 천년송과 할배소나무는 이곳에서 자라 평생은 산 사람들에게는 마을을 지켜주는 영적인 존재일 것이고 마을을 떠나 외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고향의 향기일 것입니다.

지리산 뱀사골은 단풍 명소이기도 하지만 한여름 계곡 피서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더 멋진 날은 화려했던 옷을 바닥에 차곡차곡 내려놓고 빈 몸으로 우리를 맞은 뱀사골의 11월이 아닌가 합니다.
현대사의 아픔을 민낯과 하얀 속살로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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